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번 출구 = 출근하는 직장인으로 가득한 지하철과 짜증스러운 소음, 출구로 향하는 무거운 발걸음….
도시 직장인들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풍경일 이 모습이 그대로 방탈출의 무대가 된다.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조차 네뷸라이저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여대생 주연(양주연)은 술에 취한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하다 자신에게 40여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모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연은 왜 그동안 고모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살았을까. 고모는 왜 죽음을 택했고, 그의 죽음은 왜 가족의 비밀이 됐을까.
수없이 떠오르는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주연은 할머니가 보관하던 고모 지영의 사진들을 단서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찾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주연은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했으나 아버지의 반대에 가로막혔던 장녀이자 글쓰기를 좋아하던 젊은이였던 지영의 삶을 마주한다.
양주연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양양'은 자신에게 고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주연이 고모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다.
색깔이 더 많은 크레파스 같은, 좋은 것들은 당연한 듯 남동생에게 양보해야 했던 지영의 어린 시절에 주연은 세대를 뛰어넘어 여성으로서의 공감을 느낀다.
가족들 사이에서조차 비밀이 되어야만 했던 지영의 죽음은 '교제 살인'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수없이 반복되어 온 여성에 대한 폭력의 역사를 묵직하게 불러낸다.
'양양'은 제11회 부다페스트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3회 부에노스아이레스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유럽 관객들을 만났고, 제1회 과딕스무지개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22일 개봉. 78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양양'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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