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혐의로 1400억원이 넘는 세금과 벌금이 부과된 중국 여배우 판빙빙(范氷氷·37) 사건이 중국 연예계 전반에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매체들은 일부 톱스타에게 천문학적 출연료가 몰리는 연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계정인 ‘협객도’(俠客島)는 4일 논평을 통해 “중국 연예계 최대의 탈세 사건 이면에는 혼란스러운 업계 정황이 있다”면서 “이면계약, 탈세 등 문제는 중국 연예계 스타들의 천문학적인 몸값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논평은 “중국 톱스타들의 출연료는 영화, 드라마, 웹드라마 등 제작 예산의 3분의 2에 달한다”면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면계약을 비롯해 탈세를 위한 온갖 수법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또 ‘2017년 중국 스타 수입 순위표’를 근거로 들며 “상위 10위 스타들의 지난해 수입을 합치면 22억위안(약 3500억원)에 달한다”면서 “상위 100위까지 합산하면 70억위안(약 1조1400억원)이 넘는다”고 밝혔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4일자 사설에서 “판빙빙에 대한 처벌은 상징적인 사건”이라며 “이는 중국 연예계뿐 아니라 중국 사회에도 상징성이 있다”고 했다. 환구시보는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의 법망과 과세망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며 “누구든 요행을 바라다가는 언제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줬다”고 했다. 신문은 “당국은 세금문제가 있는 연예업계 관계자들에게 연말까지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할 것을 이미 권고한 상태”라며 “세금 문제를 안고 있는 영화·방송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엄숙한 최후통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판빙빙 사건은 6월초 유명 진행자 추이융안(崔永元·55)이 이면 계약 문제를 폭로하면서 번졌다. 추이융안은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판빙빙이 출연한 영화) <대폭격>이 ‘대사기’였다는 사실이 재차 증명됐다”며 “사기극에 참여한 한 명은 이미 처벌을 받게 됐다”고 판빙빙 탈세 사건을 언급했다. 조사 결과 판빙빙은 할리우드 합작영화 <대폭격>에 출연하면서 3000만위안(약 49억원)을 받았지만, 1000만위안으로 축소해 신고했다. 당시 추이융안은 판빙빙과 함께 유명 영화감독인 펑샤오강(馮小剛·60)도 이면 계약 당사자로 지목했다. 펑 감독은 지난달 웨이보에 자신은 판빙빙의 이중계약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탈세 스캔들’의 다음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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