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부 장관이 23일(현지시간) 자국에서 백인 집단학살이 벌어진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완전한 사실무근으로 실체가 없다"고 반박했다.
센조 음추누 경찰부 장관은 이날 프리토리아에서 올해 1분기 범죄 통계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미국 국민, 미국의 대통령을 존경하지만 백인 집단학살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아공 경찰은 범죄 통계를 인종별로 분류하지 않지만 음추누 장관은 백인 농민 집단학살 주장에 대응해 이날 농장 공격 사건 피해자의 인종을 언급했다.
그는 "올해 1∼3월 남아공에서 발생한 농장 공격은 6건으로 농장주 2명, 농장 직원 2명, 농장 관리자 1명, 농장 거주자 1명이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가운데 농장 거주자 1명만 백인이고 나머지는 모두 흑인"이라며 "작년 4분기 농장 공격 살인 피해자 12명 중에서도 백인은 농장주 1명뿐이었다"고 강조했다.
음추누 장관은 "우리는 이 나라의 범죄 수준이 높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범죄는 농촌과 도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남아공 전역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피해자는 5천72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의 6천536명보다는 12.4% 감소했으나 하루 평균 63명 넘게 살해당한 셈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은 젊은 흑인 남성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집계된 성범죄 피해자 수는 1만3천452명으로 1만 명을 훌쩍 넘었고, 이 가운데 강간 피해자가 1만688명(약 7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남아공은 약 6천300만 인구 중 매년 2만 명 넘게 살해될 정도로 세계에서 강력 범죄율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던 중 예고 없이 자신이 주장하는 남아공의 '백인 농부 집단살해' 의혹의 근거라면서 동영상을 틀고 출력한 기사 뭉치를 건넸다.
그러나 출력한 기사에 담긴 사진 일부는 남아공이 아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밝혀졌고, 동영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도 잘못된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남아공 백인 학살' 증거라며 기사 인쇄물 들어 보이는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