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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딛고 꽃피운 필리핀 보건소…韓도움으로 의료사각지대 해소

연합뉴스 입력 10.01.2024 09:14 AM 조회 337
레이테주 마을서 코이카·월드비전 지원으로 2년전 개원
코이카와 월드비전이 세운 필리핀 불로드 보건지소 [코이카 제공]



"영아와 임산부를 케어하는 것은 분명히 가정에 도움이 되고, 또 가정에서 시작해 마을, 그리고 지역 전체에 큰 도움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필리핀 중부 비사야 지역 레이테주(州)의 한 마을엔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 지원으로 세워진 지 2년 남짓된 보건지소가 있다.

지난달 24일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마을에서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과 아이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된 모습이었다.

1층짜리 50평이 조금 넘는 규모(172㎡)지만 진료실, 분만실, 상담실 등이 고루 갖춰져 있다. 의사 1명, 간호사 1명, 조산사 1명을 비롯한 의료진·지역보건요원 14명이 근무한다.

매일 평균 15∼20명의 환자가 방문해 산전검사, 아동 예방접종 등 진료를 받는다고 한다. 개원 후 약 2천500명의 환자가 다녀갔다. 물론 모든 서비스는 다 무료다.

12월 출산을 앞두고 정기적으로 보건센터를 찾아 산전 검사를 받는다는 한 10대 임신부는 "가까운 사람 중에 (임신에 관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는데 마을 보건요원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산타페 군 불로드로 불리는 이 마을은 2013년 11월 슈퍼 태풍 '하이옌'(필리핀명 욜란다)이 레이테주 일대를 휩쓴 이후 이주민들이 옮겨오면서 생겨났다. 그 수가 점차 늘어나 현재 766가구, 3천122명이 산다.

당시 태풍은 순간 최대풍속 초속 379㎞로 레이테주 등 일대를 덮치면서 전역에서 사망자 1만5천명, 이재민 100만명을 내고 보건·교육 체계를 붕괴시켰다.

2021년 코이카가 90억원, 현지 사정에 밝은 민간단체 월드비전이 22억 5천만원(총 사업비 112억 5천만원)을 지원해 불로드 지역에 보건센터를 세웠다.

이듬해 11월 완공·개원 후에 주정부에 기증됐으며 현재 월드비전이 운영을 지원한다.

지역보건요원으로 일하는 50대 여성 아그네스 아헤또 씨는 "산전 검사를 계속 팔로업을 했던 환자들이 아기를 낳았을 때 기쁨이 크다"며 "헬스센터가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코이카와 월드비전이 세운 필리핀 불로드 보건지소 [코이카 제공]



올해는 코이카가 필리핀에 진출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코이카는 1994년 12월 필리핀에 해외 사무소를 공식 설립했다. 1991년 50만 달러였던 예산은 2024년 3천350만 달러로 30년간 누적 지원액이 4억 달러에 달한다.

필리핀 전역의 다양한 분야에서 약 55건의 공식 개발원조 사업을 완료했고 지금도 24건이 더 진행 중이라고 한다.

김동호 코이카 상임이사는 지난달 26일 마닐라 페닌슐라 호텔에서 열린 코이카 필리핀 사무소 개소 30주년 행사에서 "시설 건설·마스터플랩 수립부터 기술 교육·재난 구호까지, 코이카의 이니셔티브는 필리핀 전역 수많은 지역사회에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코이카의) 이 사업들은 필리핀에 장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특히 지역사회 수준에서 그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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