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 日아카데미 최우수연기상 수상 심은경 인터뷰

글쓴이: Garret  |  등록일: 03.12.2020 09:45:26  |  조회수: 1371
2014년 심은경(26)은 스무살의 나이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큰 눈을 껌뻑거리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본인이 최고영예를 안을 것이라곤 예상치 못했던 배우는 수상소감을 위해 마이크 앞에 섰을 때도 눈물을 참느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했다. "너무 죄송합니다. 어린 제가 받아서"라고 말했다. 그의 팬들은 올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시간이 한 번 더 반복되는 듯한 기묘한 체험을 했다. 심은경이 일본 진출 3년 만에 최우수 여우주연상 주인공으로 이름이 불린 것이다. 그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눈을 끔뻑이다가 마이크 앞에서 울음을 삼키고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아무런 준비를 못했다. 죄송하다"고 했다.


12일 배우 심은경은 매일경제와 서면으로 인터뷰하며 "2014년 백상예술대상에서나 이번 일본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나 내가 수상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시상식은 축제의 의미도 있기 때문에, 오롯이 축하해주는 마음과 감사의 마음으로 참석하는데, 너무 훌륭한 배우 분들과 함께 오른 자리에서 생각지도 못한 큰상을 받아 정말 많이 놀랐다"고 밝혔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잘 안 납니다."


1978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이 시작된 이래 한국 배우가 최우수연기상을 받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적인 순간은 3년 전부터 일본어 실력을 기초부터 차근차근 닦아온 노력에서 비롯됐다. 그는 "언어의 기본적인 틀을 잡고 그 위에 다시 캐릭터의 감정과 연기적인 표현을 얹어야 했던 것이 어렵게 다가왔다"고 돌이켰다. "일본 현장에서는 모든 스태프들 앞에서 인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촬영 준비에 들어가는데요. 처음엔 제가 낯가림이 있어서 쑥스럽게 인사했었는데, 이젠 적응이 되어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는 출연·제작진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만남에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조성할 정도로 완벽히 적응했다. 지난 해 4월 말엔 연기 인생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컷이 없는 연극은 외국인 연기자가 소화하기에 영화보다 어려운 분야다.


"톰 스토파드 극, 앙드레 프레빈 작곡의 음악극인 '에브리 굿 보이 디저브스 페이버'(Every good boy deserves favor)라는 연극에 '사샤'라는 9살 소년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일본의 연기파 배우 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아주 큰 기회였습니다. 1300석 정도 되는 큰 무대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연습할 때부터 마지막 공연 날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신문기자' 나 '블루아워' 가 공개되기 전에 일본 관객 분들 앞에 처음으로 제 연기를 선보였던 무대였기 때문에 공연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습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본영화에 끌렸다.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본 후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제 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섬세하고 슬픈 영화였습니다. 해당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최연소 수상한 야기라 유야 배우님의 눈빛에 압도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가 연기한 요시오카 에리카는 외압에도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는 신문기자다. [사진 제공 = 더쿱]


'신문기자'는 아베 신조 정권에서 일어난 사학비리를 모티프로 삼은 영화다. 일본에서 드문 사회고발성 영화라 제작 단계에서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은 건 여주인공 캐스팅이었다. 감독은 정권의 압력에도 진실을 끝까지 파헤치는 신문기자 요시오카 에리카 역으로 처음부터 심은경을 염두에 뒀다. 심은경이 그간 보여준 연기와 캐릭터가 진실만 좇는 주인공과 딱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심은경은 "뭔가 한 가지에 빠지면 골똘히 그 부분을 조사하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캐릭터와 닮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는 인간군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매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요시오카 에리카는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했고,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부딪혀나간 인물이었습니다. 그 굵직한 면모가 요시오카 에리카라는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됐네요. 그리고 그런 요시오카를 통해서 보이는 저널리즘에 관한 물음, '우리는 어떤 식으로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가' 에 대한 성찰이 느껴졌던 대본이었습니다."


신문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신문사 견학을 하며 기자들의 특징을 잡았다. 거북목으로 일하는 게 인상 깊어 연기에 적용했다고 한다. "취재할 때 수첩을 사용해 메모하거나, 습관적으로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부분은 제 나름대로 만든 요시오카 에리카만의 습관이에요."



현재 26살로 배우계에서 어린 축에 속하지만 연기 경력은 15년이 넘었다. 2004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영화 '도마 안중근'으로 데뷔했다. 이후 코미디 장르 '수상한 그녀', 독립영화 '걷기왕', 좀비물 '부산행' 등 장르와 영화 규모, 배역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폭 넓게 출연해왔다. 심은경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매번 다르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물의 주체성을 많이 보게 됩니다. 내가 연기할 인물이 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독립성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그 인물에서 내 연기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백이 있는지, 그런 명확함이 캐릭터 안에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대본을 읽게 됩니다."


모국에서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영화계에 갓 데뷔한 신인처럼 한 계단씩 밟았다. 한국에선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2017년, 그런 도전을 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배우라는 직업의 핵심은 '커리어'보다는 '소양'에 있다고 대답했다.


"저는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데, 새로운 경험과 교양을 쌓고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활동을 결심한 계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예전부터 일본 영화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언젠가 일본에서의 작품활동도 이루어지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크게 실현이 될 줄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에게 있어 배우라는 직업의 자질은 '소양'을 쌓아가는 것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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