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 건축 수석도 몰랐다

글쓴이: Saeromy  |  등록일: 09.19.2022 10:49:32  |  조회수: 363
7월 28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왼쪽)이 대통령실 2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서 건배를 하고 있다. 행사 뒤 해당 시설이 정상 만찬 행사로는 국격에 맞지 않는다며 영빈관 신축 논의가 본격화 됐다고 한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언론에 나오고서야 알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 보도 하루 만인 지난 16일 전격 철회를 지시한 ‘878억원 영빈관’ 신축 문제에 대해 복수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추석 연휴 뒤 상승세를 타던 윤 대통령 지지율을 출렁이게 할 만큼 큰 이슈였는데도 대통령실 내부의 소수 참모와 경호처 정도만 추진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들도 이 문제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다. 급한 불을 서둘러 껐지만 주말 사이 대통령실에선 정무적 판단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한 수석은 “이렇게 공론화 없이 추진될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법한 영빈관 신축 논란은 어떻게 시작된 걸까. 대통령실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결정적 계기는 지난 7월 28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만찬 행사였다. 이날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2층 다목적홀에서 조코위 대통령 일행을 맞았다. 지난 5월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만찬 행사는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진행됐던 만큼 이날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첫 주요국 정상 만찬 행사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조코위 대통령 행사 뒤 시설이 국격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부터 쏟아졌다”며 “신축 필요성은 그 전부터 조금씩 나왔지만 이때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코위 만찬 뒤 쏟아진 지적, 밀실 추진 논란
여기에 맞물려 경호처 역시 신축 필요성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경호처는 “신라호텔 영빈관 등 외부 시설이나 이미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을 사용하면 경호 부담과 비용이 크다”는 주장을 수차례 제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미 개방된 청와대 영빈관을 쓰려면 2~3일 전부터 경호처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며 “경호처에서 외국 정상의 안전 등 경호 문제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렇게 7월 말 경호처와 관련 업무를 맡은 소수의 참모를 중심으로 영빈관 신축에 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작성 작업이 끝나기 직전인 지난달 말 2년에 걸쳐 ‘878억 6300만원’이 소요되는 영빈관 신축 예산이 포함됐다. 국회에 예산안이 제출된 날짜는 지난 2일. 정무적 고려와 정치적 파장보다는 주로 신축 필요성이란 기술적 논의가 내부에서 이뤄졌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16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엔 영빈관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냈다가 당일 저녁 "관련 예산을 거둬들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16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엔 영빈관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냈다가 당일 저녁 "관련 예산을 거둬들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그렇게 정무적 고려가 부족한 상태로 지난 15일 밤 언론 보도로 영빈관 신축 이슈가 돌출했다. 대통령실은 보도 직후 “예산안의 최종 결정권은 국회에 있다. 예산안 확정 시 관련 비용을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비교적 원론적인 입장을 냈다. 그럼에도 야당의 공세는 점점 더 커졌다. 이튿날인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은 “전액 삭감” 계획과 함께 현 정부 출범 전 용산으로 이전할 때 애초 필요한 예산으로 잡혀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양치기 예산”이란 비난까지 퍼부었다. 게다가 대선 때 “영빈관을 옮길 거야”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까지 엮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더 나아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수재민 1만명에게 1000만원 가까이 줄 수 있는 돈이다. 깜짝 놀랐다”며 성난 민심을 파고드는 발언을 내놨다.

참모 만류에도 尹대통령 철회 지시


비판 여론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지난 16일 낮까지 대통령실은 “내외빈을 영접할 국격에 걸맞은 공간이 필요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계속 추진’을 택했다. 하지만 불과 약 6시간 뒤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께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발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참모들은 명분이 있으니 국회를 설득해보자고 했으나 윤 대통령이 ‘국민의 반대가 너무 크다’고 말해 철회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회 과정에선 두 달 만에 30%대를 회복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 조사 기준)이 다시 20%대로 추락할 우려도 제기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18일부터 해외 순방을 떠나는데 이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있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이 ‘영빈관이 구민회관보다 못했다’고 말했듯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했다”면서도 “명분이 있더라도 긴 호흡을 가졌어야 했는데 전략적 고려가 부족했다”고 답답해 했다.

야당은 영빈관 신축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철회 발표 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히며 공세를 높였었다. 사진은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연합뉴스
야당은 영빈관 신축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철회 발표 전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히며 공세를 높였었다. 사진은 지난 1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북도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은 박홍근 원내대표.

전격 철회 결정 뒤에도 여권의 아쉬움은 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신축 영빈관은 윤석열 정부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한 것”이라며 “구청 청사를 짓는데도 수천억 원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예산만 잡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영빈관을 새로 만들어도 윤 대통령은 임기 막바지 1~2년 정도만 사용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도 철회 지시를 하며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의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런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주말 동안 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지난 17일 “민주당은 영부인이 영빈관 신축을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집단적 망상에 빠져 특검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18일엔 “영빈관 논의는 지속돼야 한다. 윤 대통령보다 후임 대통령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국민의 합리적 의심을 집단적 망상으로 매도하는 건 책임있는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아니다”며 “당당하면 영빈관 신축이 추진되고 결정된 과정 조사를 받으면 될 일”이라고 맞받았다.

외국에선 영빈관 어떻게 활용하나

미국·중국·일본 등은 국빈을 접대하는 별도 시설이 있다. 자국의 전통과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시설들이다. 미국은 백악관 맞은편에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가 있다. 침실·접견실·서재 등 방이 119개이며, 총면적은 백악관보다 넓다. 곳곳에 고풍스러운 가구 등이 배치돼 있어 국빈들에게 미국의 ‘대접’을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초 이곳은 1824년 미국 공중위생국 장관을 역임했던 조지프 로벨의 저택이었다. 1836년 앤드루 잭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자문역인 프랜시스 브레스턴 블레어가 이 집을 사들여 ‘블레어하우스’란 이름이 붙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블레어하우스를 최초 방문했다. 이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미 때 이곳에서 2박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7년 이곳에서 3박을 했다.

일본은 일왕이 살던 궁궐을 영빈관으로 바꿔 활용 중이다. 아카사카 이궁(離宮)인데 1899년 건축한 궁궐로 1923년 당시 일왕이 실제로 거주했다. 이후 1974년 영빈관으로 개조했다. 이곳 외에도 교토(京都)에 영빈관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다. 중국이 국빈을 맞는 시설은 베이징에 위치한 조어대(釣魚臺)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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