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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열풍에 140兆 냉난방공조 시장 개화…삼성 "빅딜" 나선 이유(종합2보)

연합뉴스 입력 05.14.2025 08:07 AM 조회 558
삼성, 2.4조원에 HVAC 업체 플랙트 인수…종합 공조회사로 도약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공조 시장 성장…LG전자도 핵심 사업으로 집중
삼성전자가 2030년 14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냉난방 공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兆)단위의 글로벌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가정용·상업 시설 위주의 공조 사업을 해왔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데이터센터, 기가팩토리 등 대형 산업시설로 공조 사업의 영역을 대폭 넓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플랙트)의 지분 100%를 15억 유로(약 2조3천76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1918년 설립된 플랙트는 65개국의 가정, 사무실, 학교, 병원과 첨단 시설에 중앙 공조 제품 및 설루션을 공급해 7억 유로 이상의 연 매출을 내는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다.

삼성전자가 공조 업체에 주목한 것은 최근 불어닥친 AI 열풍과도 무관하지 않다.

냉난방공조(HVAC) 사업은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 등 AI 후방산업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여러 최신 고성능 컴퓨팅 기술이 집약된 시설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하는 과정에서 전력 소모가 크고 각종 설비가 내뿜는 열이 상당해 열 관리(냉각)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로봇·자율주행·확장현실(XR) 등의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를 전격 인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공조 사업 중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 달러에서 2030년 990억 달러로 연평균 8% 성장이 전망된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 국가들의 친환경 에너지 규제 확대도 공조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유럽연합(EU)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탈탄소·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그린딜 정책을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데이터센터, 대규모 주거 단지 등 대형 공조 사업의 경우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설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 해 진입장벽이 높다.

삼성전자는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기업간거래(B2B) 설루션 제공 경험이 풍부하고,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한 플랙트를 인수해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의 폭넓은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장 잠재력이 높은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대표되는 신흥시장에서의 사업 기회 발굴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센터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글로벌 사우스 지역의 냉난방공조 사업 기회는 빠르게 가시화되고 있다.

또 이들 지역은 대형 쇼핑몰, 오피스 빌딩, 호텔 등의 상업 인프라 확장, 정부 차원의 고효율 에너지 정책 추진 등으로 공조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LG전자 역시 이러한 성장성에 주목해 HVAC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글로벌 종합 공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HVAC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LG전자는 칠러를 비롯한 다양한 공간·기후 맞춤형 냉난방공조 설루션으로 B2B 비즈니스를 가속하는 가운데,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사업장 등을 잇달아 찾아 HVAC 사업을 점검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내 사업 기회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약 4천억원을 들여 미국 앨라배마주에 신규 HVAC 생산시설을 착공했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노르웨이 오슬로에 에어솔루션 연구소와 히트펌프 기술 컨소시엄을 각각 구축했다.

또 MS의 데이터센터에 LG전자의 냉각 설루션을 제공하기로 합의하는 등 빅테크와의 협력도 강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E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0% 늘어난 3조544억원, 영업이익은 21.2% 늘어난 4천67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2030년 전체 매출에서 B2B가 차지하는 비중을 45%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에 ES사업본부가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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