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애리조나 겨울 여행기 (2탄)

글쓴이: 질주본능  |  등록일: 12.18.2018 22:03:37  |  조회수: 555
우당탕탕 롤러코스트 Arizona 여행기(episode 2)

부제: 멀고도 험한 모뉴먼트 가는길.....

 


 조금전  툼스턴(Tombstone) 마을에 들어서기 직전의 일이다.,

나도 모르게 툼스톤(영어 발음)을 살짝 스친듯해 네비를 자세히 보려고 길옆 공터에 유턴해서 차를 세웠다. 

네비를 보는데 저쪽에서 대형 픽업 트럭이 서행하더니 멈춰선다. 네비의 좌표는 툼스톤을 약간 지나쳤음을 가르킨다. 

 마을 입구에 특별한 빌보드가 없으니 쉽게 놓치기 십상이다. 근데 그 픽업 추럭이 빈터에서 슬금 슬금 유턴을 하더니 내옆을 지나치며 기분 나쁘게 살핀다. 저건 뭐지? 알고 보니 국경 수비대다. 멕시코가 가까우니 혹시나 밀입국 운반책은 아닌가 의심하면서 매의 눈초리로 살피다가 떠난다. 다시 툼스톤으로 진입해 차를 세우고 거리를 스캔한다. 서부영화에서 보듯 작은 잡초더미가 바람에 밀려 거리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분위기는 됐다. 일단 바람도 불고 쌀쌀하니 커피 샵에 들러 모닝 커피부터 마신다.  세월의 흔적이 밴 오래된 Fire Place가 제법 따뜻하다.

 나이든 부부와 몇마디 주고 받으며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 보안관 사진이 든 커피컵 하나를 산후 길 건너의 cigar와 권총샵으로 들어가니 18세기 복장을 한 남자가 어디서 왔나고 묻는다. 한국서 왔다니 먼길을 여행했다며 반갑게 맞아준다. 아무래도 툼스톤에선 권총이 필요(?)할듯해 가격을 물으니 보통 500~700달러 선이다. 물론 최고급은 다르겠지만 라이선스 신청하고 아이디 카피하면 바로 된다는데 후딱 결심하지는 못했다. 괜히 거친 동네에서 권총차고 거들먹 거리다 뭔일 터질지 모르는 일이다.

(註) ok 목장의 결투 주인공인 Sheriff Wyatt Earp 발음을 정확히 한다면 영어 좀 하는 실력파다. 와이럽~ 뭐 이런 정도로 빠르고 난해한 발음이다, ㅎㅎㅎ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끊임없이 터져도 총기규제가 어려운게 바로 미국의 역사적 배경때문이다. 개척시대 서부에서 법은 멀고 주먹과 총기는 가까웠으니 자기 방어 수단으로 총기가 필수였고 이런 전통이 오늘날 미국의 총기 자유화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운 이유이다. 지금도 공터에서 정정당당히 맞짱뜨면 경찰에 끌려가지는 않는게 미국식 결투 방법이다. 물론 총기회사와 협회의 로비도 막강한게 사실이다...사실 툼스톤은 지역 주민들이 역사의 현장을 캐릭터한 세트장이다. 당장 서부 영화를 찍어도 좋을만치 완벽하다. 한국의 민속촌 정도로 생각하면 대차가 없을 것이다. 마을 아래쪽 우측끝 무렵에 OK 목장(Gunfight at the OK corral)이라고 작은 간판이 보인다. 바로 역사의 현장이다.

상점을 밀고 들어가니 각종 기념품 일색이라 여기서도 기념으로 오케 목장 머그컵 하나 산후 1시간마다 뒷마당에서 당시의 총격전을 재현하는데 10달러를 받는다. 시간이 맞지 않아 총격전 관람은 일단 거르고 서들러 출발했다. 근처 주유소 마켓에서 음료수와 얼음 그리고 개스까지 채우고 다시 i-10을 향해 북으로 달렸다. 곧 이어 아까봤던 국경 검문소(Border check point)이다, 젊은 수비대원이 대뜸 좋은 하루 되란다. 걍 가라는 뜻이다. thx same to u 하고는 북으로 북으로만 계속 향하니 순간 노스페이스(?)가 된거같다. 30분쯤 달리니 i-10이다 우회전해서 뉴멕시코 쪽으로 향했다.

