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간 변신 또 변신 `타고난 승부사` 이효리 <김인구 기자의 인물 탐구>

글쓴이: 챗둫  |  등록일: 07.30.2019 11:33:16  |  조회수: 627
원조 걸그룹 핑클의 이효리(40·사진)가 JTBC 예능 ‘캠핑클럽’으로 돌아왔다. 그룹 활동으로 치면 1998년 데뷔한 지 21년, 2005년 공연을 끝으로 멤버들과 헤어진 지 14년 만이다. 예능 방송 출연으로는 지난해 ‘효리네 민박’ 시즌2 이후 1년여 만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컴백인데 이효리는 돌아올 때마다 기대를 품게 하는 매력이 있다.

‘효리네 민박’에서 자신의 제주도 집 안 깊숙한 곳까지 공개한 터라 무슨 신선함이 더 있겠나 싶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가수로서, MC로서, 때론 연기자로서 자신이 결정한 일에 과감하게 모든 것을 거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 때문이다.

핑클 데뷔 이후 21년간 이효리의 이미지는 크게 세 번 바뀌었다. 가수 김장훈이 ‘콘서트의 신(神)’이자 ‘기부왕’으로서의 모습을 유지하거나, 배우 전지현이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고도 도도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잃지 않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핑클 안의 이효리는 살아 있는 ‘요정’이었다. 1999년 2집 히트곡 ‘영원한 사랑’에서 “약속해줘”라고 노래하며 새끼손가락을 거는 안무 동작에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내밀었던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긴 생머리에 앳된 미소는 뭇 남성팬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그러나 이효리의 참모습이 드러난 것은 솔로로 독립하고 난 이후다. 요정처럼 맑고 순수해 보였던 그는 마치 “이제부턴 나쁜 여자가 될 거야”라고 외치듯 과감한 노출과 강렬한 댄스를 선보였다. 끈적거리는 ‘텐 미니츠(10 Minutes)’의 비트에 맞춰 남자를 유혹하는 모습은 파격을 넘어 충격이었다. 곧바로 ‘팜파탈’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2000년대 중반, 이효리의 전성시대였다. 이효리는 거의 날마다 국내 스포츠신문의 1면을 장식했다. 그가 입고 먹고 쓰는 모든 것들이 화제가 됐다. 광고계도 접수했다. 애니콜, 처음처럼 등… 당시 연간 광고 매출만 50억 원이 넘었다.

그즈음 이효리의 담대함에 감탄한 적이 있다. ‘텐 미니츠’의 성공에 힘입어 이효리가 SBS 드라마 ‘세잎 클로버’의 주인공으로 발탁됐을 때다. 기대가 높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실망스러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부 갈등까지 겹쳐 도중에 연출자가 교체되고 드라마는 조기에 종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칭찬 일색이던 기사가 일제히 비난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26세의 이효리는 당황하지 않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눈 밑에 좁쌀 같은 물사마귀가 생길 정도였지만 흔들림 없이 현장을 지켰다. 그는 오히려 “이젠 평범한 얼굴에 키도 작은 이효리다. 내 본래 모습을 보여주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타고난 승부사였다. 큰일이 벌어지면 연예인들은 소속사나 매니저를 통해 간접 해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효리는 늘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2006년 솔로 두 번째 앨범 타이틀 곡 ‘겟차(Get Ya)’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을 때는 미련 없이 타이틀 곡을 포기했고, 2010년 네 번째 앨범 수록곡 ‘치티치티뱅뱅’이 표절로 판명 나자 이를 곧바로 인정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이효리는 어려운 문제를 자기 손으로 담판 짓는 협상가로도 유명했다. 소속사를 옮기거나, 새 앨범을 내거나, 인터뷰하거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에는 반드시 대표, 제작자, 기자, PD를 직접 만나 ‘거래(deal)’를 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엔 주저함이 없었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이런 성격이 겉으론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로 포장됐으나 어쩔 수 없이 “거만하다”는 오해도 샀다.

하지만 이효리는 실제로 낯가림이 매우 심한 스타일이다. 연예인 친구가 별로 없다. 지인들과는 깊은 인연을 유지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는 말과 표정이 없다. 이런 성격은 ‘캠핑클럽’에서도 종종 비친다. 리더로서 다른 멤버를 이끌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때가 많은 걸 보면 그렇다.

아마 경쟁이 치열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남들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효리가 자신 속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삶의 방향을 송두리째 바꾼 건 결혼 이후 같다. 시끌벅적한 연애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그는 2013년 9월 1일 제주도에서 무명의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소박한 결혼식을 올려 팬들을 놀라게 했다. ‘효리네 민박’에 나왔던 제주도 집을 배경으로 들꽃 부케를 든 이효리의 결혼식 사진은 지금도 유명하다. 이효리의 결혼식을 기점으로 스타들의 결혼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원빈-이나영(2015년 5월 30일), 안재현-구혜선(2016년 5월 21일), 김무열-윤승아(2015년 4월 4일) 등은 화려한 호텔 예식 대신 ‘스몰웨딩’을 택해 주목받았다.

이후의 이효리는 보다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채식주의자 생활을 더욱 뚜렷하게 했고, 동물 애호가로 활동했다. ‘효리네 민박’으로 화제를 모으며 광고 출연 제의가 빗발쳤으나 CF에 출연하지 않았다. 도리어 제주도 집을 팔고 더욱 짐을 줄이며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했다. 이와 함께 그에 관한 안티도 씻겨 내려갔다. 거만하고 도도했던 스타이지만 밉지 않은 이유다.

‘캠핑클럽’으로 돌아온 이효리는 어느 때보다 짐을 내려놓은 것 같다. 멤버들을 향한 눈물 어린 고백에서 그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세상과 날카롭게 맞섰던 승부사는 이제 양보와 배려의 미덕을 알았다. 때론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걸 아는 노련한 승부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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