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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에 눈 돌린 북극곰, 멸종위기 극복 돌파구 될까

연합뉴스 입력 11.29.2021 09:47 AM 조회 935
얼음 녹아 물개 잡을 기회 줄면서 사슴 대체 먹이로 등장
장거리 추적 어렵고 눈치 없는 사슴이나 잡힐 것 반론도
스발바르 제도 바닷물 속에서 사슴을 뒤쫓고 있는 북극곰





북극곰이 바다로 도망치는 사슴을 뒤쫓아가 물속에서 사냥하는 드문 장면이 포착됐다. 지구온난화로 바다 얼음이 녹으면서 주식인 바다표범(물개)을 잡아먹을 기회가 줄어들자 육지 동물까지 사냥하게 된 것인데, 북극곰에게 사슴 사냥이 멸종을 피할 돌파구가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폴란드 그단스크대학의 생물학자 이자벨라 쿨라스체비츠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북극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곰이 사슴을 비롯한 육지 동물 사냥을 늘리고 있다는 논문을 과학 저널 '극지 생물학'(Polar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21일 스발바르의 폴란드 과학기지 인근에서 젊은 암컷 북극곰 한 마리가 바닷물 속에서 사슴을 뒤쫓아가 사냥한 뒤 뭍으로 끌고 나와 먹는 장면을 처음 촬영했으며, 이를 계기로 북극곰의 사슴 사냥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북극곰은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사슴을 사냥감으로 보지 않고 무시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수십년간 사슴 사냥이 점차 늘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온난화로 여름철에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곰이 육지에서 지내야 하는 시간이 더 늘어나고 사슴 개체 수도 지속해서 증가한 것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북극곰의 필요와 늘어난 사냥 기회가 맞아떨어져 나타난 현상이라는 것이다.

스발바르에는 약 300마리의 북극곰이 서식하고 있으며, 사슴은 1925년 사냥 금지 조치가 취해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는 약 2만 마리에 달한다.

북극곰은 지방이 많고 칼로리가 높은 고리무늬물범이나 턱수염바다물범 등을 주식으로 삼지만 새나 알, 설치류 등도 잡아먹는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이 길어지면서 물개를 잡을 기회가 줄어든 북극곰에게는 새나 설치류보다는 70∼90㎏에 달하는 사슴이 더 훌륭한 먹이가 될 수 있다. 



사슴 고기를 뜯어 먹는 북극곰





논문 공동 저자인 노르웨이극지연구소의 욘 아르스는 "사슴은 더 긴 시간을 육지에서 보내야 하는 일부 북극곰에게는 중요한 사냥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극곰의 사슴 사냥이 멸종위기를 맞은 북극곰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캐나다 야생 동식물국의 이언 스털링 교수는 "북극곰의 사슴 사냥이 가끔 성공해 단기적으로 한 두 마리나 미디어에 좋을 수도 있겠지만 북극곰이나 사슴 전체 개체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북극곰은 기본적으로 수영을 잘하는 동물로 육지에서는 사슴을 뒤쫓아 먼 거리를 달릴 수 없을 뿐만아니라, 사냥 금지로 경계심이 약해진 스발바르 사슴이나 북극곰에게 잡히지 늑대를 비롯한 포식자의 위협 속에서 자란 눈치가 빠른 다른 사슴은 쉬운 먹잇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앨버타대학의 앤드루 데로셔 교수도 "북극곰 개체를 유지할만한 충분한 얼음이 없어 스발바르를 포함한 바렌츠해의 북극곰은 금세기에 자취를 감추는 종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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