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은 측은지심(惻隱之心) · 수오지심(羞惡之心) · 사양지심(辭讓之心) ·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네 가지 마음(감정)으로서 각각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의 착한 본성[德]에서 발로되어 나오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단서라고 이름 붙였는데, 단(端)이라 함은 선(善)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진 시초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맹자의 용어로서 ≪맹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나온다.
측은지심은 타인의 불행을 아파하는 마음, 수오지심은 부끄럽게 여기고 수치스럽게 여기는 마음, 사양지심은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 시비지심은 선악시비를 판별하는 마음이다.
맹자에 의하면 이 사단은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일종의 선천적인 도덕적 능력이다. 그러므로 맹자는 이것을 확충함으로써 인 · 의 · 예 · 지의 덕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측은지심의 경우 어린 아이가 우물에 빠지려고 할 때 누구나 아무 조건 없이 그 아이를 끌어안고 구하려는 마음이 순수하게 발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의 소박한 자발적인 행위를 보면 인간의 본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사단설은 맹자 성선설(性善說)의 근본으로서 인간의 도덕적 주체 내지 도덕적 규범의 근거를 이루고 있다.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과 대립되는 이론이다.
맹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 악을 거부하고 선을 실행하려는 마음씨를, 즉 도덕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순자는 이와 정반대로 사람은 누구나 다 관능적 욕망과 생(生)의 충동이 일고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우리에게 이러한 측면이 성장하여 서로 쟁탈하는 싸움이 일어나고 사회적 혼란이 생긴다. 여기서 도덕 질서가 파괴되는 것이라고 보았으므로 이를 가리켜 인성이 악하다고 규정지은 것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성(人性)은 사람의 마음씨를 의미하고 선악(善惡)은 도덕적 가치를 의미한다. 순자가 말하는 인성은 욕망을 의미하고 선악은 사회적 치란(治亂)을 의미한다. 순자는 인성이 비록 악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후천적 노력에 의해 얼마든지 선한 방향으로 그것을 교정(矯正)할 수가 있다고 보았다. 이것을 일러서 ‘위(僞)’를 쌓는 일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위’는 우리가 일상 말하는 거짓이라는 뜻의 허위(虛僞)가 아니고 ‘인위(人爲)’를 가리킨 것이다. 인위는 사람이 선천적으로 가지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나 욕망과는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개념이다. 바로 인간의 능동적인 작위(作爲)를 의미한다.
선천적 인간의 본성을 후천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능력이 사람 누구에게나 갖추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완전히 다 발휘할 수만 있다면 범인(凡人)도 역시 성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밖으로부터 작용을 가해 인성을 교정하는 작업을 교육이라고 하였다. 순자는 교육의 수단으로 우리의 이상적 지도자 선왕(先王)이 제정한 예의(禮義)와 사법(師法)을 들고 있다. 예의는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반드시 지켜야 할 최고의 표준이다.
공자는 인(仁)을 강조하고 맹자는 인과 의(義)를 강조하였다. 이는 모두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발하는 요소이고 천명(天命)에 통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순자의 예와 의는 외재적(外在的)인 규정이다. 우리의 사회적 집단 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강제된 것이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외재적인 규정에 의해 인간을 규제하고 성정(性情)의 방향을 전환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서 예와 의는 법률과 근사한 뜻을 가진다고 하겠다. 한비자(韓非子)의 법가(法家) 이론에 영향을 준 바가 크다.
유가(儒家)는 인간의 도덕적 실천 근거를 ‘천(天)’에 두고 천명에 따라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보았다. 도가(道家)는 ‘무위자연(無爲自然)’할 것을 주장해 인간의 지혜와 일체의 작위를 물리치고 자연의 질서에 그대로 따를 것을 요구하였다. 자연의 법칙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그 법칙성을 설명하려고 들지는 아니하였다.
순자는 도가의 자연관을 받아들여 유가의 천도관(天道觀)을 극복, 변질시켰다. 천(天)이 바로 자연이라고 이해하고 초자연적 존재인 천명을 부정하였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고 도가가 주장하는 무위자연을 역시 거부하였다.
여기에서 순자는 천의 역할과 인(人)의 역할을 분명하게 구분하였다. 자연을 자연으로 파악하고 그 자연을 인간에게 봉사시킬 것을 요구하였다.
자연을 이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인간의 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하기 위해 인간의 자각적(自覺的)인 능력을 크게 자부(自負)하였다. 순자의 이와 같은 인간의 능력에 대한 신뢰와 자연 개조의 욕구를 개인에게 적용시킨 논리가 바로 성악설이다.
다시 말해서 성악설은 인간의 자연한 본성이 악하기 때문에 악의 현상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고 선왕이 제정한 예의를 가지고 이를 교정하자는 의욕의 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