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입맞춘 다문화 아미 그 뜨거운 떼창(김영대 음악평론가)

글쓴이: 케세라  |  등록일: 10.04.2018 09:47:52  |  조회수: 702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는 여느 대중음악 콘서트와 다르다. 이제는 글로벌 팝 현상이라 불리는 방탄소년단의 음악적 위상과 역량을 확인시켜줌은 물론, 이 현상을 견인한 장본인인 팬덤 ‘아미’의 애정과 자부심을 과시하는 일종의 전시회 성격도 띠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일정인 북미 공연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를 필두로 대형 아레나 공연장에서 벌어지는 총 보름간의 공연이 발매와 동시에 모두 매진됐고, 투어에 쏟아지는 뜨거운 반응이 지역 뉴스로 속속 보도되는 등 현지의 이례적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프로농구(NBA) 스타 마이클 조던의 동상이 세워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주변은 굿즈와 스탠딩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온 팬들의 야영 텐트로 둘러싸여 있었다. 휴가까지 내고 모든 공연을 따라다니며 투어를 즐기는 일부 열성 팬들의 모습은 영미의 유명 록 밴드 투어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청소년층 비중이 높은 팝스타 공연에 가족 단위 관객 비율이 높은 것 역시 미국 공연 문화를 확인시키는 부분이었다. 다문화 도시인 시카고의 특징을 반영하듯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시안 등 다양한 인종의 관객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는 특정 인종을 중심으로 관객이 형성되는 다른 음악 장르 공연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라 독특하게 느껴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방탄소년단 공연이 펼쳐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내부 모습. 미 프로농구 스타 마이클 조던 동상 뒤로 방탄소년단 ‘러브 유어셀프’ 월드투어를 알리는 문구가 보인다. 김영대씨 제공2~3일 이틀간 펼쳐진 ‘러브 유어셀프’ 시카고 공연은 딱히 흠을 잡기 어려울 만큼 성공적이었다. 음악적 측면에서 탁월했던 부분은 화려한 집단 퍼포먼스가 주가 되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면서도 그룹 무대만큼이나 솔로 무대와 유닛 무대에서도 그 장점이 오롯이 전달되었다는 점이다. 느린 템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동작들로 섬세한 동작을 선보인 ‘세렌디피티’, 영상부터 무대까지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로 몰입감을 높인 ‘싱귤래러티’ 등 솔로곡들의 예술성은 히트곡 무대만큼 매력적이었다. 미국, 그것도 흑인 비중이 유독 높은 시카고의 특성 때문인지 앞서 언급한 리듬앤블루스(R&B) 장르의 곡들, 그리고 ‘아우트로: 티어’ 등 힙합 장르에 대한 반응은 더욱 남달랐다.

다양한 인종을 아우른 관객들이 거의 모든 가사를 외워 따라 부르는 모습은 현재 ‘비티에스(BTS) 현상’의 강도와 보편성을 동시에 입증하는 것 같았다. 팝스타에 대한 열광이 새삼스러울 이유는 없지만, 긴 시간을 촘촘하게 메운 함성이 특별한 부가적 연출이 필요없을 정도로 쉼 없고 단단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솔로곡들도 서로 다른 이유로 팬들에게 중요한 순간이 되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의미를 가진 공연으로 만들어진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미국 대중을 대상으로 한 한국 아티스트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특별하게 느껴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방탄소년단 공연이 펼쳐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팬클럽이 만들어 나눠준 응원용 손팻말. 김영대씨 제공그 핵심에는 비티에스라는 원석을 발굴해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스타로 키워냈다는 미국 팬들의 자부심이 자리하고 있는 듯 보였다. 팬클럽에서 만들어 나눠준 응원용 손팻말에는 “넘어져도 괜찮아. 아미는 늘 방탄 옆에 있을게”라는 문구가 한글로 적혀 있었다. 방탄소년단 리더 RM은 이날 공연을 시카고에서 방문했던 아쿠아리움에 빗대 “우리 모두는 서로 너무 다르지만 사랑으로 가득찬 아쿠아리움 속 물고기와 같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오는 6일에는 뉴욕 시티필드에서 4만 관객과 함께 미국 투어의 피날레가 펼쳐진다. 미국 팝 슈퍼스타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역사적인 스타디움 공연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나는 겉으로 보이는 성취보다는 ‘러브 유어셀프’ 공연에서 드러난 방탄소년단 열풍의 본질에 집중하게 된다. 군무같은 팀워크만큼이나 개인의 개성을 강조하는 유기적인 음악 창작, 트렌디한 음악 속에 담긴 진솔한 메시지와 태도의 각별함, 마지막으로 이 모습에 공감하는 열광적인 팬덤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유대감이야말로 대중음악에서 그 어떤 마케팅 전략에 우선하는 최고의 레시피임을,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 펼쳐진 ‘러브 유어셀프’ 투어가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시카고/김영대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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