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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아이티 내 韓업체들 휘청…"안전지대 사라져 가"
연합뉴스
입력 03.19.2024 09:06 AM
조회 109
"공장 겨우 가동해도 몰품 운송길 막혀 위기"…사태 길어지면 도산 우려도
그간 위협 적었던 주택단지도 공격받아…"시신 최소 12구 발견"
시신 확인하고 울부짖는 아이티 주민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갱단 폭력이 심화하는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피해와 고통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아이티와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점으로 30년 가까이 의류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교민 하해주(58)씨는 1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거의 2∼3주간 공장 운영을 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주 초 현지 직원들이 조금씩 가동을 재개했다"며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두 나라 공장에 약 150명 넘는 현지인 직원을 둔 하씨는 갱단 폭동으로 공항과 항구를 일시 폐쇄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 도미니카공화국에 일을 보러 갔다가 발이 묶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22년에도 갱단 유혈 다툼에 연료를 구할 수 없어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있는 공장 문을 잠시 닫는 등 애를 먹은 적 있지만, 생지옥을 방불케 하는 올해 상황은 어느 때보다 더 나쁘다고 전했다.
섬나라 특성상 항구를 통한 교역이 필수적인데, 갱단 폭력 때문에 해상을 거치는 원활한 물품 이동길이 거의 막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씨는 "원부자재를 더 들여오거나 작업한 물품을 외부로 운송하려면 배가 항구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예컨대 바이어 납기 시일을 놓치거나 대금 결제에 난항을 겪는 등 (업체들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물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아이티 주민들
[포르토프랭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사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일부 업체의 경우 도산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티에는 117명(2023년 기준)의 교민이 봉제, 섬유 가공, 프린팅 같은 업종에 주로 종사하고 있다. 선교를 위해 이곳에 머무는 국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70여명 가량 아이티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우리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하씨는 "식료품 역시 대부분 배를 통해 조달하고 있었지만, (아이티)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는 컨테이너들이 많다"며 "도미니카공화국과의 육로를 통해 조금씩 들여오곤 있지만, 현지인들의 식량난은 가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엔은 갱단이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8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했다.
갱단은 특히 최근엔 국가 기반 시설을 비롯해 기존에는 공격 목표로 삼지 않았던 공단(소나피)이나 고급 주택단지에 대해서도 장악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제 딸에게 먼저 음식을"
(포르토프랭스 AP=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에서 한 주민이 음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앞으로 딸을 들어 올리고 있다. 2024.3.19
AP·AFP통신은 갱단원들이 이날 새벽 라불르와 토마신 등 수도 고급 주택가 2곳을 공격했고, 주민들이 경찰 도움을 받아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 인근엔 페티옹빌 거리에서는 시신 최소 12구가 발견됐다고 AP는 전했다.
아이티 전력회사(EDH)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도를 포함한 여러 지역의 변전소 4곳이 괴한들의 기물 파손 행위로 기능을 상실했다"며 "회사 시설 여러 곳이 파괴되고, 수많은 장비가 손상됐으며, 문서들도 파기됐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빈민가인 시테솔레이와 일부 병원 등에 전력 공급이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 사임과 함께 발표된 과도위원회 구성은 아직 안갯속이다.
미국은 "빠르면 오늘 중" 위원회가 준비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고 AFP는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아이티에서 대피하기 위해 정부에 연락한 자국민이 1천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이티에 체류 중인 한국인 보호 대책을 마련한 한국 정부도 현지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이티를 겸임국으로 둔 주도미니카공화국 대사관은 "이날 현재 교민 등 피해 접수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연합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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