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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디자인의 새로운 국면, SF90 스트라달레

이 차가 앞으로 이어질 페라리의 새로운 미학이 투영된 첫 사례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반길 것이다

페라리가 일반 도로용 차를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한데 66년 전, 내가 아트센터에서 처음 본 것은 아마도 수백 대쯤 만든 것 중 하나였을 거다. 각 차들은 나머지 차들과 달랐다. 심지어 일부러 그렇게 한 것도 아니었다. 한쪽 문이 다른 쪽 문보다 길더라도 양쪽 문을 한꺼번에 볼 수 없으니 괜찮다는 게 당시 이탈리아의 사고방식이었다.

 

페라리는 이제 조금의 단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오래전 그때 할리우드 힐스의 이탈리아 스포츠카 매장 밖에 서 있던, 어린 학생의 미숙한 눈에도 좌우가 달라 보였던 가슴 설레는 투링 166 쿠페와는 완전히 다르다. 격자형의 단순한 그릴 패턴은 수십 년간 이어지며 모든 페라리의 특징이 됐다. 마르조토에게 영감을 얻어 만든 우오보 166 쿠페에도 완벽하게 둥근 그릴 프레임이 있었다. 정체성을 나타내는 특징으로 그처럼 뚜렷하게 알아볼 수 있는 그릴 패턴은 이제 사라졌다. 모터스포츠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는 400 GT 같은 멋진 모델에서도 볼 수 있던 그릴이었는데 말이다.

 

온전히 개인 취향이겠지만, 나는 미드십 구조의 페라리 F430을 싫어했다. 심지어 두 개의 공기흡입구가 필 힐이 1960년대 F1에서 몰았던 페라리 156 경주차와 관련이 있음에도 그랬다. 전통적인 격자 그릴을 쓰기는 했지만, 21세기에 나온 캘리포니아 T는 치욕에 가까웠다. 피닌파리나의 순수성과 고전주의가 사라지고 사내에 차체 디자인 부서가 생기면서 나온 최근의 몇몇 모델은 너무 기술적이다. 낭만이 없다. 물론 탁월한 제품이기에 누가 사서 몰아도 만족스럽긴 할 거다. 나라도 분명 그럴 거다.

 

나는 SF90 스트라달레가 엔초 페라리 사후 피아트의 자금으로 공산품처럼 만들어진 모든 페라리 중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정체성과 정당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차체 뒤쪽을 가로질러 엠블럼과 로고를 붙여야 한다는 생각이고. 이 현대적인 페라리는 현재 이 차를 보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앞으로 60년 동안 애정 어린 기억을 품게 할 것이다. 그렇게 만들 모든 속성을 SF90은 가지고 있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알파로메오 8C 투링 베를리네타를 보고 그랬듯.

 

무엇보다 돋보이는 건 이 스트라달레가 일반적인 용도의 자동차로도 잠재력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차에 충분히 공을 들인다면 어떤 차라도 일상용이 될 수 있다. 내 스위스인 친구 우르스는 1980년대 홍콩에 나온 페라리 몬디알 카브리올레를 가지고 있다. 그가 차고에 보관하지 않는 유일한 차로, 길바닥에서 직접 타이밍 벨트 교체까지 한다. 그러나 SF90이라면 그렇게 극단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훨씬 더 오랫동안 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나라도 그럴 것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


앞모습

움푹 파인 옆 부분은 차체 맨 앞에서 시작한다.
2 구식 제트 전투기의 흡기구처럼 보이는, 반드시 필요한 냉각용 공기흡입구는 정말 크다. 그런데도 옆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매끈하다.
3 지붕의 가로 방향 단면은 둥글다. 람보르기니 미우라 이후로 지붕을 평평하게 만든 여러 이탈리아 슈퍼카와는 뚜렷하게 비교된다.
4 네 개의 펜더에는 모두 분명한 정점이 있어 차체 윤곽을 묘사한다.
상병 계급장 같나? 페라리로서는 새로운 모습의 헤드램프다. 전체적인 형태에 멋지게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처리됐다.
6 차체 아래쪽 날개는 끝부분을 예술적으로 위로 치켜 낮은 윙렛 같은 모습을 만든다. 아름답게 빚어졌다.
보닛에 있는 이 거대한 공기배출구는 검은색 날개를 통해 최대로 벌어진 아래쪽 공기흡입구와 절묘하게 이어져 있다. 멋지다.
8 이 엠블럼이 없었다면, 차의 국적은 짐작해도 브랜드까지 확신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는 좋든 나쁘든, 과거와의 단절을 뜻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정말 멋진 디자인이지만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9 가장자리의 이 날카로운 부분은 시각적으로나 공기역학적으로 모두 훌륭하다.
10 F1 스타일 바닥판은 슈퍼카에 쓰이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다. 초기 페라리 로드스터들처럼 도색된 차체 부분을 날렵해 보이게 만든다.

