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우식이 ‘거인’ ‘옥자’ 등을 거쳐 다시 한번 2019년 ‘오늘의 청년’을 그려냈다.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 중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적 특성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된 영화다. 주인공들은 지금 여기, 마치 우리 옆집이나 옆 동네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두 가족이다. 이 두 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이뤄진 4인 구성이라는 닮은 점도 있지만 그 삶의 형편은 그야말로 극과 극이라 일상에서 만날 일도 엮일 일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과외 면접’이라는 상황이 주어지면서 두 가족 사이에 연결점이 생기고, 예측 불가능한 만남이 시작된다.
최우식은 ‘기생충’에서 전원백수 가족의 장남, 기우 역으로 나섰다. 네 번의 대입 실패 후 백수로 지내는 장남이다. 불평불만 없이 늘 긍정적인 청년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된 명문대생 친구의 부탁을 못이기는 척, 가짜 재학증명서를 들고 박사장네 과외 면접을 보러 간다. 고정수입이 절실한 온 가족의 희망으로서, 나름의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옆집에 있을 법한 기우의 ‘둥글둥글함’에 공감한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봉준호 감독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게 머리 안에 다 들어가있는 감독”이다.
“아이패드에 만화처럼 콘티를 그리세요. 사실 어떻게 보면 동작 하나하나 디테일이 콘티 안에 그려져 있어요. 모든 게 이미 머리 안에 있으시구나, 라는 생각에 놀라웠어요. 사실 불친절한 콘티들도 있는데, 봉준호 감독님은 배우에게 보여줘야 할 것들을 콘티로 다 보여주시죠. 영화 속에 드러나지 않은 충숙(장혜진)의 전사에 대해서도 말해주셨는데 납득이 됐어요. 모든 배역에 이렇게 대화를 나눠요. 기우네 집에 사건을 몰고 오는 친구 민혁이(박서준)와 기우와 예전엔 이런 관계였을 거다, 그런 것까지요.”
봉준호 감독이 전작 ‘옥자’를 촬영하며, 최우식 배우를 눈여겨본 덕분에 송강호와 부자(父子)로 출연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연기는 물론, 최우식과 눈매가 닮아 남매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자아내는 박소담 배우가 막내 딸 기정으로 캐스팅됐다. 실제로 최우식과 박소담은 눈매가 닮아 친남매 분위기가 났다. 최우식은 박소담을 만나고 “진짜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우식과 박소담을 같이 만난 자리에서 두 사람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았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이 아직도 그 사진을 갖고 있을 거라며 “사진으로 보니까 정말 닮았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첫 만남에선 어색하게 둘이 서서 찍었는데 그 사진을 보니까 정말 닮았더라고요. 현장에서 현실 남매처럼 호흡도 좋았어요. 소담이가 일원들을 끈끈하게 모아주는 역할을 했어요. 마치 액체괴물 슬라임처럼요.(웃음) ”
‘옥자’에 이어 ‘기생충’까지 봉준호 감독과 함께 하고 있는 최우식은 봉준호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불린다. ‘아니다’고 손사래를 치긴 했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가득한 게 계속해서 듣고 싶은 수식어처럼 보였다. 최우식은 봉준호 감독의 ‘당근을 많이 주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이것 저것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고, 채찍보다는 당근이 많이 필요한 스타일인 저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많이 주셔서 감사했어요. 고맙고 감사하죠.”
‘기생충’에선 최우식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엔딩곡 ‘소주 한 잔’을 끝까지 듣는 것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생충의 엔딩곡인 ‘소주 한잔’은 정재일 음악 감독이 작곡한 멜로디에 봉준호 감독이 직접 가사를 붙여 만들었다. ‘옥자’에 이어 다시 합을 맞춘 두 사람은 엔딩곡까지 함께 작업해 관객들이 영화의 여운을 온전히 가져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여기에, 최우식이 직접 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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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기우’의 모습을 차분한 음색으로 불러주는 최우식의 목소리와 그와 달리 리드미컬한 분위기의 기타 선율의 ‘소주 한 잔’은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영화 ‘기생충’만의 분위기를 가늠케해 최우식은 “제가 부른 게 아닌, 마치 기우가 부른 것 같아 더 좋은 노래이다” 며 “끝까지 들어주셨음 한다”고 당부했다.
최우식은 ‘기생충’으로 성장하고 또 성장했다. 무엇보다 “목표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고 했다.
“성격적으로 많이 못 즐기는 성격인 것 같아요. ‘거인’ 때 부산국제영화제 때도 그렇고 ‘기생충’ 칸에서도 그렇고, 축제를 즐기기 전에 여기서 내 연기가 나오겠구나, 물론 너무 자랑스럽고 영화제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긴장을 좀 많이 해서 떨렸어요. ”
“‘기생충’ 촬영이 거의 끝나갈 때쯤 엄청나게 걱정이 많았어요. 다음에 이런 현장을 느낄 수 있을까. 그게 제 걱정이었죠. 모든 현장은 다 다르고, 저에게 다가오는 것도 다르기 때문에, 어느 현장이 더 좋다고는 할 수 없어요. 새로운 깨달음이란, 저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목표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두자는 생각을 한 거죠. 진짜 즐기면서 제가 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누구한테 보여주는 것 보다 제가 하면서 즐기면서요.”
‘기생충’은 지난 30일 개봉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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