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문 첫날인 12일 여왕은 캔터베리 대주교를 면담하는 자리에 초록색 꽃 모양 금 브로치를 달고 나왔다. 트럼프가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미셸 오바마 부부로부터 2011년 선물받은 것이다. 당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오바마 부부는 여왕에 대한 존경과 우정의 의미로 미국에서 사비로 브로치를 구입해 선물했다. 여왕이 13일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티타임에서 선보인 브로치도 왕실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여왕이 달고 나온 야자수잎 모양 다이아몬드 브로치는 부친 조지 6세의 1952년 국장(國葬) 때 여왕의 어머니가 상복에 착용한 것이다. 조지 6세 국왕은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에게 맞서 끝까지 국민과 함께하겠다'며 내부 단합, 미국과 유럽 등 자유진영의 결속을 주장한 군주였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투표 후 의회 연설 때도 이를 달고 나왔었다. 트럼프는 이날 여왕 면담에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를 겨냥해 '브렉시트를 서둘러 하지 않으면 영국과 미국의 무역 협상은 죽을 것'이라고 협박했었다.
트럼프 방문 마지막 날인 14일 여왕은 벨기에 국왕 부부를 접견하는 자리에 지난해 캐나다 국민들로부터 선물받은 눈꽃 모양 사파이어 브로치를 달고 나왔다. 트럼프로부터 무역 문제로 공격당하고 있는 영 연방국 캐나다에 대한 지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혔다.
여왕은 특별한 역사와 의미를 담은 브로치를 100여 개 갖고 있는데, 10대 때부터 상황에 따라 브로치를 선택해 메시지를 전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여왕과 티타임 때 여왕을 10여 분 기다리게 하고 무례하게 행동했다는 말도 나왔다. 영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왕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지 않고 악수를 한 것과 의장대 사열을 하며 여왕 앞으로 걸어가 등을 보인 것이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보도했다. 여왕과 만난 남성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여왕과 걸을 때는 등을 보이지 않는 게 영국 왕실 예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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