鳥囚不忘飛(조수불망비)는 중국 송나라 유명 문인인 소동파의 시에 나오는 시구(詩句)입니다. 소동파가 문우인 수조의 화상이 정조당(靜照堂)이라는 정자를 지었는데 그를 기념하기 위해 찬한 시입니다. 이 시는 소동파의 많은 시 가운데 유불선(儒佛仙)의 핵심을 담은 시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비유와 상징을 통해 가감 없이 말하며, 불교적 수행으로 그를 극복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한편으로 본성에 따르는 것 역시 좋은 일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구는 '정중부자승 불약청소지(靜中不自勝, 不若聽所之) 즉, '고요 속에서 자신을 이기지 못한다면 본성의 소리를 듣고 따르는 것이 낫다.' 로 이어집니다. 결국 인간은 어떤 환경에 놓일지라도 본성에 따라 행동할 때 행복해진다는 것을 갇혀 있는 새에 비유하여 말한 것입니다.
秀州僧本瑩靜照堂’ - 수주승본영정조당
수주 화상 본영이 새로 지은 ‘정조당’에 부치는 시
鳥囚不忘飛, 馬繫常念馳.
(조수불망비 마계상념치)
靜中不自勝, 不若聽所之.
(정중부자승 불약청소지)
새는 갇혀 있어도 날 것을 잊지 않고,
말은 매여 있어도 항상 달릴 것을 생각한다.
고요 속에서 자신을 이기지 못하기보다는
본성의 소리를 듣고 따르는 것이 낫다.
처음 이 시를 접하고 나는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은 큰 충격을 받았다. 동파와 엇비슷한 나이에 인생의 불운으로 크게 낙심하여 좌절을 겪고 있던 나에게 동파의 시는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근원적으로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본질적으로 ‘나는 누구인지’에 대한 존재적 각성을 촉발케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들어 준 내 인생의 위대한 잠언이라 할 수 있겠다.
특별히 이 시 가운데 “새는 갇혀 있어도 날 것을 잊지 않고, 말은 매여 있어도 항상 달릴 것을 생각한다.”라는 이 두 구절은 내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간혹 귀인을 만나 내가 쓴 책을 선물할 때면 종종 이 구절을 초서로 써드리곤 하는데, 이는 나의 초발심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과 상대에게도 그날의 감동을 전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다.
鳥囚不忘飛, 馬繫常念馳.
-지나가는 어떤 나그네의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