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린드 15타수 1안타 극심한 부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시애틀 매리너스 스콧 서비스(49) 감독은 시즌 초반 1루수 자리에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상대 투수에 따라 타자를 달리 기용하는 작전)을 적용한다.
시애틀 주전 1루수는 작년 홈런 20개를 때린 애덤 린드(33)이지만, 백업 1루수 이대호(34)도 그에 못지않게 기회를 얻는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런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작전이 플래툰 시스템이다.
좌타자 린드는 작년 타율 0.277에 홈런 20개, 87타점을 올렸다. 이 중 우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291에 홈런 20개를 때렸고 OPS(출루율+장타율)는 0.883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좌투수를 만났을 때 타율은 0.221로 떨어졌고 OPS도 0.575에 그쳤다.
그래서 시애틀은 린드를 주전 1루수로 영입하면서 스프링캠프에서 '좌완 공략 전문가' 백업 1루수를 물색했고, 이대호가 경쟁 끝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진입했다.
서비스 감독은 개막 후 좌완 선발투수가 나오면 이대호, 우완 선발투수가 나오면 린드를 선발 1루수로 기용한다.
11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린드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3타수 무안타, 우완투수를 상대로는 12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다. 반대로 이대호는 좌완투수를 상대로 7타수 1안타, 우완투수를 상대로 1타수 무안타다.
이제까지 시애틀이 치른 6경기에서 린드가 4경기, 이대호가 2경기 선발로 출전했다. 이 중 서비스 감독이 플래툰을 적용하지 않은 경기는 개막전뿐이다. 상대 팀 텍사스 레인저스는 좌완 콜 해멀스를 선발로 냈는데, 개막전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이대호 대신 린드를 개막전에 내보냈다.
서비스 감독은 경기 중에도 투수가 바뀌면 1루수 자리에 선수를 바꿔 내보낸다. 11일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전에서 선발투수로 우완 크리스 배싯이 나오자 린드가 선발 출전했는데, 연장 10회말 2사 2루 찬스에서는 좌완 션 두리틀을 상대하기 위해 이대호를 대타로 냈다.
그래서 이대호는 우타자를, 린드는 좌타자를 만나기 쉽지 않다.
현재까지 두 선수의 성적을 살펴보면 이대호가 비교 우위에 있다.
이대호는 타율 0.125(8타수 1안타), 린드는 0.067(15타수 1안타)을 기록 중이며, 이대호는 안타 하나가 홈런이다.
주전 1루수 린드가 좀처럼 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이대호에게는 호재다.
이대호가 치고 나가고, 반대로 린드의 침체가 이어지면 주전 자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게 야구다.
MLB닷컴은 10일 "서비스 감독이 좌완투수가 나올 때 이대호에게 확실히 의지할 것"이라고 전해 이대호에게 힘을 보탰다.
그렇지만 이대호는 '좌완 상대 전문가' 이미지를 각인하는 게 먼저다.
이대호와 시범경기에서 경쟁을 벌였던 스테펜 로메로(28)는 현재 트리플A 4경기에서 타율 0.471(17타수 8안타), 1홈런, 6타점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대호가 좌완투수를 상대로 홈런과 같은 결과를 또 보여준다면 '주전 사냥'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4bu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11 09:4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