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노트 1 : 좋은 사진이란

글쓴이: PhotoO  |  등록일: 01.15.2015 09:44:13  |  조회수: 3935
[사진 : 나다니엘 페인, “Babe Ruth Retires No. 3″ (1948년 6월 13일)
페인은 이 사진으로 1949년 퓰리처상을 수상한다.]

'일상 중 행복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80년 동안 산 스위스의 한 노인의 삶. 잠자는 시간 26년, 일하는 시간 21년, 먹고 마시는 시간 6년, 담.배를 피우는 시간 3년. 그 중 행복했던 시간을 헤아려보니 불과 46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행복했던 시간. 그 짧은 시간을 지속시키는 힘.  -PhotoO-

■ 좋은 사진이란 게 뭘까?

과연 좋은 사진이란 게 무엇이냐, 좋은 사진이라는 게 있기는 한가? 저는 좋은 사진은 그 사진을 찍은 사람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이든 반성이든 어떤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차피 평가는 주관적이지만, 만약 여러 사람이 좋은 사진이라고 얘기하는 게 있다면 아마도 그런 사진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게 ‘사진가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카메라의 화질,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순발력과 인내, 빛을 다루는 능력, 심도와 화각을 고려한 렌즈 선택, 적절한 프레이밍과 구도, 주제를 부각시키는 후보정 등등 역시 모두 중요하지요. 그러나 하나만 선택하라면, 저는 역시 피사체를 사진으로 담는 사진가의 시선이야말로 사진을 만드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 중요한 건 ‘시선’ (point of view)

나다니엘 페인은 도대체 앞모습 찍기도 아깝고 바쁜 상황에서, 쓸 데도 없을 뒷모습을 찍으러 뒤로기어들어 갈 생각을 했을까요? 적어도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비싼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기다렸다가 연사를 잽싸게 갈긴다고 해서, 적정 노출을 잘 계산했다고 해서, 망원렌즈와 광각렌즈를 모두 준비했다고 해서, 삼분할 구도를 잘 지킨다고 해서, 버닝(burning)과 닷징(dodging)을 통해 후보정을 예술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베이브 루스의 뒷모습을 찍을 수 있었던 건 아니라는 겁니다.

또한, 남들이 얘기하는 가장 사진 잘 나오는 자리를 잡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함도 좋은사진과는 아무 상관이 없을지도 몰라요. 소위 밴티지 포인트(vantage point)가 아니라, 시선(point of view)이 중요하다는 것이죠. 오직 떠나는 늙은 영웅에게서 과거의 영광을 바라보고 싶어하는 관중의 관점이 아니라, 저무는 역사의 한편에서 지난 영광을 떠올리는 베이브 루스 자신의 시선으로 옮겨가고자 했던 그 동감하는 마음만이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였죠. 이토록 사진은 피사체에 육박해 들어가는 것입니다.

찍히는 사람이나 대상의 마음을 느끼는 것. 찍히는 대상에서 발견한 어떤 것을 그대로 옮겨 담아주고 싶은 사진가의 마음.

바로 이것이 자동카메라의 시대에 사진이 이제 아무나 찍는 것이 되었지만, 아직도 ‘좋은 사진’을 아무나 찍지 못하는 이유일 겁니다.

■ 좋은 사진을 위한 제1원칙

그래서 제1원칙: 좋은 사진은 사랑이 많은 사람, 대상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찍는다.

마음과 시선을 닦고 배워 피상적인 이해에서 더 넓고 풍부한 이해로 나아가자. 이것이 제가 가장 배우고 싶고, 또 카메라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말해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이미지가, 에드워드 웨스턴의 말처럼 “사물 그 자체”에 뿌리내리고 있지 않으면 사진가는 실세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입니다. 그런 사진가는 단지 자아를 기준으로만 이미지를 정당화할 수 있습니다. “이건 내가 느낀 방식이다.” 라고요. 머지않아 이런 태도는 아주 진부하고 피상적인 작품들을 정당화하려는 헛된 노력에 대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번쇄한 정신분석 작업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데이비드 헌(매그넘), “사진가론(On Being a Photographer)”, 캔로그웰닷컴, 1997.

여러분은 어떤 시선으로 피사체에게 다가갑니까?


§ 출처 : 서울비 . 블로그 : http://seoulr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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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JerseyBoy  01.15.2015 11:25:00  

    Link 가 않되네요.

    나도 사진을 찍을줄 몰라 장비는 다 준비해도 그것도 생각같이 쉽지 않네요.  그림을 그릴줄 모르니 카메라가 대신 찍어 줄거라해서 쉬울줄 알았는데 그것도 예술에 감각이 있어야 하는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예술 작품, 즉 남이 좋와하는 사진, 보다 내가 본것을 오래 기억 하고 그당시 의 감정을 기억하려고 일기장 대신 카메라 를 씁니다.  Exposure, focus, sharpness, composition 다 생각않고 희미한 사진 이라도 오래 있다가 보면 그 여행을 다시 상기 하기가 쉽지요. 

    요즘 디카로 많이 찍어 싫으면 버리고 다시찍고 합니다.  메모리가 싸니 사진을 여행 기록 일지 대신 씁니다.  하다 못해 동네 이름도 써두지 않고 사진으로 그 이름 이 있는 팻말 찍어두지요.

    하여간 사진 잘찍는 사람들 부러워요.  링크나 고치세요 찾아가 보게.

  • PhotoO  01.15.2015 11:44:00  

    예술적 감각이 더해진다면 무엇보다 좋겠지만,

    선생님처럼 일기장 용도로 사용하시는거면,

    그 부분에서 신경을 안쓰셔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노출값, 포커스, 선명도, 구도는 일기장 역할을 하려면 더욱 중요해요.

    이런 장치들 하나 하나가 선생님께서 그때 느끼셨던, 그때 바라보셨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해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요.

    오래 있다가 보면, 그 여행을 다시 상기하시는데, 더 생생한 감동이 전달된다면

    훨씬 좋겠죠 ?

    링크 수정했습니다. 다시 한 번 해보세요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