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였던 패스트푸드는 외면받는 반면, 스무디 하나에 20달러가 넘는 고급 식료품점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불러온 미 경제의 'K자형' 양극화 현상을 들여다봅니다.
*캘리포니아 인구의 4명 중 1명이 2031년이면 60살 이상이 됩니다. 젊음을 붙잡으려는 산업이 커지는 가운데, 오히려 '늙는 것이 좋다'고 외치는 오렌지카운티 한 노년학자의 주장이 미국 사회에서 큰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박현경 기자!
1. 최근 외식 시장에서 패스트푸드점들의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요?
네, 한마디로 '서민들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한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블랙박스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년 대비 방문객이 늘었다고 답한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고작 9%에 불과했습니다.
전체 레스토랑 평균인 27%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인데요.
웬디스는 실적 부진으로 수백 개 매장을 닫고 있구요.
피자헛도 얼마 전에 매장들을 닫는다고 전해드렸죠.
그리고 아예 매각 위기에 처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2. 패스트푸드는 불경기에도 강한 업종 아니었나요? 왜 유독 이번에 타격이 큰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의 역전'입니다.
예전엔 집에서 해 먹는 것보다 패스트푸드가 싸고 편했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2015년 이후 마트 식료품 물가는 30% 올랐지만, 외식비는 52%가 뛰었습니다.
저소득층 소비자 입장에선 "이 돈이면 차라리 마트에서 고기를 사다 집에서 구워 먹겠다"는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마트는 이전보다 많이 북적이는 편입니다.
3. 맥도날드 같은 대형 체인들도 저소득층 고객 감소를 체감하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맥도날드 경영진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저소득층 방문 횟수가 10% 이상 줄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특히 SNS에서 화제가 된 '18달러 빅맥 세트' 같은 사례가 소비자들에게 '패스트푸드도 더 이상 싸지 않다'는 강한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를 준 것이 뼈아픈 대목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어제(10일) 패스트푸드 체인 사업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4. 그런데 반대로 아주 고가의 식료품점들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데, 어떤 곳들인가요?
네,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Erewhon'(에러혼), '버터필드 마켓' 같은 고급 유기농 마트들이 주인공입니다.
이곳에서는 스무디 한 잔이 21달러, 치킨너겟 한 팩이 15달러, 샐러드 하나가 26달러에 달합니다.
패스트푸드점 한 끼 가격보다 스무디 한 잔이 더 비싼데도 매장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전했습니다.
5. 그렇게 비싼데도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건강'과 '지위'를 사는 소비 행태 때문입니다.
고학력·고소득층일수록 건강한 식단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구요.
SNS 인플루언서들이 이런 고가 제품을 소비하는 모습을 공유하면서 MZ세대에게는 일종의 '힙한'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주식 시장 호황으로 자산이 늘어난 부유층에게 20달러짜리 스무디는 전혀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6. 과거에는 경기가 나빠지면 어느 정도 넉넉했던 주민들도 패스트푸드로 '갈아타기'를 해서 매출을 받쳐주지 않았나요?
바로 그 부분이 최근 추세의 특이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 부유층은 전혀 소비를 줄이지 않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고소득층은 여전히 고급 식당과 유기농 마트를 이용하구요.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조차 외식을 아예 포기하고 집밥으로 숨어버리면서 패스트푸드라는 '중간 지대'가 텅 비어버린 셈입니다.
결국 이런 현상을 두고 'K자형 경제'가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7. 패스트푸드 업계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나요?
이른바 '가성비 전쟁(Value Wars)'에 돌입했습니다.
5달러 메뉴를 부활시키고 다양한 할인 쿠폰을 뿌리며 저소득층 마음 돌리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인건비와 소고기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어, 가격을 낮추면 수익성이 악화되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습니다.
8. 결국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력이 회복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텐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전문가들은 노동 시장의 질과 실질 임금 상승 여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용률이 높은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요,
서민들이 '외식 한 끼 정도는 편하게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야 패스트푸드 업계도 살아날 수 있다는 평가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과 같은 양극화가 고착화될 경우, 외식 문화 자체가 부유층의 '사치'와 서민들의 '생존'으로 양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9. 다음 소식입니다. 5년 후, 오는 2031년이 되면 캘리포니아 인구의 4명 중 1명이 60살 이상이 됩니다. 요즘은 60살도 청춘이라고는 합니다만, 사실 나이 드는 걸 반기는 사람은 드물텐데요? 그런데 오늘 소개할 내용은 좀 다르다면서요?
