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뒤의 아베 그림자

글쓴이: 아싸너구리  |  등록일: 11.03.2017 16:24:04  |  조회수: 212
취임 후 첫 아시아 투어를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맞는 서울과 도쿄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서울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팽배한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반면 도쿄는 정상 간 밀월 관계와 미·일 동맹의 공고함을 축하하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세계 랭킹 4위인 자국 프로골퍼와 함께 극진한 골프 접대로 모시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납치자 가족과의 면담으로 아베 총리를 배려하는 등 의기투합 장면을 한껏 연출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불과 8일 만에 뉴욕 트럼프 타워를 방문했고, 정부 출범 후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트럼프 정부의 동맹에 대한 거래 지향적 접근으로 여러 동맹국이 우려하는 가운데 유독 일본은 정상 간 밀월 관계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해 왔다.

여기서 유의해 보아야 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아베 총리의 압력이 상당할 것이란 점이다. 실제 양 정상 간 전화 통화 내용의 대부분은 미·일 문제가 아니라 북핵과 미사일에 대한 의견 교환이었다. 양국은 북한 위협 대응을 한·미·일 안보 협력으로 풀어 가고자 하나, 문제는 미·일의 안보적 이해가 한편으로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 다른 한편으로 북한에 대한 압력과 제재로 수렴돼 한국과 일정한 편차를 보인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의 이해를 반영하는 한·미·일 공조를 이끌려면 미·일, 특히 일본과 긴밀한 대화와 협조가 대단히 중요하다.

문제는 한·일 간 신뢰 관계다.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둘러싼 대립으로 양국 관계는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태로 전락했고,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지속적 논란으로 관계 회복이 어렵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는 위안부 문제 해법을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삼아 한·일 관계 전반과 연계함으로써 관계 악화를 초래했고 이에 따른 과중한 외교적 부담을 견디지 못해 결국 합의를 위한 정치적 타협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데 있다.

따라서 대일정책의 출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투 트랙 외교, 즉 대북 공조, 안보 협력, 경제 협력, 사회·문화 교류 등을 역사 문제와 분리해 각자 영역의 논리에 맞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다. 트럼프 순방을 맞이해 한국 정부는 한·미·일 협력의 틀 속에서 북핵 저지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일본과 당당하게 군사 협력을 이끌어갈 수 있어야 한다.

대북 군사 정보 공유, 억지력 강화, 확장억지 신뢰성 제고, 미사일 방어 등에서 적극 협력을 미룰 이유가 없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가 되었다거나, 군국주의화를 위한 개헌의 야욕이 실현될 것이라는 반일 정서를 자극하는 논리에 흔들려 협력에 주저하면 결국 한·미·일 협력의 뒷전으로 밀리고, 미·일이 원하는 지역동맹적 시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DISCLAIMERS: 이 글은 개인회원이 직접 작성한 글로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작성자에게 있으며, 이 내용을 본 후 결정한 판단에 대한 책임은 게시물을 본 이용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라디오코리아는 이 글에 대한 내용을 보증하지 않으며, 이 정보를 사용하여 발생하는 결과에 대하여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라디오코리아의 모든 게시물에 대해 게시자 동의없이 게시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 등의 행위는 게시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금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단으로 수정 · 복제 · 배포 · 전송하는 경우 저작재산권 침해의 이유로 법적조치를 통해 민, 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This article is written by an individual, and the author is full responsible for its content. The viewer / reader is responsible for the judgments made after viewing the contents. Radio Korea does not endorse the contents of the articles and assumes no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using the information. In principle, all posts in Radio Korea are prohibited from modifying, copying, distributing, and transmitting all or part of the posts without the consent of the publisher. Any modification, duplication, distribution, or transmission without prior permission can subject you to civil and criminal liability.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