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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스의 집요한 "보디블로"…무너진 NBA 승률 1위 피닉스

연합뉴스 입력 05.17.2022 09:55 AM 조회 1,072
크리스 폴 '표적' 작전 성공…엔진 식은 피닉스, 반전 실패
크리스 폴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공격하는 루카 돈치치


프로 복싱이나 격투기 종목 선수들이 몸통을 때리는 보디블로 한 방으로 녹아웃(KO)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본적으로 복부를 단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디블로를 계속 얻어 맞으면 충격이 누적돼 후반으로 갈수록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워진다.

한국시간으로 16일 막을 내린 미국프로농구(NBA) 2021-2022시즌 피닉스 선스와 댈러스 매버릭스의 플레이오프(PO) 2라운드(7전4승제)는 농구에도 이런 '보디블로' 전략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정규시즌 64승을 거둔 NBA 승률 1위 팀 피닉스 선스는 먼저 2승을 올리며 무난히 다음 라운드 진출을 확정하는 듯했다.

그러나 4위 팀 댈러스가 5차전을 제외한 나머지 4경기를 모두 잡아내며 뒤집기에 성공했다.

피닉스는 6차전 27점 차, 7차전 33점 차로 승리를 넘겨주는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3차전부터 댈러스의 집요한 노림수가 적중했기 때문이다.

댈러스가 준비한 '보디블로'는 공격 때마다 피닉스의 '야전 사령관' 크리스 폴과 매치업을 강제해 상대 공격의 동력을 없애는 전략이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루카 돈치치나 제일런 브런슨이 스크린을 통해 매치업을 바꿔 폴을 찾아냈다.

폴은 그간 정규리그 수비 5걸에 9차례나 선정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수비력을 자랑해왔다.

그런 만큼 지금까지 노골적으로 표적이 된 적이 없었던 폴은 이번 시리즈에서는 당황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스포츠 통계 전문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3년부터 폴이 뛴 702경기 중 상대가 매치업을 바꿔가며 폴을 직접 공략한 횟수가 제일 많았던 경기가 바로 7차전(24회)이었다.

두 번째로 많았던 경기는 5차전(17회)이었고, 세 번째는 3차전·6차전(이상 16회)이었다.

이런 수치는 댈러스가 3차전부터 얼마나 집요하게 폴을 공략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댈러스는 201㎝·104㎏의 돈치치가 외곽에서부터 등과 어깨로 폴을 골 밑까지 밀고 들어가는 공격 방식을 고수했다.

대개 이런 거구의 선수들은 외곽에서 상대 수비의 손질에서 공을 지킬 역량이 없지만 기술·슛·힘·신장·패스 능력을 두루 갖춘 돈치치는 달랐다.



댈러스의 루카 돈치치(오른쪽)과 피닉스의 크리스 폴(왼쪽)

포지션 대비 버티는 힘이 좋다고 평가받는 폴이지만, 183㎝ 신장에 80㎏의 체격으로는 돈치치가 힘껏 들이받을 때마다 버티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수비에 힘을 쓴 폴은 3차전부터 공격에서 이전처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1·2차전 각각 19점과 28점을 올린 폴은 3차전(12점)·4차전(5점)·5차전(7점)·6차전(13점)·7차전(10점)으로 부진했다.

슛 시도수가 절반 이하로 줄고, 실책이 배로 늘었다.

플레이의 정교함이 떨어지면서 공격에 임하는 자세도 소극적으로 변해갔다는 뜻이다.

엔진이 식은 피닉스의 공격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첫 두 경기에서 평균 125점을 올린 피닉스는 이후 5경기에서 30점 가까이 떨어진 평균 96점에 그쳤다.

1·2차전 57.5%를 자랑했던 슛 성공률도 이후 5경기에서는 43.6%까지 급락했다.

피닉스로서는 폴의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데빈 부커의 침묵이 뼈아팠다.

부커는 3~7차전까지 정규리그 성적(26.8점)보다 못한 경기당 평균 22점을 올리는 데 그쳤으며 실책도 4.8개나 저질렀다.

폴을 대신해 힘을 내야 했던 부커, 디안드레 에이튼, 재 크라우더 등은 운명이 걸린 7차전 전반에만 7개 실책을 저지르고 여러 차례 쉬운 슛을 놓쳤다.

정규리그 1위의 원동력이 됐던 정교한 팀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결과 7차전에서는 전반에만 점수가 27-57까지 벌어지며 댈러스 선수들이 신바람을 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보디블로'의 충격이 쌓인 피닉스는 새 동력을 찾지 못하고 무력한 모습으로 시즌을 끝내게 됐다.



댈러스의 공격 표적이 된 피닉스의 크리스 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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