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재즈와 마음 이야기

칼럼니스트: 김재명

Jazz, K-POP, Classic, CCM 등 여러 장르음악의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뮤지션
현 JM Company 대표

Email: lydianish@naver.com

 
희망의 깃발을 흔들다----------------------------------재즈칼럼24
02/13/2017 11:11 pm
 글쓴이 : Panda
조회 : 2,154  
   http://blog.naver.com/lydianish [207]



희망의 깃발을 흔들다
Come Sunday from Black Brown and Beige



온통 짙은 안개로 가리워져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시골길을

자전거로 달린 적이 있어요.

늘 다녀 알고 있던 길이었지만
참 낯설고 두렵더군요.

생각해봤습니다.

만약
처음 가는 길이었다 해도,

그래도 그 길을 기꺼이 가려했을까 하고 말이죠.


그런데,

짙은 안개보다 더 짙은
현실 앞에서-


누군가는 고통스러움으로
몸부림치고,

나라는 욕심뿐인 위정자들로
몸서리치며,

세계는 극한의 이기심으로
몸져 누워버린,-


칡흙같은 이 현실의 길 위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이 길을 기꺼이 가야하는가?' 하고 말입니다.



상처로
두려움으로
좌절과 무력함으로


멈춰 버린 사람들.

하지만,


그 길은 걸어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자 우리의 인생이었습니다.


무거움과 답답함이 마음을 짓누르더군요.



용기만으로 걷기엔

너무도 공포스러웠으며


인내만으로 견디기엔

지금으로도 너무 많이 참고 살아온

가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무엇으로서 이 시대를, 이 시간을 걸어내야 하는 것일까...



알 수 없고

혼란스러우며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길고 긴 그 밤,

절박한 마음이 한 음악 앞에 멈춰 섰습니다.


Come Sunday-같이 들어요!


 

그리고 그 음악이 귓뜸해 준 답,

그것은'희망'이었습니다.


얼마나 예상치 못한 흔한 답이던가요?


하지만,

스스로는 깨닫지 못할 만큼 멀리있는 '희망'이었습니다.



그 날의 그 곡은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곡이었어요.


1943년 첫 카네기 홀 콘서트를 위해 작곡된 곡이라고 하더군요.

'Black Brown and Beige(블렉 브라운 그리고 베이지)'라 불리는데, 그 중 한 부분을 들은 것이죠.


'Black Brown and Beige(블렉 브라운 그리고 베이지)'는 듀크 엘링턴의 역작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그의 작품 중 가장 긴 곡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상적 재즈 곡과는 달리 확장된 형태를 띄고 있어요.


오리지널 작곡의 형태를 살펴보면,


Black(블렉)은 첫번째 악장(movement)인데요, 3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The Work Song(더 월크 송), Come Sunday(컴 선데이), 그리고 Light(라이트)가 그것이죠.


Brown(브라운)악장도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West Indian Dance or Influence(웨스트 인디안 댄스 혹은 인플루언스), Emancipation Celebration(이멘서페이션 셀러브레이션), 그리고 The Blues(더 블루스)가 각각을 이루고 있죠.


마지막 Beige(베이지)악장은1920년대와 1930년대 그리고 세계2차대전에서의 흑인을 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1943년 초연에서 듀크 엘링턴은 이 곡을

'미국 흑인 역사와 함께 하는 음악'이라고 소개를 합니다.('a tone parallel to the history of the Negro in America')


언뜻,

미국 흑인의 역사는 고통과 슬픔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반전의 요소, 그러나 그들의 역사와 실제로 늘 함께해 온 한가지 요소를 덧붙여 'Black Brown and Beige(블렉 브라운 그리고 베이지)'를 만들어 냈던 것이죠.


'희망'과 함께 말입니다. 



그 후, 곡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자, 듀크 엘링턴은 이 세개의 악장을 6개의 짧은 부분으로 과감히 수정해 1958년 편집된 앨범을 선보입니다.


그날 그 밤에 들은 곡은

오리지널에서도, 편집한 앨범에서도, 'Black Brown and Beige(블렉 브라운 그리고 베이지)'의 핵심으로 인식되는 'Come Sunday(컴 선데이)'라는 곡이었어요.


재즈 스탠다드로 자리를 잡을 만큼 인상적이 곡인데요,

보컬과 악기의 두 가지 버전 중, 미국의 가스펠 여왕(The Queen of Gospel)으로 불리는 마헤일야 젝슨(Mahalia Jackson)이 1958년 피처링한 보컬 곡을 들었던 것입니다.


듀크 엘링톤은 여기서 가스펠과 재즈의 만남을 계획했습니다.

