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Big Bang) 후 20억 년가량 흐른 초기 우주에서 초대질량 블랙홀(SMBH)에 물질을 빼앗겨 더는 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죽어가는 은하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에 포착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카블리 우주론연구소 프란체스코 디유제니오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17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JWST를 이용해 125억~115억 년 전 형성된 은하 'GS-10578'가 중심부의 초대질량 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여 고사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빅뱅 후 약 20억 년이 지난 초기 우주의 은하로, '파블로 은하'로도 불리는 GS-10578 은하는 전체 질량이 태양의 약 2천억 배로 우리은하와 비슷하다. 은하 중심부에는 다른 대형 은하들과 마찬가지로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고, 새로운 별 형성이 거의 멈춰 '죽은' 상태다.
디유제니오 박사는 "이전 관측에서도 이 은하가 크기에 비해 별이 많이 형성되지 않는 고사 상태이고 이것이 블랙홀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됐지만 JWST 전에는 이를 자세히 연구하기 어려웠고 현 상태가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카블리 우주론연구소 로베르토 마이올리노 교수는 "초기 우주에서는 대부분 은하가 많은 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에 거대한 은하가 죽은 상태라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며 "은하가 이렇게 커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별 형성이 멈추는 과정은 비교적 빠르게 일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JWST로 파블로 은하를 관측, 이 은하에서 가스가 은하의 중력을 극복하고 은하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초속 1천㎞의 속도로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파블로 은하에서 빠져나가는 가스 구름은 온도가 낮고 질량이 작으며 어떤 빛도 방출하지 않아 이전 망원경으로는 감지할 수가 없었지만 감도가 뛰어난 JWST는 가스 구름이 뒤쪽에서 오는 빛을 일부 차단하는 현상을 감지해 가스 구름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은하에서 방출되는 가스의 질량은 은하 내에서 새로운 별이 계속 형성되는데 필요한 물질의 질량보다 큰 것으로 추산됐다. 결과적으로 내 물질 양이 줄어 은하가 점점 고사해가는 셈이다.
디유제니오 박사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신이 속한 파블로 은하에서 새로운 별이 형성되는 데 필요한 물질을 흡수해 은하 밖으로 배출, 은하를 죽이고 휴면상태에 빠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올리노 교수는 "블랙홀이 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별 형성을 중단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JWST 이전에는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며 "JWST는 초기 우주와 진화 연구에 큰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Nature Astronomy, Francesco D'Eugenio et al., 'A fast-rotator post-starburst galaxy quenched by supermassive black-hole feedback at z=3',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2-024-01970-0
국제연구팀 "제임스웹 망원경, 은하 밖으로 물질 방출하는 블랙홀 관측"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