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뉴스

미국서 번트로 비판받은 KIA 윌리엄스 감독, 한국선 성공할까

등록일: 06.17.2020 14:39:55  |  조회수: 184


경기 지켜보는 윌리엄스 감독

KIA 타이거즈 윌리엄스 감독이 6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NC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고 있다. 

프로야구 역대 세 번째 외국인 사령탑인 KIA 타이거즈의 맷 윌리엄스 감독은 번트를 상당히 좋아한다.
 

선두 NC 다이노스를 7-4로 꺾은 16일 경기에서도 보내기 번트가 승리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5-4로 쫓긴 8회 말, 볼넷 2개로 무사 1, 2루의 도망갈 찬스가 생기자 윌리엄스 감독은 타격감이 좋지 않은 9번 박찬호에게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박찬호는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해 1사 2, 3루로 연결했다. 2사 2, 3루에서 프레스턴 터커가 깨끗한 2타점짜리 중전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윌리엄스 감독은 1-3으로 추격하던 6회 말 무사 1, 2루에서도 5번 타자 유민상에게 번트 작전을 냈다.

유민상은 보내기 번트엔 실패했지만, 2루수 쪽으로 타구를 날려 주자를 한 베이스씩 보냈다.

KIA는 NC 유격수의 송구 실책을 틈타 2점을 뽑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KIA는 16일 현재 SK 와이번스(14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희생번트(12개)를 댔다.

'빅 볼'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미국 감독이라도 번트를 가볍게 보진 않는다. 경기 상황과 타순에 따라 얼마든지 번트를 댄다.

화끈한 공격을 지향한 KBO리그 1호 외국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2008년부터 3년간 롯데를 이끌었다.

그 기간 롯데의 희생번트 순위는 중하위권이었다. 번트보다는 두려움 없는 강공을 주문한 로이스터 전 감독의 성향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프로야구 닛폰햄 파이터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 감독을 지내고 2017∼2018년 SK를 지휘한 '2호 이방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변화무쌍한 모습을 선사했다.

힐만 감독의 재임 첫해 SK의 희생번트 순위는 7위(57개)에서 이듬해 3위(54개)로 올랐다.

힐만 감독 재임 시절 2년 연속 홈런 200개 이상을 쳐 대포 군단으로 변모한 SK는 빅 볼과 스몰볼의 조화로 2018년 한국시리즈 정상을 밟았다.

한국 코치들의 조언을 적절히 수용한 힐만 감독은 라인업을 숱하게 바꾸는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 번트와 홈런의 절묘한 앙상블을 이뤄냈다.

메이저리그에서 17년을 뛰는 동안 통산 타율 0.268에 홈런 378개, 타점 1천218개, 안타 1천878개를 남긴 윌리엄스 감독은 5차례 올스타에 뽑히고 각각 4번씩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수상했다.
 

지금껏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선수와 감독을 통틀어 가장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2014∼2015년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를 이끌었을 땐 번트로 여러 차례 회자하기도 했다.

2015년 8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선 1회 초 선두 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해 2루를 훔치자 2번 타자에게 곧바로 보내기 번트를 지시했다.

빅리그에서 보기 드문 '1회 초 번트'로 윌리엄스 감독은 한동안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그해 9월 8일 포스트시즌 출전권이 걸린 뉴욕 메츠와의 일전에서 나온 윌리엄스 감독의 번트 지시는 여러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7-1로 앞서다가 7-8로 뒤집힌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가 중전 안타로 출루하자 그 경기에서 4타수 2안타를 친 2번 타자 앤서니 렌돈에게 볼 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보내기 번트 작전을 낸 것이다.

그러나 렌돈은 번트에 익숙하지 않았고, 번트 후 선행 주자가 2루에서 잡혔다.

워싱턴은 후속 타자의 볼넷으로 1사 1, 2루 기회를 이어갔지만, 경기를 끝내는 병살타가 나와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를 끌려가는 팀은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보다는 끝내기 역전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한창 잘 때리던 렌돈에게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번트를 지시해 메츠 마운드를 전혀 압박하지 못하고 중요한 일전에서 패한 윌리엄스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윌리엄스 재임 시절 워싱턴은 팀 최다 희생번트 순위에서 내셔널리그 15개 팀 중 각각 5위, 공동 4위를 달렸다.

미국과 KBO리그의 야구 색깔은 전혀 다르다. 1번부터 9번까지 누구나 홈런을 칠 수 있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힘을 KBO리그 타자들은 따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KIA에는 힘 좋고 정확한 슬러거가 경쟁팀보다 적다.

보내기 번트가 반드시 효율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여러 데이터도 있지만, 득점권 찬스를 잡아 상대 팀을 압박한다는 차원에서 번트는 여전히 KBO리그에서 유용한 작전 카드다.

윌리엄스 감독은 팀 잔루 1위(284개)라는 불명예에도 득점권 찬스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철학을 내비친 바 있다. 보내기 번트는 이 판단의 주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득점권에서 득점 생산력을 높이는 건 KIA 타자들의 경험과 코치들의 지도력에 달렸다. KIA의 득점권 타율은 0.266으로 8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