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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초만에 고객 잡아야"…디자인 본고장서 외친 삼성 디자인 철학

연합뉴스 입력 04.16.2024 09:04 AM 조회 319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 이후 19년…"디자인으로 기존 생각에 도전"
전세계 7곳 디자인 연구소서 1천500명 디자이너 '혁신' 고민
2005년 당시 밀라노 찾은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2005년 4월,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은 세계 패션과 디자인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주요 사장단을 불러 모아 디자인 경영 전략회의를 열었다.

그간 "디자인은 21세기 기업 경영의 최후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온 이건희 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라며 디자인 혁신을 주문했다.


1996년 '디자인 혁명의 해' 선포에 이은 2005년 '밀라노 디자인 선언'은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디자인 경영'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동시에 지금의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한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밀라노 디자인 선언 이듬해 출시된 '보르도 TV'는 와인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삼성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현재까지 18년 연속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신호탄이 됐다.

삼성전자는 1996년 '사용자에서 출발해 내일을 담아내는 디자인'으로 디자인 철학을 정의하고, 시대에 따라 '디자인 아이덴티티'(DI)를 정하며 디자인 경영에 힘을 실어 왔다. 업계 최초로 '선행 디자인' 개념도 도입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을 설명하는 홍유진 부사장 [촬영 장하나]



최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추구할 디자인 지향점으로 본질(Essential)·혁신(Innovative)·조화(Harmonious)를 제시했다.

홍유진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사장은 15일(현지시간) 밀라노에서 열리는 삼성전자의 '공존의 미래'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하는 특징은 'AI로 대표되는 변혁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라며 "본질·혁신·조화는 고객 중심의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한 논의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공존의 미래'전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같은 디자인 전략과 방향성을 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다.

삼성전자는 현재 한국(서울)을 포함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중국 베이징, 인도 노이다, 일본 도쿄, 브라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7곳에서 글로벌 디자인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디자이너만 1천500여명이다. 제품 디자이너와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전문가는 물론이고 심리학과 인지과학, 기계공학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가 모여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중 2000년 런던에 설립된 유럽디자인연구소는 유럽의 디자인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유럽에서 시작되는 트렌드를 전 세계에 통용되는 디자인으로 변주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2005년 설립된 밀라노 분소는 컬러와 소재 연구를 집중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밀라노 연구소는 가구와 인테리어, 자동차, 패션 등의 이종(異種)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소재와 관련 기술을 발굴해 전자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 프리미엄 소재 기업과의 협업을 통한 개발을 전문으로 한다.

2020년에는 이탈리아 금속 가공 디자인의 명가 데카스텔리 장인들과 협업해 뉴 셰프컬렉션 냉장고의 '마레 블루' 도어 패널을 선보였다. 장인들이 5주에 걸쳐 수만 번을 섬세하게 터치해 완성한 패널은 제품 각각의 패턴이 달라 희소성이 높다.



삼성전자 '공존의 미래' 전시 현수막 [촬영 장하나]



'CMF'(색상·소재·마감)로 압축되는 소재 디자인은 제품의 감성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를 더하기 위해 디자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최적화된 컬러, 소재와 디테일로 구현한다.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시장 조사는 물론 신소재 등 기술 조사를 기반으로 제품 디자인에 요구되는 CMF 전략을 수립하고 소재 및 가공법의 콘셉트를 제품의 특성과 연결해 제품의 차별화 포인트를 만드는 역할이다.

펠릭스 헤크 삼성전자 유럽디자인연구소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해주는 신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기존 생각에 도전하고 혁신 포인트를 찾고 있다"며 "다양한 삼성전자 제품을 통해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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