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재즈와 마음 이야기

칼럼니스트: 김재명

Jazz, K-POP, Classic, CCM 등 여러 장르음악의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뮤지션
현 JM Company 대표

Email: lydianish@naver.com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재즈칼럼11
05/21/2015 04:34 am
 글쓴이 : Panda
조회 : 5,548  
   http://blog.naver.com/lydianish [149]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Art Tatum




(비가 온다)


한사람: 비가 내립니다.

또 다른 사람: 우산을 쓰고 걸어볼까요?


(비가 오는 넓은 들판을 걷는다)


한사람: 늘 보던 풍경인데 다르게 보입니다.

또 다른 사람: 어떻게 보이는데요?

한사람: 그립고 아련하게 보입니다.

또 다른 사람: 당신의 마음이군요.


(걸음을 멈춘다)


한사람: 저는 아무것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사람: (말 없이 듣는다)

한사람: 마음 속은 혼란과 상처만 가득하고, 현실은 고되고 막막하기만 합니다.

또 다른 사람: 그렇군요.

한사람: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 건지, 삶에 아무런 의미도 희망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들판을 한 동안 바라보다, 다시 걷는다)


또 다른 사람: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이라는 재즈 뮤지션을 아세요?

한사람: 모릅니다

또 다른 사람: 그 사람 곡을 같이 들어볼래요?


(또 다른 사람이 주머니 속에 스마트 폰을 꺼내 곡을 찾고 볼륨을 올린다. 비 오는 들녘에 Tea for Two (티 포 투) 가 울려퍼진다)


한 사람: 피아니스트군요.

또 다른 사람: 최고 중에 최고라고 불리는 재즈 피아니스트였죠.

한사람: 뭐가 그렇게 대단했습니까?

또 다른 사람: 여러가지 요소가 있었겠지만, 그의 피아노 테크닉이 아주 탁월하고 뛰어났어요. 아마, 그의 이전에도, 당대에도, 이후에도, 그의 피아노 테크닉을 따를 수 있는 피아니스트는 감히 없다고 생각해도 될만큼이었죠.


(한사람이 주의깊게 음악을 듣는다)


한사람: 피아노 테크닉이라...

또 다른 사람: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블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테크닉을 능숙하고 수월하게 연주했어요. 아주 어려운 부분을 칠 때에도 거침없고 막힘없이 연주해서 모두를 놀래키거나 당혹스럽게 하곤 했죠.

재미있는 건,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의 연주하는 모습이었어요.


(한사람 또 다른 사람을 쳐다본다)


한사람: 어땠는데요?

또 다른 사람: 차분하게, 과장된 몸짓이나 과장된 표정없이 연주를 했어요. 생각해보세요. 그 어려운 연주를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덤덤히 쳐 내려가는 피아니스트를!


한사람: 천재였군요.

또 다른 사람: . 신화적인 에피소드를 많이 갖고 있는 천재였죠.

당대에 영향력 있던 재즈 피아니스트 페츠 월러 (Fats Waller) 아트 테이텀 (Art Tatum) (God) 이라 불렀고, 찰리 파커 (Charlie Parker) 는 한 때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의 오른손 처럼 연주하고 싶다고 했어요.

, 캐나다 출신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 (Oscar Peterson) 아트 테이텀 (Art Tatum)연주한 'Tiger Rag (타이거 레그)' 라는 곡이 여러명이 친 것이 아니라 단 한 사람, 아트 테이텀 (Art Tatum) 연주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몇 주 동안 피아노를 치지 않았다고 해요.


많은 재즈 뮤지션들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는데, 그 중 레놀드 페더 (Leonard Feather) 라는 재즈 비평가는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을 가르켜, 재즈 역사상 악기와 관계없이 최고의 솔로이스트라는 극찬을 했어요.


(다시 걸음을 멈춘다)


한사람: 대단하긴 하지만,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운, 그저 천재의 비범한 얘기들 뿐이군요.


또 다른 사람: 장님이었어요. 아트 테이텀 (Art Tatum) .

한쪽은 아주 어린 유아기 때 백내장을 앓아서 보이지 않게 됐고, 다른 한 쪽도 거의 시력이 보이지 않았죠.


