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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지는 들불같다"…글로벌 경제 동시다발 악재 빈곤국 강타

연합뉴스 입력 05.18.2022 09:28 AM 조회 458
코로나·우크라전·신용경색·中경제둔화…저소득국엔 빚 쓰나미
"2008년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
우크라이나 밭에서 자라는 밀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세계적인 신용 긴축,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의 경기둔화까지….

동시다발적인 위기에 저소득 빈곤 국가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세계 경제에 닥친 위기의 강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특히 저소득 국가엔 이런 전방위적 악영향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현재 광범위한 정치·경제 위기로 고통을 겪는 중·저개발 국가 국민의 삶을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식품 가격이 올라 당장 오늘의 끼니를 걱정하고 연료 가격 급등으로 난방을 걱정해야 하는 고단한 삶은 예멘, 세네갈, 파키스탄, 터키,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더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당장 먹거리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았다. 밀 등 주식과 조리용 연료, 비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생산과 소비 모두에 차질을 주는 모습이다.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농부들은 피란을 갔고, 러시아는 식량 수출 시 반드시 거쳐야 하는 흑해 항구를 봉쇄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항구 폐쇄로 그렇지 않아도 식량난이 심각한 에티오피아, 남수단, 시리아, 예멘,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소말리아와 베냉 수입하는 밀의 전량, 탄자니아와 세네갈,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이집트의 밀 수입량에서 최소 3분의 2를 차지한다.

국제구호위원회(IRC)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과 곡물 부족으로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1천400만명 이상이 기아 위기에 처해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식량 배급을 기다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지난주 세계 2위의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하면서 곡물 공급에 비상이 걸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국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러시아는 에너지를 '무기'삼아 공급을 줄이면서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 가격이 폭등하고 경제 성장률을 저해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팬데믹이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계속해서 코로나19 대응에 자원을 쏟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내렸던 주요국 중앙은행은 이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있다. 위험자산을 좇아 신흥국 시장으로 몰려들었던 투자자는 다시 선진국으로 자산을 옮기고 있다.

이 때문에 달러화 가치는 강세를 보이고,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 등 신흥국의 화폐 가치는 낮아지면서 이들 국가의 수입품은 더 비싸졌다. 신용경색은 부채가 많은 정부의 차입 비용을 늘리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그동안 지구촌 성장엔진으로 불렸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경 봉쇄를 연장했다. 이에 중국으로 가는 원자재와 부품, 완제품의 수요가 모두 줄었다.



'경제 무능' 대통령 퇴진 요구하는 스리랑카 시위대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및 DB 금지]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 국가의 국민은 감당하지 못할 부채와 사회적 계층의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는 다국적 농업 기업과 투기 세력이 이런 혼란을 틈타 공급과 수요의 연관성 이상으로 지나치게 가격이 올랐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저소득 국가는 이제 빚을 더 내 자국민을 위한 지출을 늘리거나, 민생고를 해결해야 할 예산을 긴축하고 사회적 갈등을 방조해야 하는 '불편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최악의 경제난을 겪는 스리랑카에서는 치솟은 물가에 거리로 뛰쳐나온 국민의 압박에 정권이 퇴진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튀니지,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로코에서도 사회적 혼란의 위험이 심각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미 매사추세츠대의 경제학자 자야티 고시는 "모든 방향으로 퍼지는 들불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모든 게 중·저소득국가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세계개발센터(CGD)의 릴리아나 로하스 수아레스 선임연구원은 "성장 가망성이 없다"며 "또 다른 '잃어버린 10년'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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