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이후 9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주식시장은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3대지수 나란히 금융위기 바로 직전인 2007년 10월 기록했었던 사상 최고치를 깬지도 이미 5년이 훌쩍 지났다. 최근 몇년간 장은 최고치를 시도때도 없이 갈아치웠다. 작년같은 경우에는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3대지수가 서로 돌아가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최고의 호황을 보내고 있는 장은 역사상 두번째로 오래된 bull market을 만끽하고 있다. 상승세를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2016년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한후부터 수직상승한 장으로 인해 Trump rally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1년이 훨씬 지난 현재까지도 기회가 될때마다 주식시장이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자주 언급한다. 본인이 크게 기여했다는 것을 은근히 자랑하고 있다. 호재들은 더욱 크게 확대해석되고 악재들은 웬만하면 묻혀버리거나 혹은 아예 호재로 둔갑되는 현상은 멈출 징후없이 반복됐다. 투자자들은 나만 빼고 장이 오를것을 조바심내며 장이 폭락할때면 어김없이 일단 사고보자는 panic buying을 몰고왔다.
그러나 올해 1월말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인 장으로 인해 공포 지수로 불리우는 VIX Index는 2년 6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이후 그리스 디폴트 불안감으로 인한 폭락, 영국의 브렉시트로 인한 폭락, 그리고 중국쇼크로 인한 폭락등을 두루 거치고도 항상 건재함을 과시하며 매번 상승세를 회복했던 장이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불안감을 느끼게 됐다. 경기호조로 인한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감과 더해 최근 중국과 불붙고 있는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는 고조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대적인 물갈이(고위간부들의 사임과 해고)로 인한 불안정한 행보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시리아 공습 가능성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러 악재속에서 장은 몇년간 볼수 없었던 수준의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투자자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줬다.
Dow Jones가 하루에 무려 1천 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것을 비롯해 3대지수 모두 하루에 2% 이상 폭등하거나 폭락하는 움직임이 목격됐다. 개장초 폭등이 마감전 폭락으로 혹은 개장초 폭락이 마감전 폭등으로 급반전되는 현상도 자주 반복됐다. 특히 1월말부터 목격할수 있었던 엄청난 폭의 잦은 요동침은 주식시장의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즉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전례없는 움직임으로 기록됐다. 금융위기이후 처음 주식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장의 폭락과 요동침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야말로 월스트리트 카지노라는 비유가 적절할만큼 주식들은 평소의 몇 배에 달하는 거래폭에서 움직였다. 분위기에 완전히 휩싸인 투자심리는 하루마다 급변하는 불안정한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달을 2년만에 최악의 달로 기록한 장은 1월말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에서 11%넘게 폭락하는 공식적인 correction territory에 도달했다. 주식시장이 최고치에서 10%이상 떨어지는 조정(correction)을 맞이한건 2016년 1월이후 2년만에 처음이다. 금융위기때 바닥을 찍었던 2009년 3월부터 카운트하면 9년동안 네번에 불과했다. 결국 2년에 한번꼴로 조정이 이뤄졌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피부로 느끼기에 혹은 제대로 두려워하기에 조정자체는 너무 짧게 끝났다. 대부분의 경우 불과 일주일에서 이주일 사이에 조정을 완벽하게 끝내고 회복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번 1월30일 부터 2월9일 까지 폭퐁처럼 몰려왔던 조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우선 먼저 답을 준다면 3대지수 모두 두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NASDAQ만 유일하게 폭락했던것을 모두 회복하고 3월중순 새로운 사상 최고치도 경신했다.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며 이후 반등했던것을 싹다 지우고 4월 2일 8주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후 2주간 꾸준히 반등해 4월13일 금요일 기준 폭락했던것의 38%를 회복했다. 이번주를 5주만에 가장 크게 상승한주로 기록했다. 반면 Dow Jones와 S&P 500은 2월달 조정줬던것의 절반정도를 회복하다 다시 무너졌다. 현재까지 1/4정도밖에 복구하지 못한 상태이다.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불안한 요소들이 딱히 해소되거나 호재로 둔갑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전해지는 소식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에 따라 장의 요동침은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의 “Be fearful when others are greedy and greedy when others are fearful” 이라는 격언은 버핏의 격언들중 가장 잘 알려진 투자의 정석이지만 많은 이들이 투자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격언들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남들이 두려워할때 사고 , 탐욕부릴때 팔라”가 의미하듯 panic selling 이나 panic buying 을 비롯해 투자심리가 한쪽으로 급격히 쏠려있는 상황에서 내린 감정적인 투자결정은 치명타가 될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남들이 매수할때 같이 따라 사고, 팔때 같이 따라 파는 군집행동에 동조하는 경향이 짙다. 다른 사람들은 사는데 혼자서만 팔거나 파는데 혼자서만 사는 즉 무리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기 꺼려하고 실패하면 동변상련의 마음으로 자기위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닉상태에서 내린 투자결정이나 혹은 다른 투자자들을 따라해서 내린 성급한 투자결정은 본인의 투자목적이나 위험 대처능력에 맞지 않을수 있다. 특히 요즘처럼 장이 거의 매일 요동칠때일수록 사자로 몰리거나 팔자로 몰리는 것을 피하고 한발 뒤로 물러서서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아닌 꼭 필요한 투자전술중 하나이다. 데이 트레이딩이나 초단기 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주식시장에서 초를 다툴정도로 급하게 서둘러서 결정지어야 되는 상황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이제 기업들의 2분기 어닝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만큼 관망세도 중요한 투자전술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장이 폭락하거나 폭등할때마다 딜레마에 휩싸여 고민하는 것보다 확고한 투자전략에 기반을 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가꿔나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