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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동병상련" 우크라이나와 정치·군사적 연대

연합뉴스 입력 07.05.2022 09:20 AM 조회 486
러시아 위협 현실화…"서방 군사개입 필요" 주장
무기 지원 통로·난민 수용…나토 최전선, 동유럽 전력 핵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동유럽 3국 정상들 (키이우 EPA=연합뉴스) 3월 15일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찾은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 폴란드 총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폴란드만큼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폴란드는 전쟁의 참상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강력한 연대를 표명하고 군사적, 인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다.

국내 문제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폴란드 여야 정치권은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폴란드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 폴란드는 18억1천만 달러(약 2조3천억 원)어치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난민도 가장 많이 수용했다. 폴란드 국경수비대에 따르면 2월 24일 전쟁 발발 이후 4일까지 폴란드 국경을 넘어 들어온 우크라이나 난민은 453만 명에 달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부 지역을 탈환하는 등 전황이 일부 호전되면서 폴란드로 들어온 난민 259만 명이 귀국했다고 폴란드 국경수비대가 전했다.

러시아와 폴란드 사이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우크라이나가 전란에 휩싸이자 폴란드가 최일선에 서게 됐다.

폴란드는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대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 처한 우크라이나와 약 60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이제 폴란드는 러시아의 직접적인 군사적 위협에 노출된 처지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불과 200㎞ 떨어진 벨라루스의 군기지에 러시아 군대가 진을 쳤다.

동서 냉전 시기에 공산권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의 일원이었던 폴란드는 수십 년간 옛 소련의 영향력 아래였지만 오늘날에는 유럽에서 러시아를 가장 강도 높게 비판하는 국가가 됐다.

지난달 22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러시아를 주요 위협으로 본다는 폴란드인 응답자는 2018년 65%에서 4년새 94%로 늘었다. 



폴란드군이 마련한 사격 수업에 참가한 시민이 조준 방법을 배우는 모습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폴란드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으며 2004년에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되면서 동유럽 국가 서방화의 기수가 됐다.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EU 가입을 지지하는 등 서방화를 추구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해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폴란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현실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미 폴란드 국경에서 멀지 않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을 공격했다.

미국 등 나토 동맹이 지원한 무기는 폴란드에서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 수송로를 거쳐 주요 전선으로 공급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나토 동맹국에서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운송하는 것을 합법적인 공격 목표물로 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벨라루스가 참전한다면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서부에 투입돼 서방의 군사원조를 차단하려 할 것으로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와 직접 충돌 가능성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뿐 전투 병력을 투입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웃 폴란드 등 제3국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폴란드는 서방의 적극적인 군사개입을 원한다.

3월 15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큰 지정학적 계획의 하나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병사는 조국뿐 아니라 동유럽 이웃 국가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영토적 야심이 우크라이나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연대를 강조한 것이다.

야로슬라프 카친스키 폴란드 부총리 겸 여당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파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친스키 대표는 평화유지군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하며 비무장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훈련중인 폴란드 공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친스키 대표는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의 쌍둥이 형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더욱 주목된다.

카친스키 전 대통령은 2008년 러시아가 조지아를 침공했을 때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오늘은 조지아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 모레는 발트 국가, 그 이후에는 폴란드가 될 것"이라고 말해 지금의 상황을 예견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5월 22일 우크라이나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의 1㎝라도 러시아에 내어줘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혹은 경제적 이유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는 서방 전체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폴란드는 러시아 제재를 강력하게 지지하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지원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에 대항한 나토 진영의 최전선이 된 폴란드는 동유럽 나토 전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유럽 전력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은 폴란드에 미 육군 제5군단 전방사령부 본부를 야전지원대대와 함께 상시 주둔시키기로 했다. 5군단은 미 육군의 유럽 지역 작전을 관할한다. 미국은 또 폴란드에 3천명 규모의 전투여단을 순환 배치할 계획이다.

폴란드 정부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내년부터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는 최근 이탈리아 군수업체로부터 군사용 첨단 헬리콥터 32대를 18억3천만 달러(약 2조3천700억 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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