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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려야 하는데 지뢰밭 어쩌나…우크라 농부들 "공포의 봄철"

연합뉴스 입력 05.30.2023 09:17 AM 조회 223
농지 곳곳에 '죽음의 덫'…트랙터에 철판 덧대거나 원격조종 이용도
하루종일 지뢰 제거해도 "완전히 없애는 데 70년은 걸릴 것"
우크라이나의 '원격 조종 장갑 트랙터'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4월26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한 경작지에서 한 농부가 지뢰를 피하기 위해 철판을 덧대고 원격조종 장치를 한 트랙터를 작동시키는 모습. 2023.5.29


우크라이나의 비옥했던 땅이 러시아 침공으로 지뢰밭으로 변한 채 다시 농사철이 돌아오면서 농부들이 목숨까지 내걸고 씨를 뿌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로 전장이 된 밭 곳곳에는 양측 군대 모두 지뢰를 대거 매설했다. 현지 관리들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뢰가 심겨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러시아에 빼앗겼다가 탈환한 지역으로 돌아온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다시 농사를 지을 채비를 하기에 앞서 밭에 지뢰가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60세인 안드리이 푸리크가 그런 경우다. 그의 농장은 전쟁 초기 전선의 가운데에 놓였고, 그 바람에 그의 밭과 창고 일대에서는 전투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몰아내면서 폭격은 잦아들었지만 지뢰와 포탄이 널려 있어 다시 농사를 짓기에는 위험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4월까지 매일 밭을 조금씩 눈으로 살펴 가며 지뢰를 찾았고 떨어진 포탄을 맨손으로 걷어냈다.

푸리크는 이러한 '눈 검사'를 마치면 작물을 심을 작정이지만 혹시라도 찾아내지 못한 지뢰가 있을 경우에 대비해 트랙터에 철판을 덧댔고, 그마저도 혼자만 몰기로 했다.

그는 "가장 나이가 많은 나만 운전석에 앉는다. 아이들은 살아야 하기 때문"이고 말했다.

일부 농부들이 밭에 씨를 뿌리다 지뢰를 밟아 숨지거나 장애를 얻는 경우가 보고되면서 우크라이나의 농부들은 푸리크 씨처럼 대안을 고심하고 있다. 지뢰를 피하기 위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트랙터를 이용하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지만 안전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작업을 완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은 탈환한 지역에 대해 "지뢰 제거 작업을 해야 하므로 3∼4개월에서 5개월 정도는 농업에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전쟁이 끝난 뒤에도 수년 동안 영토를 "청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는 이들의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에서는 지뢰 제거 요원들이 매일 오전 6시부터 12시간 이상을 일하지만 지뢰는 끝도 없이 나온다.

전쟁 발발 이후 공병이 된 올렉산드르 마르첸코는 이곳에서 불발탄과 지뢰 처리를 맡고 있다. 그는 "이 지역 전체, 길과 들판 모두에서 지뢰 제거를 완료하는 데에는 적어도 7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전쟁이 지속될수록 지뢰 제거에 걸리는 세월도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 걱정이 없어도 농사짓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헤르손 지역에 사는 나탈리아 부스힌스카(64)는 러시아인들이 씨앗을 모두 훔쳐 가는 바람에 올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그는 다행히 인도주의 단체 '우크라이나를 위한 씨앗'으로부터 채소 종자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농업정책·식량부와 키이우 경제대의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농업 부분에 발생한 피해가 66억달러(약 8조7천600억원)를 넘는다고 WP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 밭에서 지뢰제거 작업하는 원격조종 기계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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