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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詩가 된 윤정희, "詩 인연" 이창동 감독 마지막길 배웅

연합뉴스 입력 01.31.2023 09:06 AM 조회 790
13년 전 프랑스 칸 영화제서 나란히 레드카펫 밟았던 두 사람
고인이 다니던 성당에서 오늘 장례 미사 후 화장…인근 묘지에 안치
반평생 함께 한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딸 진희씨 등 유족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
영화배우 윤정희 별세 (서울=연합뉴스) 영화배우 고(故) 윤정희가 지난 2010년 4월 14일 영화 '시'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남긴 고(故) 윤정희(본명 손미자)가 반평생을 살았던 프랑스 파리 외곽 도시 뱅센에 30일(현지시간) 영원히 잠든다.

이날 1시간 정도 이어지는 장례미사에는 16년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생전 마지막 작품이 된 영화 '시'(詩)로 인연을 맺은 이창동 감독이 참석,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2010년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영화 '시'에서 고인이 분한 '미자'는 맡은 고인은 알츠하이머병을 앓으며 서서히 언어와 기억을 잃어간다. '미자'는 고인의 본명이기도 하다.

고인과 이창동 감독은 당시 칸 영화제에 나란히 참석, 레드카펫을 밟았다.

고인은 당시 칸 영화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과 서로 잘 모르는 사이였는데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극 중 미자와 내가 너무 비슷했다"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창동 감독도 "여주인공을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윤정희 선생을 떠올렸다"며 "왠지 시나리오의 주인공이 외면과 내면이 윤 선생과 닮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편 백건우는 2019년 국내 언론에 윤정희의 오랜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알릴 때 아내의 마지막 작품이 이창동 감독의 '시'라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1960∼1970년대 한국 영화를 화려하게 수놓은 1세대 여배우 고인은 10여 년간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열하루 전 파리 외곽의 한 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고인은 실과 바늘처럼 반평생을 붙어 다녔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77)와 딸 진희(46) 씨 등 유족은 이날 오전 고인이 생전 다니던 성당에서 장례 미사를 치른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영화 '청춘극장'(1967)으로 데뷔해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으며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다.

이후 3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수많은 히트작을 남긴 그는 "아흔 살까지 연기하겠다",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연기하겠다"며 현역 배우로 남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고인은 1972년 독일 뮌헨의 한 음악회에서 백건우를 우연히 만났고, 2년 뒤 영화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 파리에서 백건우와 재회해 사랑에 빠졌다.

윤정희와 백건우는 1976년 부부의 연을 맺어 49년을 나란히 걸어왔다. 두 사람은 1979년 파리와 맞닿아있는 뱅센에 자리를 잡은 뒤 그곳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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