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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환·탈석탄 가속..'친환경'은 선택 아닌 생존의 필수조건

전기차 판매량, 2030년대 후반이면 내연기관차 판매 추월 예상
환경규제 강화로 석탄 소비 급감 속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어
한국 기업들도 '친환경'으로 체질 바꾸어야 경쟁에서 살아남아

“파티는 시작됐다(Party on).”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7월1일 트위터에 올린 짧은 한 줄이다. 이날 미국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내연기관차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도요타를 제치고 글로벌 자동차업계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다. 한때 전 세계 시총 1위였던 엑손모빌은 지난달 24일 미국 경제와 산업의 ‘풍향계’인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기후변화로 내연기관차와 석유산업이 빠르게 과거의 유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들이다. 글로벌 차원의 산업재편은 이미 시작됐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글로벌 공급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 경제도 이 물결에서 예외일 수 없다.

■ 전기차 전환과 한국 주력산업

‘내연기관차의 종말’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전기차 가격 하락과 환경규제 강화의 효과가 겹치면서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신차 판매량이 내연기관차를 추월하는 시점을 2030년대 후반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앞으로 3년 안에 2만5000달러짜리 ‘반값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국내 자동차업계도 4~5년 안에 전기차 가격을 3000만원 미만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등지에서는 2035~2040년 내연기관차를 아예 팔지 못하도록 하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에서도 서울시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등록을 금지하고 2050년부터 시내 운행을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은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12.1%를 차지하는 핵심 수출품목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도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올 1분기 전 세계 순수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9.9%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 점유율(8.9%)을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글로벌 30대 전기차 기업 중 국내 업체는 현대기아차 단 한 곳뿐이다.

완성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 하더라도 부품산업 위축과 일자리 감소까지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복잡한 부품과 엔진이 탑재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구조가 단순하고 조립 인력도 덜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는 지난해 발간한 ‘미래형 자동차 발전동향과 노조의 대응’ 보고서에서 “2025년 전기차 비중이 15%로 늘어날 경우, 현대차 기술직 1300명과 기아차 생산직 1000명이 감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연기관차 부품을 생산하는 부품사들은 조만간 시장 자체가 사라질 위기를 맞닥뜨리게 됐다. 정부가 친환경차 시장에 진출할 자동차부품사들을 발굴하고는 있지만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 지원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하루빨리 구조적 산업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전환은 자동차산업 바깥에도 영향을 끼친다. 2차전지와 반도체는 전기차·자율주행차의 발전과 함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 운전자를 고객으로 둔 정유사들과 카센터·주유소 등 자영업자들은 상당수의 고객을 잃게 돼 위기를 맞을 수 있다.

■ ‘탈석탄’ 달려가는 기업들

석탄화력발전이 줄어들고, 태양광·풍력발전이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미래에 가깝다. 영국 에너지 기업 BP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2050년 전 세계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량 0)가 달성되거나 탄소배출권 가격 급등 등 환경규제가 강화될 경우, 석탄 소비량이 5%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환경규제가 현 수준만 유지하더라도 석탄 소비량은 지금보다 25% 줄어든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2034년이면 석탄발전소 60기 중 30기가 문을 닫고, 현재 27.1%에 이르는 석탄발전 설비 비중은 14.9%로 줄어든다.

석탄발전 관련 주요 기업들은 이미 사업 영역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원전 건설로 성장했던 두산중공업은 LNG 가스터빈 발전사업과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두산중공업은 수년간 전 세계 석탄화력 발주 감소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다. 2015년 수주의 62.2%, 2016년 83.6%를 차지했던 해외 석탄발전 프로젝트를 2018년에는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결과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4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빌린 뒤 자구안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로 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을 중심으로 태양광 사업을 그룹의 새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바이오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와 가상발전소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SK 등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 “녹색에너지 쓰라” 새 통상 압박

2050년까지 전력사용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인 캠페인 ‘RE100’도 뜨거운 감자다. 애플과 구글, 아마존, GM, BMW, 폭스바겐 등 261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의 참여는 없다.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따로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기업의 RE100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차원에서 녹색요금제와 재생에너지 직접구매 등의 제도를 올해 말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서두른 배경에는 기업들의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하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그간 해외 고객사들로부터 빈번하게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받았다.

2018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은 BMW와 폭스바겐으로부터, 삼성SDI는 BMW로부터, SK하이닉스는 애플로부터 ‘제품 생산 과정에 재생에너지를 쓰라’는 요구를 받았다. 재생에너지를 적게 사용했다는 이유로 거래가 무산되는가 하면, 해외 공장을 활용해 고객사의 요구를 가까스로 맞춰준 기업도 있었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충분히 마련하지 않으면 국내 제조업도 직접적 피해를 입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탄소배출’이 새로운 무역장벽 중 하나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국의 탄소 감축 노력으로 발생한 국내 산업의 추가 부담을 수입 상품에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을 내년 상반기 유럽의회에서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희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최근 ‘EU 탄소국경조정 동향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탄소국경조정이 적용될 경우 자동차와 선박, 철강, 전기·전자 등의 산업 수출에 영향이 예상된다”며 “무역분쟁에 대비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현황을 점검하고 감축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경향신문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