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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가격 경쟁력에 사활"..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독립 선언'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올해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는 독일 베를린 배터리 기가팩토리의 렌더링 이미지. 테슬라 제공

선발주자 ‘테슬라’
독일 업체 인수해 “자체 생산”
베를린에 세계 최대 규모 공장

최근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독립선언을 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 주가가 출렁이는 등 충격파가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업체는 테슬라 포함 2곳뿐이지만 이번 폭스바겐의 배터리 독립선언으로 다른 업체들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한 배터리셀 생산라인 수직계열화, 전고체 배터리 등 신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문 제조사로부터 납품받고 있는 중간재를 자체 생산하는 ‘내재화’를 수년 내로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독립은 이미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먼저 배터리 자체 생산을 선언한 테슬라는 지난해 독일의 배터리 조립 업체 ATW 오토메이션을 인수하며 자체 배터리 생산에 착수했고, 지난 1월 자체 개발 중인 ‘4680 배터리셀’ 생산라인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4680 배터리셀은 지난해 9월 테슬라가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언급한 지름 46㎜, 길이 80㎜의 원통형 배터리로 기존 배터리보다 주행거리가 16%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한 독일 베를린 공장은 올해 완공을 앞두고 있다. 베를린 공장은 250GWh(기가와트시)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배터리 전문 제조사들과 손잡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내재화를 위해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는 회사도 있다.

GM은 지난해 3월 자체 개발한 배터리 및 전기차 플랫폼 ‘얼티엄’을 공개했다. 얼티엄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분리 전 법인인 LG화학과 공동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초기 개발 단계 때부터 GM의 자체 플랫폼에 최적화된 구조로 설계됐고, 배러티 관련 특허 상당수는 GM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의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주는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지난 1월 얼티엄 상표 출원 신청에 나서면서 국내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법적 절차 및 권리 확보에 착수하기도 했다.

도요타는 ‘꿈의 배터리’ 기술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로 돼 있어 열과 충격에 약하고 화재 위험도 높다.

하지만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폭발 위험성은 대폭 낮아지게 된다. 에너지 용량이 늘어나고 충전 속도도 빨라진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자신들이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하면 10분만 충전해도 500㎞를 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대비 충전 속도가 3배 이상 빠른 것이다. 도요타가 갖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특허는 1000개 이상으로 전 세계 전고체 배터리 특허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업체인 현대차는 전기차 개발 초기 단계부터 배터리 연구개발을 병행해왔다. 국내에서는 남양연구소 배터리 개발실 전기차용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선행기술·생산기술·배터리기술 3개 부문으로 확대·강화했다.

최근에는 남양연구소를 중심으로 배터리생산 관련 인력 충원에 착수했다. 의왕연구소는 소량의 전기차용 배터리 파일럿 생산 체제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내재화를 꾀하는 이유는 생산원가를 절감해 최종 판매 제품의 가격을 낮춰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배터리는 보통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한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3년 안에 현 제조원가 대비 56%를 절감한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반값 배터리가 현실화될 경우 전기차는 보조금·지원금이 없어도 내연기관차와 출고가에서 차이가 많이 줄게 된다.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주도권이 빠르게 넘어가면서 배터리 제조사가 갑의 위치가 올라서는 것을 막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00% 자체 생산 혹은 배터리 양산까지는 못 가더라도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배터리 제조사와 가격 협상 시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와 조인트벤처 설립을 통해 공동 연구개발을 하는 방식도 결국에는 전기차 판매수익을 나눌 수 있다는 측면에서 좋은 전략으로 분류된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수년 내로 배터리 내재화를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아직까지는 전문 제조사와의 기술력 격차가 큰 데다 낮은 수율(생산량에서 양품이 차지하는 비율)로 인한 수익성 악화 위험을 떠안을 만한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몇 안 되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유럽에 40GWh 규모의 공장 6곳을 짓겠다고 밝혔다. 통상 1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데 3조원이 투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약 72조원의 설비 투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폭스바겐의 성공 여부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바겐은 자금력도 풍부하고 혁신적인 기술, 플랫폼을 선보였던 기업”이라면서 “폭스바겐이 성공한다면 당장 자금력은 부족하더라도 과감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출처 :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