그 만남은 두 음악적 영역을 철저히 존중하면서 이루어졌는데요,


피아노 전주 부분에서 화성과 자유로운 루바토로 재즈적 느낌을 물씬 풍기고는

곡이 시작되자 마헤일야 젝슨의 가스펠에 온전히 모든 공간을 내어 주고 있습니다.


자칫 퓨젼이라는 목적에 집착해 각각이 갖는 개성과 날카로움을 무디게 하는 흔한 실수따윈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곡 중반, 과하지 않게 보컬에 맞춰 반주를 짧게 넣고 있는데요,

지루함을 피하게 하고 재즈와 가스펠의 만남이라는 것을 부드럽게 상기 시키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 마헤일야 젝슨(Mahalia Jackson)의 목소리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기도하는 누군가의 마음 속을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분위기.

자연스럽게 그녀의 목소리와 하나가 되는 순간부터 자신이 기도하는 사람, 그 자체가 되게 만드는 노래라고 생각했습니다.


충분한 공간이 주는 여백의 미는 영적 충만함으로 가득했고

그녀의 기도는 아니 나의 기도는 점점 더 깊어갑니다.


그녀는 여성 보컬의 가장 낮은 음역, 콘트랄토(contralto)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재즈적 배경 위에 힘있고 따스한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엔딩 부분의 허밍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요,

마치 절대자인 신이 슬픔과 좌절 속에 있는 우리를 감싸안고 위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렬히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녀의 신실한 기도를 의역하면서 인간에게 희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

신이시여, 왕중의 왕, 전능의 신이시여,

사랑의 신이시여, 부디 우리들을 굽어 보살펴 주시고 이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 내게 하소서.


신이시여, 왕중의 왕, 전능의 신이시여,

사랑의 신이시여, 부디 우리들을 굽어 보살펴 주시고 이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 내게 하소서.


저 하늘 해와 달은 흐린 날에도 그 곳에 그대로 있다는 것을 믿기에

짙은 구름은 단지 지나가는 것일 뿐임을 확신합니다.


신은 모든 고통받는 마음에 평화와 위로로 답해 주실 것입니다.

그 날이 온다면 그 날이 온다면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 낙망하지만

그는 우리의 모든 애씀을 알고 전해 듣기에

우리의 모든 기도를 들어주실 것입니다.


백합과 꽃들과 새들이

조화롭게 피고 지져귀며


새벽부터 해가 질때까지

우리들은 성실히 일을 합니다.


그 날이 온다면 그 날이 온다면

그 날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Lord, dear Lord I've loved, God almighty
God of love, please look down and see my people through

Lord, dear Lord I've loved, God almighty
God of love, please look down and see my people through

I believe that sun and moon up in the sky
When the day is gray
I know it, clouds passing by

He'll give peace and comfort
To every troubled mind
Come Sunday, oh come Sunday
That's the day

Often we feel weary
But he knows our every care
Go to him in secret
He will hear your every prayer

Lillies on the valley
They neither toll nor spin
And flowers bloom in spring time
Birds sing

Up from dawn till sunset
Man work hard all the day
Come Sunday, oh come Sunday
That's the day



희망이란

고통과 아픔을 삶의 본질로 여기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실이 주고 있는 크나큰 시련과 좌절 속에서도

고통을 지나는 구름이라 믿고

신이 약속한 완전한 시간을 간절히 열망하고 확신하며

이 힘든 시간을 잘 견디어 내게 해달라고 하는 간곡한 기도를 들으면서,


희망이란

반드시 오게될 '행복'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순박한 믿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믿음은

논리적 설명 이전에 존재하고 있었고

우리 본성에 내재되어 있는 본연의 성품이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던가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괜찮아 질거라는 믿음으로

행복해 질거라는 믿음으로


고단한 하루를 견디어 내고

내일 또 다시 일어나 하루를 살아냈습니다.


희망은

삶을 이끄는 힘,

삶의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이 거친 시간,


그래서 더더욱

두려움 대신 희망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노력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그저

희망을 가슴에 품은 채

불확실한 인생과 현실의 길 위에 당신의 한 발을 내디디면 되는 것 뿐입니다.


나머지는

희망이 알아서 해 줄테니까요.



짙은 안개로 가득했던 그 시골길에서

더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던 순간,


앞 선 어디선가 들리던

또 다른 이의 인기척은 안심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당신은 분명,

그 길을 걸어낼 것입니다.


멈춰선 이들의 마음을 깨울 수 있도록


희망의 깃발을 힘차게 흔들며


당신은 분명,

누군가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JM


Come Sunday Instrumental version - 같이 들어요!


개인 사정으로 일주일 정도 칼럼을 늦게 올린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든 칼럼의 저작권은 칼럼니스트 김재명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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