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차는 부담스럽다. 세단은 좀 지루해 보인다. 해치백은 요즘 유행이 아니다. 작지만 실내 공간이 비좁지 않고, 디자인이 예쁘면서 흔하지 않은 차 없을까? 이 조건에 맞는 차가 바로 수입 소형 SUV다.
사실 3000만원 언저리면 옵션이 풍성한 국산 중형세단이나 SUV를 살 수 있다. 그런데도 같은 값으로 더 작고 옵션도 덜 챙긴 수입 소형 SUV를 사라는 이유는 바로 ‘예쁘면서 흔하지 않은’이란 수식어에 있다.
20, 30대라면 머리보다 가슴, 실용성보다 개성에 비중을 둔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국산 소형세단에서 국산 중형세단, 국산 대형세단으로 이어지는 ‘카 라이프’는 좀 지루하지 않을까?
푸조 2008 SUV는 개성 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얼굴과 실내를 갖췄다. 1세대 2008의 얼굴도 잘생기긴 했지만 솔직히 SUV다운 당당한 매력은 부족했다. 해치백을 부풀린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2세대는 크기가 커지면서 실루엣과 비례가 좀 더 SUV에 가까워졌다.
여기에 요즘 푸조 모델이 물려받는 송곳니 모양 주간주행등을 챙기고 프런트 그릴을 키워 누구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얼굴이 됐다. 소형 SUV라고 무조건 귀엽고 앙증맞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험상궂은 얼굴이 든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도로에서 누구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인상 쓰고 있는 것 같으니까.
개성 넘치는 디자인은 실내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 고급스럽지만, 곳곳에 특별한 디자인 요소를 더했다. GT 라인은 가운데 ‘Y’자 모양으로 스웨이드를 덧대고 형광색 스티치로 포인트를 줬는데 꽤 근사하다. 푸조 모델의 상징이 된 작은 운전대는 손에 착 감기는 맛이 좋다.
그 위에 놓인 디지털 계기반은 미래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센터페시아 위쪽에는 각을 살짝 세운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가, 그 아래에는 피아노 건반처럼 누르는 버튼이 자리하는데 모든 구성이 간결하지만 세련됐다.
마음이 흡족해지는 실내다. 눈길을 끄는 건 센터페시아 아래 수납공간을 2단으로 만들어놓은 점이다. 위쪽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를 얹고 아래쪽엔 수납공간을 마련했는데 지갑이나 자잘한 소품을 놓기에 그만이다.
2008 SUV는 최고출력 130마력을 내는 1.5ℓ 디젤 엔진을 얹었다. 이전 모델보다 최대토크는 같지만 최고출력이 10마력 높아졌다.
6단 자동변속기도 8단 자동변속기로 달라졌다. 시동 버튼을 눌러 엔진을 깨우면 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가 실내로 들이친다. 저속에서는 귀를 자극하는 엔진 소리가 좀 거슬리기도 하지만 속도를 붙이고 나면 엔진 소리는 이내 차분해진다.
디젤 엔진의 명가답게 푸조는 작은 차에서도 엔진 소리를 잘 다스렸다. 차가 멈추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 덕에 교차로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는 동안엔 차 안이 조용하다.
디젤 엔진이 좋은 건 뿌듯한 연비 때문이다. 2008 SUV의 복합연비는 17.1km/ℓ. 휘발유 엔진을 얹은 지프 레니게이드가 10km/ℓ인 것을 생각하면 가르릉거리는 엔진 소리쯤 참아줄 수 있다.
뒷자리 공간이 여유로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키 160cm인 내가 앉기엔 크게 비좁지 않다. 단, 시트가 단단한 편이라 푸근하진 못하다(이건 레니게이드나 캡처도 마찬가지다). 뒷시트는 어깨에 있는 버튼을 눌러 손으로 접을 수 있다. 2008은 준자율주행 장비도 살뜰히 챙겼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조작 레버가 운전대 뒤에 있는 게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하며 달리는 기능을 발휘하고, 차로 유지 어시스트는 비상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으면 운전대에 힘을 주며 차선 안으로 밀어 넣는다. 아,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기본으로 챙겼다.
시트를 손으로 조작해야 한다는 건 아쉽지만(아, 레니게이드와 캡처도 전동 시트를 챙기지 못했다) 수입 소형 SUV치고 편의·안전 장비가 꽤 풍성하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에 경쟁력 있는 장비까지 두루 갖췄는데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 가격은 알뤼르가 3248만원, GT 라인이 3545만원이다.
<출처 : 모터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