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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백신 선구자·코인 옹호자' 맥아피 극단적 선택

박현경 기자 입력 06.24.2021 04:45 AM 조회 6,862
컴퓨터 백신의 선구자로 통하는 맥아피 창업자, 올해 75살 존 맥아피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로이터, AP, AFP 통신 등은 어제(23일) 맥아피가 탈세 혐의 때문에 수감돼있던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구치소 감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성명을 통해 맥아피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태는 스페인 법원이 맥아피의 미국 송환을 허가한 지 몇 시간 뒤에 발생했다.

미국에서 2016∼2018년 탈세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된 맥아피는 그해 10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체포됐다.

연방 검찰은 맥아피가 2014∼2018년 컨설팅 업무와 암호화폐 등으로 수백만 달러를 벌면서도 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421만 달러에 달하는 연방정부 세금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맥아피의 암호화폐팀 책임자 등과 함께 가격이 싼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암호화폐)을 대량 사들인 뒤 시세를 띄우려고 트위터에서 지지글을 올린 혐의로도 기소됐다.

검찰은 맥아피가 손을 댄 코인의 시세가 오르면 초단타 매매를 반복해 총 200만달러가 넘는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맥아피는 기소 배경에 정치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했지만, 스페인 검찰은 맥아피는 탈세범일 뿐이라며 그의 주장을 일축했다.

연방 검찰은 맥아피가 부동산, 차량, 요트 등을 차명으로 보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맥아피는 지난 16일 트위터에서 미 당국이 자신에게 숨겨둔 암호화폐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랬으면 좋겠지만 남은 내 재산은 모두 동결됐다. 나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맥아피는 상업용 컴퓨터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세상에 선보인 선구자이자 슈퍼리치 기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1987년 맥아피 어소시에이츠를 설립한 뒤 첫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맥아피 바이러스스캔'을 출시해 정보통신 업계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이 탄생하는 데 기여했다.

맥아피는 1990년대 초반 해당 백신회사의 주식을 팔고 거부가 됐다.

그 회사는 2011년 반도체 대기업 인텔에 76억8천만 달러에 팔려 사이버보안 지부로 흡수됐다가 2016년 독립회사 '맥아피'로 분사됐다.

백신회사 맥아피의 대변인 제이미 레는 "존 맥아피가 회사 설립자이지만 25년 넘게 우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업계를 떠난 맥아피는 암호화폐로 하루에 2천 달러를 벌고 있다면서 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섰다.

2017년에는 트위터에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3년 안에 50만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이런 예상이 빗나가면서 비판을 받았다.

또 정부의 간섭을 극도로 경계하는 기인으로 살아가기도 했다.

맥아피는 2016년,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2016년에는 자유당 후보 토론회에도 나섰다.

자유당은 개인의 자유 확대와 정부의 개입 축소를 주장하는 정당이다.

변호인인 니샤 새넌은 "맥아피가 영원히 투사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는 조국을 사랑했으나 정부가 그 존재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맥아피는 요가, 초경량 비행기, 약초 재배 등 다양한 취미에 손을 대며 자유로운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2012년 중앙아메리카 벨리즈에서 벌어진 살해사건에 연루돼 당국의 조사 요청을 받은 뒤 그 대응 때문에 논란을 일으켰다.

맥아피는 당시 벨리즈 정부가 자신을 정치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필요한 정보가 있어서 조사가 필요할 뿐이었다고 항변했고 딘 배로 당시 벨리즈 총리는 맥아피에게 피해망상이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로 맥아피는 장전한 총기가 없으면 불안하다며 권총 두 자루를 쥐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등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맥아피는 2019년 군사용 무기급 장비와 탄약을 요트에 싣고 가다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붙잡혀 한동안 구금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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