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를 발가벗긴 영화 '차인표', 웃기기보단 처절한 이유

글쓴이: Freemank  |  등록일: 01.08.2021 09:58:12  |  조회수: 646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는 제목부터가 특이하다.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섹소폰을 불며, 검지를 좌우로 흔드는 그 강렬한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던 차인표가 그 주인공이다.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딴 제목의 영화에 바로 그 차인표가 출연했지만 영화는 시작 전에 이 작품이 허구라는 걸 공지한다. '본 영화는 허구이며, 극중인물은 실제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차인표는 극중인물인 차인표를 연기하는데, 그가 배우이고 대중들에게 늘 바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멋진 그런 인물이라는 점은 극중인물과 실제인물인 차인표가 같지 않다는 공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물론 <차인표>는 우리가 드라마에서 봐왔던 그 멋진 모습이나, 예능에서 소비되기도 했던(분노의 칫솔질 같은) 과장된 행동으로 우스꽝스런 이미지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최고의 전성기를 지나 '연기 4대천왕' 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들어가고 싶어도 잘 끼워주지 않는 극중인물 차인표는 어딘지 실제 차인표와 비슷해 보인다. 그렇지만 극중인물이 영화 속에서 겪게 되는 사건들은 말 그대로 과장된 B급 코미디의 연속이다. 등산 산책을 하다 넘어져 개똥을 손에 묻히고도 팬들 앞에서 그걸 숨기기 위해 주머니에 넣고 닦아내는 이 인물은 결국 진창에 넘어져 더럽혀진 옷과 얼굴을 씻기 위해 여학교 체육관에 들어가 샤워를 하다 붕괴된 건물에 갇히게 된다.

발가벗겨진 채 그것도 여학교 체육관 샤워실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그는 매니저 조달환을 불러 조용히 자신을 구조해 달라 요구하지만, 상황은 그가 원하는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의 반 이상을 갇힌 채로 연기하는 이 작품은 결국 그를 홀랑 벗겨버리는(옷도 벗기지만 그의 이미지도 벗기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사실 차인표가 아니라면 이 영화는 아무런 감흥을 주기 어려운 단순한 스토리에 B급 아니 C급이라고 해도 될 법한 황당한 코미디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차인표라는 배우가 그간 쌓아온 단단한 이미지가 있어 영화는 힘을 받는다.

마치 자신이 매체를 통해 보여줬던 그 이미지에 갇혀 있던 차인표가 그걸 벗기 위해 벌이는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그래서 차인표를 위한, 차인표에 의한, 차인표의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영화는 B급 코미디라는 그 장르적 특징을 염두에 두고 생각해보면 기대한 만큼 웃기거나 재밌지는 않다. 어딘지 뻔한 설정들이 반복되고, 결국 예상한대로의 결말을 향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뻔한 설정들조차 차인표라는 배우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남을 작품이 바로 <차인표>이기도 하다.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댓글
  • ryry0903  01.11.2021 10:19:00  

    기대는 안하고 봤지만 , 보고난 후 정말 시간이 아깝다고 느끼게 해주는 영화입니다. 킬링타임이란 말에 "킬링"이란 말조차 무색하게 만드는....넷플릭스에서 하는 한국 드라마는 몰라도 한국 영화는 확실히 볼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