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내려놓고 `모범택시` 탄 김의성 "보람되고 흥분

글쓴이: Londoo  |  등록일: 06.04.2021 16:12:28  |  조회수: 356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극본 이지현, 연출 박준우)에 출연한 김의성(56)은 한동안 '악역 전문 배우'로 불렸다. 영화 '부산행', 드라마 'W', '미스터션샤인' 등 여러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연기한 악랄하고 비열한 캐릭터가 워낙 모두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안방에서나 객석에서나 분노를 유발하는 건 언제나 그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선(善)과 악(惡)의 구도가 분명한 '모범택시'에서 그는 철저히 악을 심판하는 선의 편에 섰다. 그래서 였을까. 기존 이미지를 탈피한 그를 향한 시선은 완전히 뒤바꼈다. '모범택시'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스타뉴스와 만난 그는 그런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었다.

"이번 만큼 시청자 분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셨던 건 처음이었어요. 일하면서도 많이 보람되고 흥분됐죠. 마치 아침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식당 가면 막 퍼주시는 그런 게 있었어요. 응원해주시는 느낌을 받았죠. 지금까지 제가 해온 캐릭터가 응원받는 캐릭터는 아니었잖아요. 그런 면에서 조금 느낌이 달랐어요."

'모범택시'는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김의성은 택시회사로 위장한 사적 복수 대행 업체 '무지개 운수'의 대표 장성철을 연기했다. 장성철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와 함께 법으로는 처단할 수 없는 범죄 가해자들을 응징하며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시원함을 선사했다.

김의성은 "김도기가 사적 복수를 완성하는 실행자라면, 장성철은 그걸 기획하고 조직을 운영하는 정신과 역할이었다"며 "아무리 드라마지만 이렇게 사적 복수를 하는 것은 현실에선 안 되는 일이라 어렵고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걸 아무런 죄책감 없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장성철이 가족이 살해 당한 트라우마에서 출발했지만, 한편으로 죄를 용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죄를 사적으로 처벌하고 있는 분열적인 사람이었어요. 그런 분열성, 이중성에 대해 이해를 해야 했죠."

그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용서한 피해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며 장성철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내 마음이 편해지고 정리되기 보다는 분노가 끌어올랐다"며 "내 맘속에 저(피해자) 분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 순간 '아 장성철은 이런 맘이겠구나' 깨달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모범택시'는 지난 4월 9일 첫 방송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 코리아 기준 최고 16%(6회)를 달성했다. 당한대로 갚아주는 '무지개 운수' 팀의 활약은 현실에선 볼 수 없지만 모두가 꿈꾸는 복수 판타지를 선사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다. 김의성도 '모범택시' 인기 비결에 대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의성이 돌아본 '모범택시'의 공감 포인트는 무엇일까.

"'법이 (악인을) 충분히 벌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법이 무고한 사람들을 좀 더 강하게 보호해줘야 하지 않나'라는 안타까움을 많이 느끼는 거죠. 또 한편으로는 '법이 공평하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듯이, 법이 누구한테는 너그럽게 적용되고, 누구한테는 강하게 적용된다고 느끼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나서 대신 사람들의 감정대로 벌해주는 드라마를 보니까 당연히 통쾌하다고 느꼈을 것 같아요.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건드리지 않았나 생각해요."

'모범택시'는 장애인 노동착취, 학교폭력, 직장 내 갑질 등 지금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을 매회 에피소드 형식으로 사실감 있게 담아냈다. 김의성은 3~4회에 다뤄진 학교 폭력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꼽았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고 해서 죄의 무게가 가벼워지지 않는다'는 대사가 마음에 들었다"며 "여전히 학교 폭력은 없어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는데, 그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14회에 등장한 김도기의 감옥 액션신도 그가 꼽는 명장면 중 하나다. 그는 "촬영팀들도 훌륭하게 찍어 줬고, 무술 감독님도 멋지게 디자인을 해주셨다. 액션 대역 논란을 보란듯이 씻어낸 멋진 액션신이었다"고 전했다.

모범택시'는 방영 전 왕따 가해 논란에 휘말린 그룹 에이프릴 멤버 이나은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다행히 이나은의 공백은 배우 표예진이 빈틈 없이 메웠다. 김의성은 "이유야 어찌 됐든 같이 일하는 배우를 교체하는 곤란함과 아픔을 겪었고 걱정도 많았는데, 표예진 배우가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빨리 적응을 했다"며 "정서적으로 엄청 힘들었을 거다. 연기를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없어서 힘들었을 텐데 정말 잘 해줬다"고 치켜세웠다.

이제훈을 비롯해 배유람, 장혁진, 차지연 등 출연 배우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훈 씨는 저희랑 만날 시간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다양한 설정도 소화했어야 했어요. 무엇보다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이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느꼈죠. 배유람, 장혁진씨도 너무 착한 사람들이었어요. 좀 웃겼던 배우는 차지연씨였어요. 너무 군기 바짝 든 남자처럼 행동해서요. 드라마를 처음 해서 되게 긴장이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우리들 중에 제일 날라다니는 배우였죠."

김의성은 근래 보기 드물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배우다. 거침 없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지만, 다양한 사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 대중과 소통했다. 주로 SNS를 활용했지만 최근엔 활동이 뜸했다. 그나마 올리는 SNS 게시물도 이전보다 신중해졌다. 그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임의 무게가 많이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옳다고 생각한 게 옳지 않았던 것도 있고, 후회했던 것도 있어요. 사람은 항상 실수를 하니까요. 그 실수가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기도 하고요. 물론 응원해 주시고, 가능한 목소리를 내라는 분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상처가 된다면 조금 자제하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소속사를 옮기면서 회사에 좀 더 의지하고 믿고 따르자는 생각도 했어요. 혼자 막하던 것도 이제 어떻게 하는 게 좋겠다고 물어 보게 되고요."

모범택시'는 높은 시청률과 호평에 힘입어 시즌2 제작을 원하는 목소리가 높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펼쳐진 만큼, 시즌2가 나온다면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즌2가 제작이 된다면 출연 의사가 있다고 밝힌 김의성은 "이런 프랜차이즈 물이 나오기 어려운데, 좋은 세계관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모범택시'를 한 배우로서 두 번째 시즌까지는 책임져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2에 다뤘으면 하는 에피소드로 아동학대를 꼽았다. "특히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아동 학대 이야기를 했으면 해요. 그런 몇몇 사건들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정말 그거야말로 충분히 벌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바늘 위에 세워놔야 해' 생각이 들 정도로요.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시즌2 한다면 첫 에피소드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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