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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자 낙인…미군철수 뒤 아프간 통역사 탈레반에 참수당해

연합뉴스 입력 07.23.2021 10:45 AM 조회 982
권력공백 속 살해위협 시달리다 결국 피살
'버림받았다' 통역사 수천명 신변 우려
미, 이민비자 등 '협력자 피신작전' 개시
이슬람 근본주의를 강조하며 집권기에 주민들의 생활방식과 인권을 탄압해 비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무장정파 탈레반[AP=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에 협력한 현지인들이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의 보복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실제 현지 통역사 한 명이 탈레반에 잔인하게 살해당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CNN방송은 현지 목격자들과 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군 통역사로 16개월간 일한 적이 있는 아프간인 소하일 파르디스(32)가 지난 5월 12일 탈레반에 붙잡혀 참수당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파르디스는 이슬람 금식성월 '라마단'의 종료를 기념하는 최대 명절 '이드 알 피트르'를 맞아 수도 카불의 자택을 떠나 여자 형제를 태우러 가기 위해 차를 몰고 인근 코스트 주로 향하던 길이었다.

하지만 그의 차는 중도에 탈레반군의 검문에 가로막혔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마을 주민들은 탈레반이 차에 총을 쏴 멈춰 세우고는 파르디스를 차에서 끌어내려 참수했다고 말했다.

파르디스의 친구이자 동료인 압둘하크 아유비는 CNN에 파르디스가 죽기 며칠 전, 자신이 탈레반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고도 밝혔다.



탈레반 반군 공세에 피란길 오르는 아프간 주민들[EPA=연합뉴스]



아유비는 "그들(탈레반)은 파르디스에게, 너는 미국의 스파이라고, 신앙심이 없는 자라고 말하면서 너와 네 가족을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르디스의 아홉살 난 딸은 현재 파르디스의 남자 형제인 나지불라 사하크가 돌보고 있다. 사하크는 CNN에 자신의 가족 역시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거처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NN은 파르디스가 아프간 주둔 미군을 도와 일한 수천명의 통역사 중 한명이며,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급속도로 세력을 넓혀가면서 이들은 탈레반의 가혹한 학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지난 6월 발표한 성명에서 외국군에 협조한 이들을 해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실제 CNN이 인터뷰한 이들 가운데 탈레반의 위협으로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군에 협조한 현지인들의 신변 우려가 제기되자 미 정부는 이들에게 특별 이민 비자를 내줘 이주시키는 '협력자 피신 작전'을 마련, 이달 말부터 개시하기로 했다.

비자 신청을 한 통역사와 가족 등 현지인은 약 1만8천여명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그러나 한때 미군 통역사로 일했다가 계약이 종료된 경우 특별 이민 비자 신청 자격이 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수당한 파르디스 역시 정기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2012년에 통역사 계약이 중단됐는데, 이 때문에 특별 이민 비자 신청 자격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파르디스는 자신이 무슨 이유로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계약이 종료됐다고 한다.

CNN은 현지 통역사들 가운데 이처럼 불분명한 이유로 계약이 종료된 이들이 상당수라면서 이들은 미군 부역자로 낙인찍혀 탈레반의 보복 위협에 노출돼 있지만 미국으로 이주하지도 못해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학생의 학업을 죄악시하고 학교 근처에서 테러를 일삼는 탈레반. 사진은 올해 5월 8일 발생한 학교테러.[AP=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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