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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격태격 모녀가 찾은 진짜 인생…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연합뉴스 입력 05.27.2022 01:45 PM 조회 2,172
'윤시내가 사라졌다' [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신순이(오민애 분)는 20년 동안 윤시내의 모창가수 '연시내'로 살아왔다. 그에게 윤시내는 단순한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대부분이었다. 윤시내와 연시내가 함께 서는 꿈의 무대가 펼쳐지기 직전, 다른 대기실에 있던 윤시내가 돌연 잠적했다.

신순이의 딸 장하다(이주영)는 '짱하TV'에 빠져 산다. 본명보다 '짱하'라는 이름이 더 익숙한 그에게도 인터넷방송은 단지 별풍선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불러내 몰래카메라를 찍고, 스스로 '관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관종이 타인으로부터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에서 비롯한다면, 짱하에게 부족한 건 엄마의 애정일 것이다. 딸보다 윤시내가 우선인 엄마와 관계는 데면데면할 수밖에 없다. 연시내와 짱하는 서로 다른 세계에 산다. 영화는 연시내와 짱하TV라는 각자의 세계 역시 자기 자신의 삶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윤시내의 실종에 연시내는 절망한다. 그러나 짱하에게는 별풍선을 모을 기회다. 연시내와 짱하는 함께 윤시내의 행방을 찾아 나선다. 같은 차에 타고 있지만, 목적은 서로 다르므로 티격태격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딸과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엄마의 로드무비 형식을 띤다.



'윤시내가 사라졌다' [블루라벨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에는 연시내 이외에도 '운시내'와 '가시내' 등 다른 모창가수들이 등장한다. 가짜임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내세우는 이들의 삶은 가짜인가, 진짜인가. 연시내가 병실에 앉아 반주 없이 홀로 노래하는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메시지를 함축한다. "벗어나고 싶어/ 이제는 벗어나고 싶어/ 지쳐버린 내 영혼/ 조금씩이라도/ 벗어나고파/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 연시내의 독창은 관객이 의아할 정도로 오래 이어진다.

영화는 엉덩이를 흔들며 트월킹을 추는 이주영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가볍고 발랄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막바지에 가서는 인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김진화 감독은 최근 시사회 이후 간담회에서 "편집을 마치고 나서 이 이야기는 결국 진짜에 대한 이야기이며, 진짜는 결국 다양성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누구의 삶도 가짜는 없다. 진짜는 다양한 삶들을 인정하는 데서 나오고, 그 다양함이 진짜라고 말하는 영화"라고 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윤시내(왼쪽)와 김진화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화에는 실제 인물 윤시내가 출연해 제법 긴 대사를 무리 없이 소화한다. 윤시내는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노래는 가사를 다 외우는데 대사는 외웠다 싶어도 막상 연기를 하면 생각이 안 났다"며 "'배우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시내 특유의 '겨드랑이 펌핑' 동작을 따라하며 연시내를 연기한 오민애는 이달 초 폐막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았다.

6월 8일 개봉. 107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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