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로서 성공하는 공식은 삼척동자라도 안다. 1)기막힌 아이디어를 낸다. 2)훌륭한 사업 계획서를 쓴다. 3)이 기획을 실현할 거액을 투자 받는다.
그런데 3단계에서 수많은 사업가들이 좌절한다. 원하는 자금을 구하지 못하거나, 자금을 조달할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벅차서 꿈을 아예 접는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다.
콧대 높은 은행 창구에 가서 굽신거리거나 친척들에게 부탁하거나 벤처 투자자들의 비위를 맞추지 않고도 소규모 창업 자금을 구할 수 있다. 위험을 기꺼이 무릅쓰려는 모험 정신과 세일즈 기술만으로도 창업할 묘안이 있다.
어떻게? 고객의 자금으로 창업하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바나나 리퍼블릭, 이베이에 이르기까지, 많은 기업들이 이 전략을 다양하게 이용했다. 그러나 창업 자금 투자에 관한 통념만 귀동냥한 많은 사업가들은 이런 대안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모른다. 게다가 인터넷을 활용하면 투자자 범위를 넓히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공식이 어떤 사업에나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모델에 적합한 사업이라면 회사를 빚더미에 앉히거나 투자자들의 요구에 쩔쩔맬 필요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이다. 또한 나중에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받을 필요가 생기더라도 창업 초기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제 이 전략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성장시킨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자.
(1) 선불 모델: 통신판매용 카달로그 판 돈으로 창업한 바나나 리퍼블릭
선불 창업 모델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또한 고객의 돈으로 창업하기 모델 5가지 가운데 가장 간단하다. 서비스 기업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방을 리모델링 하고 싶은가? 디자이너와 시공사에 전체 공사비 중 일부를 선불금으로 내야 한다. 다음주 화요일에 덴버로 가는 항공권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오늘 항공권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인도 방갈로르의 비나이 굽타는 2006년 ‘바이어(Via)’를 창업해서 인도 여행 산업의 거물로 키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항공사보다 나은 커미션과 실시간 티켓팅 기술을 내걸고 인도 영세 여행사에 착수금 5,000달러(약 540만 원)를 요구했다. 창업 석 달 만에 여행사 200곳이 가입했다. 비나이 굽타는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자금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 여행사를 고객사로 둔 ‘바이어’가 지난해에 올린 매출액은 5억 달러(약 5,400억 원)였다.
1978년 멜 지글러와 패트리샤 지글러는 고객들의 선불금으로 바나나 리퍼블릭을 창업했다. 두 사람은 바나나 리퍼블릭 통신판매용 카달로그를 1달러에 팔았다.
방송 관계자들이 바나나 리퍼블릭 상품과 멜 지글러가 쓴 독특한 카달로그 문구에 관심을 보이면서 바나나 리퍼블릭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다.
(2) 구독형 모델: 월 11만원 받고 미국 청소년 숙제 도와주는 ‘튜터비스타’
구독형 모델은 선불 창업 모델만큼이나 친숙하고 간단하다. 고객이 상품(유기농 채소 한 박스)이나 서비스(신문이나 케이블 TV)에 대한 선불금을 낸다. 그러면 일정 기간 동안 연속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달의 와인에서 남성용 속옷에 이르기까지, 요즘 구독형 수익 모델이 뜨는 이유는 뭘까? 거의 모든 인터넷 기반 사업을 이 모델로 손쉽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슈난 가네쉬는 2005년 인도 교사 3명과 ‘튜터비스타(TutorVista)’를 창업했다. 이들은 인터넷전화(VOIP)로 미국 청소년들의 숙제를 도와줬다.
서비스 요금을 한 달에 100달러(약 11만 원)씩 내면 ‘무엇이든 가르쳐주는’ 회원제 서비스는 미국 학부형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 무료 체험 기간이 끝난 후 재가입하는 비율이 금세 50%를 뛰어넘었다. 벤처캐피탈 자금까지 투자 받으면서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 수혈을 받지 않았더라도 튜터비스타가 계속 성장할 수 있었을까? 물론이다. 하지만 크리슈난 가네쉬가 꿈꿨던 것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튜터비스타는 런던에 본사를 둔 교육•평가•미디어 그룹인 피어슨에 튜터비스타를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인수됐다.
단, 구독형 모델은 오늘의 뉴스나 채소처럼 ‘사라지는(perishable)’ 상품이거나 세일즈포스 소프트웨어나 가정용 전기처럼 정기적으로 소비되는 상품일 때 적격이다. 속옷이나 신발처럼 꽤 오래 쓰는 상품이 매달 배달될 경우 고객들은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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