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트 5 : 다가가는 것과 물러서서 조망하는 것

글쓴이: PhotoO  |  등록일: 01.19.2015 09:42:58  |  조회수: 1865
[사진 : PhotoO, “Lovely Couple″ (2014년 6월 29일)]


■ 다가가는 것

다이안 아버스­(Dainae Arbus, 1923-1971)는 1958년 한 여류사진작가로부터 다음과 같은 말을 듣습니다.

“빛은 가장 위대한 정신의 수용체이다. 사진에서의 빛이란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사진은 빛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가서 비추어라. 가서 드러내라. 세상에 가려진 것, 소외된 것, 버림받은 것, 모든 상처 입은 영혼들이 너의 빛을 기다리고 있다.”

- 진동선, [영화보다 재밌는 사진 이야기], 푸른세상, 225쪽에서 재인용.

이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패션 사진을 때려치우고, 세상이 저주의 대상으로 여기는 기형인들, 난쟁이, 거인, 문신한 흉측한 사람들을 찾아가 [기형인] 시리즈를 찍죠. 부잣집 딸로 태어나 패션 사진에서 떠나 60년대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카메라를 들이대던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괴로워하며, 마약, 이혼 등을 통해 자신의 삶마저 망가뜨리다가 1971년 자살합니다. 어쩌면 그녀는 자기 스승이 주문했던 대로 “삶의 무게가 사진의 무게가 되기 위해” 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르지요.

쌍안경으로 세상을 본 적이 있나요? 그것은 무언가를 확대해주어서 그것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주지만, 동시에 당장 내 앞에 있는 내 삶을 잊게 하는 마약과도 같은 시선입니다. 기본적으로 도둑촬영의 시선인 그것은, 내 삶의 무게와 피사체의 무게가 같지 않다면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될 무기이기도 한 것이지요.

우리는 망원렌즈를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 멀리 있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 가져도 될 자격이 나에게 있는가? 참 감사하다, 미안하다.

■ 물러서서 조망하는 것

1970년대 베트남전. 대부분 사진작가가 남베트남 미국 전선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유일하게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서 북베트남에 잠입한 사진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바로 프랑스 출신 사진작가 마크 리부(Marc Riboud)죠.

광각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이 사람이 생각난 이유는, 물러선 시선을 갖는다는 것, 와이드-앵글을 보여준다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을 때, 한발뒤로 물러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렌즈의 초점거리에 상관없이 ‘더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와이드-앵글의 미학입니다.

초광각의 렌즈 자체도 중요하지만, 저 중요한 건 상황과 역사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사진가의 의식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시선 없이 함부로 광각렌즈를 들고 아무거나 찍으면 정말 사진이 지저분해질 뿐입니다.

§ 출처 : 서울비 . 블로그 : http://seoulr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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