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의 재즈와 마음 이야기

칼럼니스트: 김재명

Jazz, K-POP, Classic, CCM 등 여러 장르음악의
작곡과 편곡,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 뮤지션
현 JM Company 대표

Email: lydianish@naver.com

 
아름다운 당신에게; Django Reinhardt-----재즈칼럼16
01/05/2016 04:55 am
 글쓴이 : Panda
조회 : 4,622  



아름다운 당신에게

Django Reinhardt



얼굴이 수척해 보입니다.


조금 더 편안하게 사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이지 물었을 때,

당신은 말했습니다.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움이 생기면 주저없이 도망가버리는

그 흔하디 흔한 삶들을 내내 목격해 왔기에

당신이 말하는 '책임과 의무'는 비현실적인 윤리나 도덕처럼 느껴질 뿐.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힘들게 애쓰고 있는 모든 것이

어러석고 부자연스럽게만 보였으며,


때로는,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비난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화두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몇 주를 보내던 즈음,

재즈계의 한 인물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름은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였습니다.

벨기에에서 태어난 집시 혈통을 가진 프랑스의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였는데요,


그가 재즈 뮤지션으로서 이루어 낸 업적은 대단한 것이더군요.


상대적으로 재즈의 변방이었던 유럽에서,

그는 유럽 재즈 뮤시션으로는 처음으로 재즈 기타 쟝르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었습니다.


따라서 그가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는 것은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였죠.


어떤 중요한 역활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기존의 것을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재즈 기타 테크닉창조한 인물이자,

1930년대, 집시 재즈, 집시 스윙, 혹은 핫 클럽 재즈로 불리는 새로운 재즈 스타일의 영역을 만들고 완성한 뮤지션으로서, 그의 가치는 진정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핫클럽 5중주단(Quintette Du Hot Club de France)'라는 재즈 역사에 자주 회자되는 유명한 앙상블을 조직하여 활동하면서, 그의 새로운 기타 테크닉, '핫 재즈 기타('Hot' Jazz Guitar),'은 프랑스 집시 문화에 전통이 됩니다.


그의 작품들, 이를테면, Minor Swing(마이너 스윙), Daphne(데프니), Belleville(벨빌), Djangology(장고알러지), Swing '42 (스윙 '42) 그리고Nuages(뉴아지즈)등은 재즈 스텐다드(Jazz Standards)로 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전혀 흠 잡을 곳이 없는 천재 음악가의 이력이더군요.


그러나,


그를 다시 돌아보게 된 이유는

이 대단한 이력과는 어울리지 않는 혹은 어색한 혹은 이해하기 힘든 그의 장애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음악인들 중에도 장애를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만,

그가 특히 더 흥미로운 이유는

기타리스트로서는 치명적이게도 손가락에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중 한사람으로 평가되고, 전혀 새로운 기타 테크닉을 만든 주창자가 된 것인지...


잠시 혼란스럽더군요.


그래서 차분히,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그의 장애는 1925년 그의 나이 15살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난으로 인해 인조 꽃을 만들어 팔던 그의 부인은 화재에 취약한 여러 재료들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가 촛불을 쓰러트려 불을 내고 맙니다.


사람들에 의해서 빠른 시간 내에 구조가 되긴했지만,

몸의 반 이상이 화상을 입었고,

그의 오른 쪽 다리는 절단해야 될 상태에 놓였으며,

왼손의 넷째 그리고 다섯째 손가락은 심하게 타버렸습니다.


어린 나이에 재능을 보이며 벤조와 기타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에게 의사는,

그가 다시는 기타를 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내립니다.



기타리스트로서 끝났다는 사형선고, 마비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된 왼손의 넷째 그리고 다섯째 손가락, 아픈 몸, 생활고,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당시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앞에 주어진 현실을 이러했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기타리스트로서의 삶, 음악가로서의 삶에 중대한 어려움이 찾아왔던 것이죠.


그의 입장이었다면 어떤 선택의 여지가 있었을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니,

우선 가장 쉽게는 좌절하고 포기하는 방법이 하나 있더군요.


아니면,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타협해서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계속 영위해 나가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의외였습니다.


그에게 주목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은 여기부터 인데요.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중대한 어려움을 향해 정면승부를 선택합니다.

그의 정면승부,

고장난 손가락을 가진 채, 다시 기타를 치는 것이었죠.


참으로 무모하고

참으로 비현실적인 선택이 아닙니까?



그는 새로운 기타로, 처음부터 다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기타를 연주해 낼 방법을 연구하고 끝없이 연습했습니다.


아픈 손으로

처음부터 하나하나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는 그 길은

분명 어렵고 험난한 길이였음을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 무모했던 도전은

기타 솔로에는 성한 검지와 가운데 손가락 두개만을 이용하고

아픈 넷째와 다섯째 손가락으로는 코드에 관계된 것만을 처리하도록 하는 전혀 새로운 재즈 기타 테크닉을 탄생시키며 대성공으로 마무리 됩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장애로 인해 만들어진 이 테크닉이

장애가 없는 이들에게 선망의 테크닉이 되었습니다.


그의 도전이 옳았는가는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커다란 도움과 행복을 주었다는 객관적인 평가로 이미 입증이 된 셈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적처럼 혹은 드라마처럼 잘 해결된 결과는 잠시 내려놓고,

모든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버렸던 그 힘겨웠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기타리스트로서 끝났다는 사형선고, 마비되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된 왼손의 넷째 그리고 다섯째 손가락, 아픈 몸, 생활고, 미래에 대한 막막함과 두려움.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힘들고 험난하며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그 길을 그는 왜 굳이 선택했던 걸까요?


왜 그랬던 걸까요?

?



생각과 관찰을 거듭하면서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 전 그는 이미 음악가로서, 기타리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죠.


그리고,

화재로 인해 모든 것을 잃은 중대한 어려움 앞에서도,

그는 결코 변화된 상황에 자신이 했던 선택 타협하거나 번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험난한 길을 기꺼이 걸어갔으며,

결국, 자신의 선택을 지켜냈습니다.


그가 보여준 '책임과 의무'는 더 이상 박제된 윤리나 도덕이 아닌,

기타를 향한 그리고 음악을 향한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실천이었던 것입니다.



당신의 얼굴이 수척해 보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그 길을 계속 걸어갈 겁니다.


이제는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누군가의 아버지로서,

누군가의 친구로서,

누군가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애써 왔을 것입니다.


당신의 사랑은 이제

수많은 어려움을 넘고 넘어

지고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환원될 것입니다.


당신의

깊게 패인 주름도

허름한 옷차림도

거칠어진 손 마디마디도


당신의 아름다움을 결코 가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JM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의 매력적인 작품을 감상해보세요!


Minor Swing


Daphne


Belleville


Djangology


Swing '42


Nuages



//모든 칼럼의 저작권은 칼럼니스트 김재명에게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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