실내

블랙홀처럼 온통 검은색으로 채워져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은은한 빨간색 봉제선이 운전석의 침울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린다.
2 모든 것이 운전자를 향해 집중돼 있고, F1 경주차처럼 조절장치 대부분이 실제 운전대 안에 놓였다.
룸미러가 뒷유리의 투명한 부분보다 더 클까? 그렇지는 않지만, 별 차이 없어 보인다. 적어도 앞쪽 시야를 가리지는 않는다.
A필러가 전방 시야를 조금이나마 가리는 것은 분명하다. 운전석 관점에서 보면 실내가 겉모습만큼 섬세하지는 않은 게 틀림없다.
신선한 공기가 나오는 바깥쪽 송풍구 아래 작은 라인의 형태가 우아하다.
6 좌석들은 경주차에서 비롯된 5점식 안전벨트를 달 수 있도록 만든 것처럼 고정돼 있다. 다만, 페라리의 자동차 경주 역사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은 그뿐만이 아니다.
GTO의 상징인 변속레버 게이트를 되살린 이 부분도 있다.


인터뷰
플라비오 만초니

54세인 플라비오 만초니는 모든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틀림없이 최고의 직책이라고 생각할 만한 자리를 꿰차고 있다. 바로 페라리 내부 디자인 그룹의 수장이다. 주로 피닌파리나이긴 했지만, 가장 훌륭했던 디자인 업체들을 다수 포함한 외부 카로체리아들이 오랜 세월 맡았던 그 일을 이어받았다. 만초니는 피아트 그룹에서 경력을 시작해, 발터 드 실바와 함께 폭스바겐 산하 세아트로 옮겼다. 피아트 산하 란치아로 돌아가는가 싶더니 다시 폭스바겐 그룹에 2인자로 복귀했다. 그러다 또 이탈리아로 돌아가 피아트와 란치아, 경상용차 부문의 디자인 책임자 자리를 맡았다. 10년 전, 루카 디 몬테체몰로 전 페라리 회장은 그를 지명해 페라리 디자인 팀과 마라넬로 복합단지 한가운데에 있는 인상적인 모습의 현대적인 유리 건축물을 만들었다. 2009년 네 명에 불과했던 그의 팀은 현재 120명까지 늘었다.

 

만초니는 페라리 디자인이 “자연스럽게 진화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때문에 그는 페라리가 만든 섀시 위에 가능한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형태의 차체를 입히는 것에서부터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각자 기울이는 노력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과정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했다. 구조와 공기역학은 물론이고 안팎을 모두 아울러 결과물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과정도 너무 복잡해졌다. 지리적으로 떨어진 팀끼리는 타협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모든 것은 페라리 캠퍼스 한가운데에서 해결하게 됐다. 지난 2016년, 페라리의 일본 진출 50주년을 기념해 J-50을 만들 때였다. 만초니는 ‘램프를 아주 작게 만들 때가 됐다’고 마음먹었다. 그 결단은 SF90 콘셉트카에 통합된 일부 공기역학적인 해법으로 이어졌다. 위쪽으로 굽은 측면 선은 나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공기역학적 분석을 활용함으로써 다운포스를 높이는 쪽으로 공기 흐름을 제어할 수 있었다. 만초니는 “프로젝트는 무척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SF90에 전통적인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이를테면 그는 떠 있는 듯한 지지대를 ‘페라리의 필수 요소’로 보고 있지만, 이 차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됐다. 만초니와 그의 팀이 완성할 수 있었을 만큼 단순한 차지만, 그는 고인이 된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말을 인용해 ‘나에게 단순함이란 복잡함을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가 앞으로 이어질 페라리의 새로운 미학이 투영된 첫 사례라고 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반길 것이다.

GM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할리 얼의 눈에 띄어 GM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하지만 1세대 콜벳 스타일링 등에 관여했던 그는 이내 GM을 떠났고 1960년대부터는 프리랜서 디자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그의 디자인 영역은 레이싱카와 투어링카, 다수의 소형 항공기, 보트, 심지어 생태건축까지 아울렀다. 디자인과 디자이너에 대한 그의 강직하고 수준 높은 비평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85년 <모터트렌드> 자매지인 <오토모빌>의 자동차 디자인 담당 편집자로 초빙됐고 지금까지도 매달 <오토모빌> 지면을 통해 날카로운 카 디자인 비평을 쏟아내고 있다.

<출처 : MORTOR TR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