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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서 "살아있는 여신" 새 쿠마리로 2살 여아 선출

연합뉴스 입력 10.03.2025 09:04 AM 조회 421
힌두교도·불교도 숭배 대상…궁전서 갇힌 생활, 인권침해 논란
새 쿠마리의 아버지 "어제까지만 해도 딸이었는데 이제는 여신"
아버지와 이별하는 새 '쿠마리'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네팔에서 이른바 '살아 있는 여신'으로 불리며 힌두교도와 불교도의 숭배를 동시에 받는 새 '쿠마리'로 2살 여자아이가 뽑혔다.

3일(현지시간) CNN 방송과 AP 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네팔에서 32개월 된 아리야 타라 샤캬가 새 쿠마리로 선출됐다.

의전용 가마를 타고 집에서 나온 그는 많은 인파의 환호를 받으며 거리 행진을 한 뒤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사원 궁전으로 들어갔다.

신도들은 아리야의 발에 이마를 갖다 대기 위해 줄을 섰고, 꽃과 돈도 바쳤다. 발에 이마를 대는 행위는 힌두교도 사이에서 가장 큰 존경의 표시다.

아리야의 아버지는 "어제까지만 해도 그냥 내 딸이었는데 이제 여신이 됐다"며 태어나기 전부터 여신이 될 징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임신했을 때 여신 꿈을 꿨다"며 "우리는 딸이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7년에 전임 쿠마리로 뽑힌 트리슈나 샤카(11살)는 자리에서 물러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

쿠마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처녀를 뜻하며 네팔 토착민인 네와르 공동체의 샤캬족 중에서 2∼4살 여자아이가 선발된다. 피부를 비롯해 머리카락, 눈, 치아에 흠이 없어야 하고 어둠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이후 살아있는 여신으로 불리며 힌두교도뿐만 아니라 불교도로부터도 동시에 추앙받지만, 사원 궁전에서 사실상 격리된 삶을 살면서 1년에 몇 차례 축제가 열릴 때만 외출할 수 있다.

신성(神性)이 다른 소녀에게로 옮겨간다고 여기는 초경을 시작하면 후계자에게 자리를 내주고 사원 궁전에서 물러난다.

샤캬족은 딸이 쿠마리로 뽑히길 원해 서로 경쟁하고, 쿠마리로 뽑히면 그의 가족은 사회와 가문에서 높은 지위를 얻는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쿠마리 출신과 결혼한 남자는 일찍 죽는다"는 미신도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쿠마리 출신이 결혼을 하지 않기도 한다.

유엔은 2004년 아동 조혼과 함께 네팔의 쿠마리 제도를 "여성 차별"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많은 인권 단체도 쿠마리 제도가 "어린 소녀를 부모와 사회로부터 격리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네팔 대법원도 2008년 "살아있는 여신 쿠마리도 어린이로서 인권을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지만, 쿠마리 제도는 사라지지 않았다.

최근 몇 년 동안 변화가 생겨 쿠마리도 사원 궁전 안에서 개인 교사에게 교육받고 텔레비전도 볼 수 있게 됐다.

네팔 정부는 은퇴한 쿠마리에게 최저 임금보다 다소 많은 110달러(약 15만5천원)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한다.




환호받는 새 '쿠마리' 2살 여아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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