네, ‘나이 듦’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좀 색다른 이야기입니다.
오렌지 카운티의 한 노년학자인 케리 버나이트(Kerry Burnight) 박사가 하는 얘기인데요.
"나이 듦은 지혜와 유머, 자비가 기다리는 멋진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버나이트 박사는 18년간 UC어바인에서 노인의학과 노년학을 가르쳤구요.
또 “조이스팬”(Joyspan: The Art and Science of Thriving in Life’s Second Half)이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버나이트 박사는 젊음에 집착하는 '안티 에이징' 산업에 맞서, 인생의 후반부를 즐겁게 보내는 '조이스팬(Joyspan)'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10. '조이스팬'이라는 단어가 생소한데, 건강하게 오래 사는 '헬스스팬'과는 다른 건가요?
비슷하지만, 훨씬 포괄적입니다.
버나이트 박사는 수명을 늘리기 위해 콜레스테롤 수치에 집착하거나, 근육량을 늘리는 격한 운동에만 매달리는 이들을 '론제비티 브로스(Longevity bros), 그러니까 ‘장수 형님들'이라고 부르며 풍자합니다.
신체적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삶의 질'이며,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노년이 인생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11. 박사가 제시한 '성공적인 노화를 위한 4가지 비결'이 궁금합니다. 첫 번째가 '성장(Grow)'이라고요?
네, 나이가 들어도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합니다.
악기를 배우든, 자원봉사를 하든, 새로운 파트타임 일을 시작하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합니다.
박사는 스스로를 침묵시키지 않고 계속해서 내면을 키워나가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가장 건강한 노년을 보낸다고 강조합니다.
12. 두 번째 비결로 '연결(Connect)'을 꼽았는데, 인간관계가 장수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나요?
놀랍게도 유전이나 운동, 경제적 수준보다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박사가 강조하는 팁은 '인간관계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라'는 것입니다.
자기 또래만 만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하는데요.
그래야 더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고, 자신이 아주 오래 살더라도 곁에 남을 친구가 생기기 때문이란 설명을 합니다.
13. 세 번째 키워드는 '적응(Adapt)'입니다.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생기기 마련인데, 노년엔 더 그럴 것 같아요.
맞습니다.
노년에는 건강 악화나 사별 같은 힘든 일이 반드시 찾아온다는 점을 박사는 꼬집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은 삶이 던져주는 고통을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른바 '회복 탄력성'이 뛰어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내적, 외적 대처 능력을 길러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성공적인 노화의 핵심이라고 짚었습니다.
14. 마지막 비결은 '베풂(Give)'입니다. 거창한 자원봉사를 말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박사는 90살에 가까운 한 할머니의 사례를 듭니다.
요양 시설에 사는 이 할머니는 '최고의 경청자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거창한 기부가 아니라 그저 남의 말을 잘 들어줬을 뿐인데, 관심에 목마른 직원들과 같이 지내는 노인들이 줄을 서서 이 할머니를 찾게 됐습니다.
작은 배려 하나가 노년의 삶을 얼마나 빛나게 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15. 버나이트 박사의 인스타그램도 큰 인기라고 하던데요,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요?
96살인 자신의 어머니와의 일상을 올리는데 반응이 폭발적입니다.
나이 드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유머와 품위가 함께하는 과정임을 직접 몸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버나이트 박사는 공포를 마케팅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안티 에이징' 산업이 '늙음은 나쁜 것'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16. 버나이트 박사가 이번 주에 타임(Time)지가 선정한 '헬스케어 리더 100인'에 이름을 올린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박사는 선정 기념 소감에서 "나이가 들면 남의 시선을 덜 신경 쓰게 되고, 자아 중심에서 벗어나 타인과 더 깊이 연결되며, 사회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게 된다"고 말합니다.
즉,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더 겸손하고 멋진 존재가 된다는 설명입니다.
17. 마지막으로, 이제 막 노년에 접어든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박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늙지 않은 척 연기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노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 성장할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이죠.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더 중요한 건, 오늘 내가 새로운 걸 배우고, 누군가와 연결되고, 상황에 적응하며, 무언가를 나누었느냐는 질문이라고 박사는 거듭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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