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님께 드리는 평신도의 편지

글쓴이: docholiday  |  등록일: 08.14.2014 15:33:00  |  조회수: 761
무더운 계절에 한국을 방문하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교황님의 한국 방문을 더 없는 영광이라고 하는 사람과 노인이 교황청에 가만 계시지 왜 한국에 오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항상 불쌍하고 버림받은 자의 곁에 계시는 교황님의 한국방문도 무슨 깊은 뜻이 있으신 것은 아닌지요. 교황님께 드릴 말씀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교황님께 고자질 한다면서 비난할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비난해도 해도 할 수 없습니다. 너무나 절박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 광화문에서 30일 째 단식을 하는 유민이 아버지 김영오씨가 위험합니다. 지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청와대로 향하는 유민아버지가 길에 쓰러져 돌아가시지 않을까 간을 조였습니다. 자식 잃은 세월호 유족들의 현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님
 
한국에서 많은 것을 보실 것입니다.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단일민족. 2차대전 후 가장 먼저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대한민국, 4·19 5·18을 겪으며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를 무너트린 민족, 세계 제일의 IT강국, 월드컵 경기를 치러낸 저력있는 국가를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교황님의 한국방문 다음날인 8월 15일은 광복절입니다. 해방기념일이라고도 합니다. 일제로부터 해방이 된 날입니다. 우리 민족은 지금 또 다른 해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한국에서 250명의 열 일곱 살 소년소녀들이 여객선을 타고 꿈같은 수학여행을 가다가 세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다 속에서 숨진 참혹한 나라를 보십니다. 배는 침몰하는데 대통령은 7시간 동안 행방을 모르는 나라를 보십니다.
 
내 자식이 어떻게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이유나 알자는 유족들을 보상금이나 더 타내고 특례입학이나 바라고 의사자 지정이나 받으려 한다고 모함하는 악마의 나라를 보십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350만명이 서명을 했는데 야당대표라는 사람은 유족과 단 한 마디 의논도 없이 ‘합의’라는 결단을 내리는 나라를 보시게 됩니다.
 
국방의 의무를 하려고 입대한 젊은이가 선임병에게 매맞아 죽는 악마들의 세상도 보십니다. 남의 귀한 자식 군대 데려다가 맞아 죽게 만들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온갖 술책을 부리는 또 다른 악마를 보십니다. 11일 두 명의 군인이 또 목숨을 끊었습니다.
 
이런 나라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분노하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악마의 나라가 아닙니다. 세월호에서 숨진 아이들과 맞아 죽은 윤일병을 애도하고 눈물을 흘리는 착한 국민들의 나라입니다.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수만 명이 모이고 350만명이 서명하는 나라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저들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한국방문이 불편한 사람도 있고 환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교황님의 한국방문이 불편한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늘의 이 모습은 절대로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와 반대로 교황님을 학수고대하는 사람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비롯해 참극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된다고 믿는 국민들입니다. 위로받고 싶은 사람입니다. 위로해 주어야 할 국민입니다.
 
 

 
교수·예술인을 비롯한 수많은 지식인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라고 단식농성을 합니다. 단식농성 중에 쓰러진 유족들이 병원에 실려 갑니다. 그들이 언제 비극적 인생을 끝낼지 모릅니다. 비극을 막아야 합니다.
 
1987년 5월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5·18 추모미사에서 김승훈 신부님은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습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은 조작 되었습니다"라고 독재자의 살인을 이렇게 폭로하십니다.
 
불의한 정권에 종말을 고하는 폭탄이었습니다. 독재에 신음하던 매 시기 대한민국의 신부님들은 항상 정의 편에 섰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척박한 이 땅의 민주주의가 신음할 때 항상 고난받는 국민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 앞장을 섰습니다. 그들은 불의한 정권의 눈에는 가시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대한 전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한국 국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끝없는 슬픔은 끝없는 사랑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 “내 나이에는 잃을 게 별로 없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신의 손에 달려 있다”, “무관심의 세계화는 우리에게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능력을 앗아가고 있다”고 하신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한겨레신문에 실리는 세월호 유족들이 자식들에게 쓰는 편지는 눈물 없이는 읽을 수가 없습니다. 이 고통을 치유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요. 사랑입니다. 그러나 왜 이렇게 사랑에 인색한가요. 세상에서 가장 큰 불행을 당한 동족에게 왜 그렇게 인색합니까.
 
대통령의 한 마디면 다 해결이 된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교황님을 기다리는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눈물 흘리는 사람을 외면하고 기도할 수 없다는 교황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눈물을 흘립니다.
 
광화문 시복 미사에는 100만의 대한민국 국민이 교황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교황님은 세월호 유족들을 만나십니다. 윤일병의 어머님도 만나 주십시오. 아무 힘도 없는 가엾은 사람들입니다. 신성하다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부모의 곁을 떠났다가 ‘구타치사’로 시신이 되어 돌아 왔습니다.
 
이런 윤일병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아무 잘못도 없이 자식을 잃는 단장의 고통을 당했습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는 것 밖에 없습니다. 교황님. 그들을 위로해 주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이들을 가장 먼저 안아주시는 분이십니다. 고위성직자들에 대한 벼락같은 충고도 하시며 마피아에 대한 파문을 서슴없이 하시는 분입니다. 교황님은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말도 못하고 눈물짓는 불쌍한 사람들을 만나실 것입니다.
 
 

 
아무 힘도 없는 세월호 유족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결코 절망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살라고 해 주십시오. 광화문에서 단식하는 세월호 유족을 만나 희망을 주십시오. 온 세계가 교황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들도 교황님을 사랑합니다. 교황님이 떠나신 다음 이 땅에 증오가 사라지고 평화와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타깝지만 어쩌겠어요. 또 그렇게 잊혀 지겠지요. 늘 그래 왔잖아요. 없는 사람들은 항상 그렇게 살았어요.” 세월호 유족들이 울면서 한 말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대한민국 국민은 교황님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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