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 "남편 신성일, 불쌍.. 유명인과 결혼하지 말아요"

글쓴이: cogent  |  등록일: 04.05.2019 09:50:42  |  조회수: 1186
청춘 신성일, 전설이 되다’ 전시 개막인인 4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내 한국영화박물관을 찾은 배우 엄앵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고(故) 신성일은 왜 ‘청춘의 아이콘’이라 불렸을까. 한국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배우 신성일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전시가 열렸다.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 내 한국영화박물관에 마련된 ‘청춘 신성일, 전설이 되다’이다.

개막일인 4일 부인인 배우 엄앵란(83)이 전시장을 찾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5개월 만의 외출이었다. 전시장에서 취재진을 만난 그는 정정한 모습으로 농담부터 건넸다. “물어볼 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이제는 슬플 것도 없고, 숨겨둔 애인도 없고….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하하.”

엄앵란은 “우리 남편이 유명한지는 알았지만, 이렇게 대단한 곳에서 전시가 열린다니 영광스럽다”고 감격해 했다. 이어 “옛날에는 영화배우라고 하면 ‘딴따라’라며 괄시를 받았는데, 이 얼마나 반갑고 으스댈 만한 일인가”라며 미소를 지었다.

영화 ‘청춘교실’(감독 김수용·1963)에서 호흡을 맞춘 신성일과 엄앵란.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영화 ‘청춘교실’(감독 김수용·1963)에서 호흡을 맞춘 신성일과 엄앵란.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1960년 영화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신성일은 50여년간 514편에 출연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번 전시는 1960~70년대를 풍미한 그의 작품 세계를 7개 섹션으로 나누어 들여다본다. 특히 ‘청춘’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했다. 신성일을 독보적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은 영화 ‘맨발의 청춘’(감독 김기덕·1964)부터 국내 최초의 스타 시스템으로 통한 신성일·엄앵란 콤비, 신성일이 이끈 청춘영화 장르, 신성일과 트로이카(문희 남정임 윤정희) 등을 두루 다룬다.

신성일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엄앵란은 추억들을 하나둘 꺼내놓았다. ‘로맨스 빠빠’ 촬영 당시 남자답고 카리스마 넘쳤던 신성일의 첫인상부터 전쟁영화를 찍다가 부상당한 자신을 둘러업고 병원으로 달려가는 그에게 처음으로 반했던 기억까지. “자기는 나보다 더 다쳤는데도 나부터 챙긴 거야. 그걸 보고 참 괜찮다는 마음이 들어 좋아하게 됐어.”

엄앵란은 남편의 상을 치른 이후 자신의 근황도 전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내 슬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밖에 나가지 않았다”며 “때로 저녁놀을 보고 있으면 ‘이 양반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싶어 눈물이 나온다. 평소 책을 읽다가도 흐느낌이 터져 나온다. 사랑이라기엔 낯뜨겁지만, 55년을 살았으니 정이라는 게 깊이 박혀 있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전시를 통해 첫 공개된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결혼사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두 사람은 센세이셔널한 이슈몰이를 하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전시를 통해 첫 공개된 신성일 엄앵란 부부의 결혼사진.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두 사람은 센세이셔널한 이슈몰이를 하며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유명한 사람과 결혼하지 말라는 거예요. 하도 바빠서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여자들이 그렇게 편지를 보내고 못 살게 굴어. 지금 생각하니까 우리 남편이 희생자야. 그 사람의 일생이 너무 불쌍해. 일만 하다 죽었어.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는 것도 큰 병이야. 얼마나 안 됐는지, 지금도 눈물이 좀 나네.”

전시는 무료로 오는 6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엄앵란은 “영화 공부하는 학생들이 한 번씩 와서 보면 좋겠다. 신성일·엄앵란을 자랑하고 싶은 게 아니라 너희도 하면 된다, 희망을 가지라는 격려와 힘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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