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훈 약속 지킨 전웅태 "멘털 잡아준건 내 등 뒤, 진화 형"

글쓴이: Lucina  |  등록일: 08.09.2021 09:52:32  |  조회수: 276
정)진화 형이 ‘그래도 다른 선수가 아닌 네 등을 보며 결승선을 통과해 마음이 편했다’고 말해줬어요. 아침에 같은 방에서 눈 뜰때 마다 꼭 함께 포디움에 오르자고, 4위 만큼은 하지 말자고 약속했는데. 짠했죠. 제가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형이 멘털을 잡아준 덕분이이거든요.”

도쿄올림픽 근대 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26)는 8일 전화 인터뷰에서 함께 출전한 정진화(32) 얘기부터 꺼냈다. 전날 경기에서 전웅태가 3위, 정진화가 4위로 들어왔다. 전웅태 등을 보고 달려온 정진화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한참을 꼭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근대 5종은 한 선수가 하루에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등 5개 종목을 모두 하는 극한의 종목이다. 둘은 한국에서부터 하루 15시간씩 ‘좀비’처럼 훈련해온 사이다. 그런 노력 덕분에 “근대 5종이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사람이 늘었다.

전웅태는 “꼭 그 얘기를 듣고 싶었거든요. 진화 형하고 ‘우리가 앞장서서 알리지 않으면, 알릴 사람이 없다’고. 어젯밤 둘이 불 끄고 누웠는데 ‘훌쩍훌쩍’했죠. 찡해서. 서로 축하 받은 연락을 보여주면서 너무 좋다고 했어요. 진화 형은 너무 진짜 본받을 만한 선수에요. 자기 관리가 철저하죠. 여자부 김(세희), (김) 선우까지 셋 다 대단해요. 메달을 딴 사람이 승자가 아니라 네 명 모두 승자에요. 한국 근대5종 역사 한 페이지를 작성했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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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한 한국 정진화(오른쪽)와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레이저런 경기 결승선을 통과한 후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후 취재진의 ‘수고했어요’ 한마디에, 입을 틀어 막고 눈물을 쏟았다.
“5년 동안 준비한 시간들이 생각났어요. 힘들었을 때, 기쁠 때가 한꺼번에 교차했어요. 그런데 부끄럽네요. 막 울고 그런 스타일 아닌데. 하하.”

-어제 몇 시에 들어왔나.
“밤 11시 정도. 도핑 검사가 있었어요. 1시간반~2시간 정도 걸렸어요. 2㎏ 정도 빠진 것 같아요. 67㎏에서 65㎏정도. 후유증이 커서 그런지, 종아리가 찢어질 듯 아파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식욕이 생기지 않아 간단히 먹고 누웠고, 축하 인사 하나하나 읽어보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어요.”

-코치들도 고생했죠.
“코치님 9분도 고생 많았어요. 저 혼자 이뤄낸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제가 ‘금 같은 동메달이다’라고 얘기했어요. 이제 시작이죠.”

-작년에 예능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출연해 “사람들이 근대 5종을 잘 몰라요”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진행자 서장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말했는데, 결국 메달을 땄다.
“메달 따면 다시 출연하기로 약속했거든요. 다시 나가고 싶네요(웃음).”
-“할 수 있다”로 유명한 펜싱선수이자 친구 박상영(26)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던데.

“긴장하지 말고 차분하게 풀어가라고. 상영이는 ‘넌 나보다 멋있는 사람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외쳐줬어요.”

-이틀 전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9위에 그쳤는데, 수영, 승마, 레이저 런에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펜싱 랭킹 라운드에서 23~24승이 목표였어요. 비록 21승이었지만, 남은 4개 종목에서 충분히 뒤집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기를 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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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남자 근대5종에 출전한 한국 전웅태가 7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승마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선수들이 승마 장애물 비월에서 고전했다.
“장애물 중 한 개를 떨어뜨리고 시간 감점을 받긴 했어요. 사실 앞서 과테말라 선수가 저랑 같은 말을 타고 낙마했거든. 일본 마주가 울더라고요. 도리어 제가 ‘걱정마. 말 멋지게 타는 모습 보여줄게’라고 말해줬어요. 그리고 자신감 있게 탔죠.”

-근대5종 여자 아니카 슐로이(독일)의 경우 말이 장애물 넘기를 거부해 0점을 받았다. 말을 타며 계속 눈물을 흘렸다. 근대5종 승마는 제비뽑기로 정하는데.
“같은 동료로서 안타까웠죠. 경기장에서 지켜본 코치진과 스태프도 다 울었다고 하더라고요. 말이 자기의 실수가 되어버리니까. 고대 5종 경기에서 유래됐다고 들었어요. 전쟁처럼 적의 말을 뺏고, 창을 던지고, 뛰어가서, 강을 헤엄친다고. 그래서 말을 랜덤으로 고른다고 알고 있어요.”

(이후 슐로이의 코치가 말에게 주먹질한 게 드러나 출정 정지 징계를 받았고, 동물 학대 논란이 있었다. 전웅태는 통화 당시 이 사실까지는 알지 못했다.)

-한국에서의 하루 일과가 이랬죠? 오전 5시 45분에 일어나 6시부터 육상, 10시부터 수영. 오후 2시부터 승마, 4시부터 펜싱, 7시부터 9시까지 웨이트트레이닝. 하루에 15시간 훈련이라니. 운동에 미친 좀비 같았어요.
“훈련 좀비요? 그게 맞습니다. 팩트죠(웃음).”

-왼팔에 20㎝ 수술 자국이 있어요. 고등학생 때 낙마해 말발굽에 밟혀 뼈가 부러졌죠? 아직도 철심을 못 뺐다는데.
“근대 5종 선수들은 훈장이 하나씩 있어요. 말을 타다 다친 선수들끼리는 훈장이라고 해요. 제가 이 자리까지 있게 해준 상처죠. 전혀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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