(한사람이 생각에 잠긴 채 다시 걷는다. 또 다른 사람도 따라 걷는다)


한사람: 그래도 그는 타고난 천재적 재능을 가졌잖습니까?

또 다른 사람: 그가 천재였든 아니었든 그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한사람: 그게 뭡니까?

또 다른 사람: 그가 주어진 여건에서 무엇을 선택했는가에요.


(한사람 또 다른 사람을 향해 몸을 돌린다)


한 사람: 어떤 선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또 다른 사람: 유명한 아트 테이텀 (Art Tatum) 말고, 한 인간으로서의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을 생각해 봤어요.

조건만 따져본다면, 그는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장애우였고, 20세기 전반부,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절을 살아간 흑인이었더군요.

그가 가진 조건이 그리 좋아보이진 않지 않나요?


한사람: 그렇군요...

또 다른 사람: 내가 그였다면 어땠을까요?

자신의 조건에 좌절도 했겠고, 천재적 재능이 있다고 해도 눈이 보이않는 흑인으로서 만만치 않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때때로 두럽고 막막하기도 하지 않았겠어요?


(한 사람이 잠시 생각에 잠긴다)


한 사람: 워낙 뛰어난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괜찮치 않았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 사람들은 유명하거나 훌륭한 사람들에 대해서 결과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곤 그들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제 생각엔 그가 천재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것을 통해 삶의 의미와 희망을 갖는, 그러한 삶을 선택했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 설령 그렇다고 해도, 현실적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러운 여건 속에서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낮을 겁니다.

또 다른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


(또 다른 사람한사람을 바라보다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두사람 모두 한동안 말이 없다)


또 다른 사람: 아까 들은 곡은 아트 테이텀 (Art Tatum) Tea for Two (티 포 투) 라는 곡이였어요. 그 곡이 어떻게 들리던가요?

한사람: (잠시 기억을 더듬다가)

봄날에 햇빛이 반짝거리다 부서지는 느낌. 행복하고 설레는 느낌. 심장이 기분좋게 점점 빨리 뛰고, 미소가 번질 것 같은 느낌. 그랬습니다. 저에겐.


또 다른 사람: (씽긋 웃으며)

눈이 보이지 않는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이 눈이 보이는 우리에게 손에 잡힐 듯한 묘사를 해 준 샘이군요.

사랑하는 사람과 마시게 될 그 차는 설렘이자 행복일테니까요.


(한사람이 걸음을 멈춘 후, 걷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의 뒤에 대고 묻는다)


한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은 구체적으로 어떤 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또 다른 사람: (돌아보며)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이 있는 그대로 소중한 존재임을 아는 힘. 자신을 굴복시키려는 끝없는 불안과 두려움을 직면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기자신을 믿어주는, 주어진 여건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면을 보는 힘, 자신을 존재하게 하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힘. 마지막으로 넘어진 자기 자신을 향해 자신만은 끝없이 손을 내밀어 줄수 있다는 것을 아는 힘.


한사람: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을 보는 힘이기도 하고, 한 현상에 대해 넓고 다양하게 보는 힘이기도 한, 지혜의 힘이군요.


또 다른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은 어떠한 상황에 있든 위대한 선택을 하게 하는원인이자 원동력이 되는 거지요.


한사람: 위대함이라.

어떻게 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 생기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 연습을 하는 거에요. 매일매일.

지치고 짜증나고 타성에 젖은 하루하루 대신, 당신의 환경과 당신의 마음을 새롭게 바라보는 연습을 매일매일 하는 거죠.


한사람: 언제까지 연습을 해야 합니까?

또 다른 사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일때까지.

인간이란 살아있는 동안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요.


(한사람이 들판을 향해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내뿜는다)


한사람: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의 곡을 다시 한번 들려 주시겠습니까?

또 다른 사람: 물론이죠.


(들판 가득 Tea For Two 가 울러 퍼진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그들은 다시 걷고있다)





JM



아트 테이텀 (Art Tatum) 이 연주한

Tea For Two



그의 다른 작품;

Tiger Rag

My One And Only Love



//모든 칼럼의 저작권은 칼럼니스트 김재명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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