
바둑, 예술의 시대가 남긴 마지막 질문
인생은 결국 혼자 걷는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 위에서 누군가와 끊임없이 동행합니다. 묻고, 답하고, 때로는 다투며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펼쳐 나갑니다. 바둑 또한 그러합니다. 두 사람이 마주 앉지만, 판단은 오롯이 각자의 몫입니다. 그 고독 속에서 비로소 바둑은 시작됩니다.
바둑은 분명 승부를 겨루는 싸움입니다. 그러나 상대를 파괴하는 전쟁은 아닙니다. 너와 나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치열하게 전투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이겼다는 명분을 찾습니다. 그러므로 바둑의 승리는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선택과 책임이 공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빈 바둑판은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직 발화되지 않은 질문이자, 사유가 들어설 여백입니다. 바둑이란 그 여백 위에 철학적 사고로 또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며, 그 사유를 흑과 백의 돌로 한 점 한 점 수놓는 예술입니다.
이 과정은 우리의 인생 여정과 닮았습니다. 우리는 동행하는 이와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묻고 토론합니다. 때로는 충돌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상대의 사유를 인정하며, 서로의 명예를 지킬 방법을 고민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먼 길을 함께 갈 수 있습니다.
흑과 백은 색이 다르듯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지닌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생각으로 반상 앞에 앉습니다. 그러나 목표는 하나입니다. '더 많은 생존, 더 유리한 자리'라는 같은 목적을 두고 서로 다른 방식이 충돌합니다. 바로 그 충돌 속에서 상생의 원리를 찾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반상 위에서 벌어지는 이 과정은 말 없는 토론이자, 세상에서 가장 정직한 대화입니다.
이세돌 9단은 은퇴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술로서의 바둑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이 길의 여정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이 말은 패배의 선언이 아닙니다. 바둑이 더 이상 인간의 사유와 해석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예술'이 아니라, 단순히 이기고 지는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는 서글픈 통찰입니다.
본래 바둑판에는 기술뿐 아니라 대국자의 철학과 인품, 그리고 살아온 인생의 결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바둑은 실력은 숨길 수 있어도, 그 사람은 숨길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이세돌의 은퇴는 한 기사의 개인적 선택을 넘어, 예술로서의 바둑이 우리에게 남긴 마지막 질문일지도 모릅니다.
만두의 객석에서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단지 이기기 위한 돌을 놓고 있습니까,
아니면 여백을 남기기 위한 질문을
한 점씩 놓고 있습니까?
상대를 쓰러뜨리는 승리가 아니라,
함께 먼 길을 갈 수 있는 명분을
만들고 있습니까?
정답을 빠르게 찾는 효율적인 선택보다,
스스로의 사유와 책임을
끝까지 견디는 우직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까?
오늘,
당신이 놓은 그 한 수는
승부의 흔적이었습니까,
아니면 인생의 태도였습니까?
이것이
만두의 객석이
여러분께 던지는 질문입니다.
- 만두의 객석, 법무사 권두안 J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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