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 입력폼

박지아 "문동은 엄마도 한때는 좋은 엄마이지 않았을까요?"

연합뉴스 입력 03.29.2023 09:06 AM 조회 1,788
문동은 친모이자 첫 가해자 정미희 역…"엄마가 최고 가해자 맞죠"
'더 글로리' 정미희 역의 배우 박지아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박지아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3.29


"유일하게 동은이를 사람 보는 앞에서 울게 만드는 사람도, 무릎 꿇게 만드는 사람도 저예요."

혀가 꼬여 뭉개진 발음, 초점 풀린 두 눈에 구부정한 자세와 질질 끄는 듯한 발걸음까지.

넷플릭스 화제작 '더 글로리' 속 문동은 엄마(박지아 분)의 움직임은 다소 과장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알코올중독자를 대면해본 이들은 "만났던 환자들이 겹쳐 보인다"며 현실적인 묘사에 혀를 내두른다.

'더 글로리'에서 묵묵히 쌓아온 내공을 여실히 보여준 21년 차 배우 박지아(51)는 "파트2가 공개되고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작품을 몰아봤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본사에서 만난 박지아는 "극 중 제가 한 짓이 있다 보니 그게 화면에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알 수 없어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며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고 당시 감정을 떠올렸다.

'더 글로리'에서 박지아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문동은(송혜교)의 친모이자 첫 번째 가해자인 정미희를 연기했다.

고등학생 딸이 학교에서 가혹한 괴롭힘을 당해 온몸이 상처투성이인데도 엄마 정미희는 유흥을 즐기느라 바쁘다. 학교 폭력을 견디다 못해 학교를 그만둔 딸의 자퇴 사유를 '부적응'으로 수정하는 대가로 합의금을 두둑이 챙겨 받고, 그 돈으로 애인과 함께 떠나버린다.

가장 엄마가 필요했던 순간에 딸을 버리고 떠난 정미희는 18년이 지난 후 딸 앞에 다시 나타난다. 가장 악랄하게 딸을 괴롭혔던 가해자 박연진(임지연)의 사주를 받고, 또 한 번 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방송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런 스토리에 대해 박지아조차 "결국 문동은의 최고 가해자는 엄마"라는 박연진의 말에 동의한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미희가 딸에게 '그때 널 지웠어야 했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아이를 낳기 전 정미희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해봤다"고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박지아는 "'남들 다 지우라던 거 애지중지 낳아서 업어 키웠다'는 대사처럼 정미희도 한때는 좋은 엄마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실제로 어땠을지는 모르겠지만,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서 그가 좋은 엄마였던 시절도 있었을 거라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의 인생이라는 게 원하는 대로 풀리지는 않잖아요. 정미희도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벗어나려고 여러 번 노력했는데 결국 제자리로 돌아왔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려 보니 가스레인지를 엎고 있는 거죠."



포즈 취하는 박지아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박지아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3.29


오디션을 보러 온 수많은 배우를 제치고 정미희 역으로 캐스팅된 이유는 "간절함을 보셨기 때문인 것 같다"고 박지아는 추측했다. 그는 배역을 위해 체중을 7kg 줄였다고 한다.

그는 "파트1과 파트2 사이 18년이라는 간격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 살을 빼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며 "실제 알코올중독자의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 없이 굶어가면서 살을 뺐다"고 말했다.

"건강하지 않게 살을 빼서 그런지 탄력이 없고 피부 가죽이 늘어졌어요. 예고편을 봤는데 제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주름이 너무 많은 거예요. 보면서 '와 멋있다!' 생각했죠."

2002년 장동건 주연 영화 '해안선'으로 데뷔한 박지아는 영화 '기담'(2007)에서 엄마 귀신으로 관객과 만났다.



포즈 취하는 박지아 넷플릭스 '더 글로리'에 출연한 배우 박지아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3.29


이후 영화 '광해'(2012), '곤지암'(2018), 드라마 '신의 퀴즈'(2014), '닥터스'(2016) 등 수많은 연극 무대를 오가며 차근차근 작품 목록을 쌓아왔다.

하지만 배우 박지아를 각인시키는 것은 생각보다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박지아는 "40대 초반쯤에는 열심히 한 거 같은데도 여전히 눈에 띄는 성과가 안 보여서 '이 정도 했는데 여태껏 큰 주목을 못 받았다면 연기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때 자신에게 '다시 태어나면 뭐 할래?'라고 물어봤는데, 대답은 망설임도 없이 '배우'더라고요. 그때 이후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이제는 '어차피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잘 안돼도 어쩌겠냐?'는 마음이에요. 어차피 배우라는 답은 정해졌으니 그냥 천천히 제 갈 길 가려고요."
댓글 0
0/300
※ 이 댓글에 대한 법적 책임은 작성자에게 귀속됩니다.
  •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