하늘은 맑고 대지는 넓으며 간간이 한가롭게 풀뜯는 소떼와 말들이 눈에 뛴다. 원래 플랜은 뉴멕시코와 텍사스와 멕시코 접경인 엘파소를 들려 i-25를 타고 북상해 덴버를 들려 유타를 돌아 i-15번을 따라 베가스를 거쳐 LA로 돌아 약 3000마일 (서울 부산 5번 왕복하고도 500km가 남는 거리)대장정 코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12월이고 집에서 출발할때부터 비가 내렸는데 애리조나도 날씨가 불안하고 특히 겨울에 콜로라도행은 거의 목숨을 건 모험이라 소극적이지만 안전하게 모뉴먼트를 직진할수있는 191번 도로(이름만은 하이웨이다)로 갈아타고 북으로 향했다. 시골 도로라 오가는 차들도 별로 없고 너른 평야 위로 먹구름이 비를 뿌리며 달려오는게 훤히 보여 일대 장관이다.

원래 큰 프리웨이보다 지방도로를 달리는걸 좋아한다. 미국적 냄새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이런 소나기 정도야 뭐 하면서 달리는중 갑자기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는데 그곳에도 제법 큰 마을이 있다. 잠시 지인에게 마지막 인터넷을 날리고 가던 길을 재촉하는데 점점 이상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게 뭐지 뭐지 하면서 가다보니 거대한 광산촌이다. 마치 사북 탄광 10배는 족히 커보이는 장엄한 그곳으로 이 도로가 지나가는데 질척대는 황토흙 천지다. 계속 가파른 경사진 길에 비까지 추적 추적 내린다. 젠장 날씨가 안 도와 주는구나 ㅜㅜ

그때 저멀리 흰모자를 쓴 하얀산이 보여 반갑게 캡춰하고 계속 달리는데 올라갈수록 진눈깨비로 변하더니 눈이 내리기 시작이다. 어서와~ 겨울 산길은 첨이지?....ㅎㅎㅎ 이건 아닌데 아닌데 하다보니 산속에 작은 화장실이 보여 잠시 들어가 숨고르기를 했다. 오후 3시 30분인데 벌써 어둑해지면서 사방이 순식간에 설국으로 변했다. 이건 우리가 예상한게 전혀 아닌데 어쩌지 하면서 짱구를 굴려본다.

그때 갑자기 몇년전 오레곤 산길에서 네비만 믿고 들어섰다가 한인 일가족이 눈에 갇혀 아빠가 혼자 구조하러 출발했다가 눈길에 사망한 사건이 퍼뜩 떠오르며 공포지수가 수직으로 올라간다. 스노타이어는 물론 스노체인도 없는데 차라리 차량개스 만땅이고 개스버너도 있으니 여기서 밤을 샐까? 선택은 내 몫이고 그 결과도 내 책임이다. 같이간 아재가 운전하느니 그래도 내가 하는게 낫지? 하는데 그때 Jeep이 신나게 올라가는게 보인다. 우리도 함 가볼까? 짚은 4륜 구동 아닌가? 곧이어 눈치우는 차도 지나간다. 일단 가보자. 죽기 아니면 떡실신이다!

 "그래 남자는 팍~ 자신감이지?

 중간 중간 숲엔 시동을 켠채 쉬어가는 차량들이 눈에 띈다. 역시 눈길이 녹녹치 않다는 반증이다. 날은 어두워졌고 거의 2시간을 달렸는데 아직 마을이 안보인다. 산속 눈길에서 오르막 40마일 내리막 20마일을 넘지 못하고 수동기어로 겸손하고 비겁하게 가지 않으면 저승길 나락은 도처에 깔려있다. 오래전에 텍사스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아는 지인들 4명과 함께 연말 휴가로 갤베스톤 라레이도 샌 앤토니오 뉴 올리언스까지 주파한 적이 있다. 그때 밤운전을 내가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산이없다는 그곳에도 높은 산이 있어 도로가 얼었다. 속도를 줄여야지 하며 70마일 속도로 달리다가 살짝 브레이크를 잡자마자 순식간에 차가 360도로 몇바퀴를 돌며 길옆 잔디도랑으로 어이없이 빠진적이 있어 그떄의 눈길 트라우마가 있는데 오늘 딱 걸렸다.

간긴이 사슴이 길을 지나 빠르게 사라진다. 어느 곳엔 길옆에 꽃사슴이 무리지어 있다가 차가 가까이 지나가자 숲속으로 빠르게 피하곤 한다, 아무래도 눈 쌓인 숲 보다 눈없는 도로가 나은듯 싶어 저리 서성이나 싶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기념 사진 찍으며 즐길 여유가 아니라서 곁눈질로만 스캔하며 지나치기 일쑤다.

다행히 눈이 많이 오지않고 제설차가 치우고 가서 그런대로 살살 갈만한데 도무지 마을이 안나온다. 마침 RV 캠핑카들 몇대가 머룰고 있어 문을 두드리고 물어보니 2시간을 더가야 알파인이란다, 헉~ alpine이라면 여기 스키장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모뉴먼트를 직선으로 가려다 황천길로 갈 판이다. 그타고 여기에서 다시 돌아갈수는 없는일 조심해서 1시간쯤 가다보니 통나무 카페인 Lodge가 Open 사인과 함께 보인다. 절라 반갑다, 보통 이런곳엔 숙소와 레스토랑이 있기 마련인데 눈밭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보니 모두들 한창 저녁 식사중이다. 시부럴~ 사선을 헤메는 우리만 빼고 다 행복해 보였다.

혹시 빈방없느냐 하니 Full이란다. 그러면 그렇지...긴장 탓인지 입이 까칠해 일단 커피만 시켜 fire place 앞에서 몸을 녹이니 살거같다. Lodge 주인장이 장작을 더 넣어준다. 알파인까진 1시간 정도고 마을까진 거기서 또 2시간이 소요된단다. 감사멘트 던지고 늦어도 좋으니 눈길 사고만 안나길 염원하며 다시 출발이다. 이윽고 알파인 정상을 지나니 이제부터는 계속 구불구불 내리막길 연속이다. 진땀을 흘리며 기어서 내려오는데 길옆에 큰 픽업추럭이 잠시 쉬고 있다가 이내 내차 뒤를 따라온다. 저 차가 웬일이지??

첩첩 산중에 우리차 혼자 가는길 보다 동행이 있으면 서로가 좋다. 뭔일 생겨도 다른차가 그냥가지는 않을거라는 안도감 때문이다. 그차 덕분에 2시간 내리막 산길도 그리 불안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이윽고 작은 마을이 보이고 갈림길에서 차를 세우고 좌표를 확인하는데 아까 그 픽업 트럭이 저만치 앞에 서있다. 잠시후 다시 출발하는데 그차도 앞서 달린다. 은근히 내차를 심경 써주는게 고맙다. 잠시후 또다른 갈림길에서 서로 갈라지고 스프링거빌 시티 모텔에 겨우 도착하니 밤 9시다. 별로 멀지 않은 거리인데도 산속 눈길에서 무려 5시간 30분간 헤메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인간 세상으로 귀환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더니....

잘하면 조상님 뵐수도 있었는데 어제에 이어 행운(?)이 연속 어어지나 보다, ㅋㅋㅋ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산이 "화이트 마운텐"이란다. 완전 소오름...ㄷㄷㄷ 뜨거운 물에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니 잠시 기운이 나다가 금새 눈꺼플이 무거워진다. 끄적끄적 인터넷을 하다 바로 잠이 들었다. 제발 내일은 아무 일 없길 바라며... LA에서 출발할때 열쇠고리 장식이 툭 떨어져 불길했는데... 그건 미신이야~ 하면서 애써 무시한게 생각난다. 그치만 이틀 연속으로  이 난리굿했는데 내일은 암일 없겠지? Plz... Please~~~~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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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amaleon  12.19.2018 08:15:00  

    와우 생동감 있고 마치 영화를 보는듯한 글을 읽으면서 또 읽고 읽고 했습니다.
    다음회 기회 있으면 저도 가볼려고 쓰신글 프린트 해 놨습니다.
    감사합니다.
    항상 안전 여행. 운전 하십시요.

  • 질주본능  12.19.2018 16:27:00  

    허접한 졸문을 재밋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엘로스톤. 유타 NP 횡단, 세콰이어, 요세미티, 샌프란, 태평양 해안(PCH) 데스벨리, 죠슈아NP, 몬테나 방랑기, 라스베가스 등등 켜켜히 쌓인 여행기가 많지만 이번처럼 개고생한 적이 없어 처음으로 여행기를 올려본 겁니다. 암튼 안전 운전은 여행의 최우선 가치이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