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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한예리 "영화가 저에게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줬죠"

연합뉴스 입력 02.23.2021 10:36 AM 조회 1,675
직접 부른 주제가 아카데미 예비후보…"신기하고 쑥스러워"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각본상이든 감독상이든 작품상이든 감독님께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고생한 만큼 감독님께 보람된 일이 생기면 좋겠지만, 상 안 줘도 이미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한예리가 아카데미 기대작인 영화 '미나리' 팀을 대표해 한국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과 스티븐 연은 미국에 살고 있고, 배우 윤여정은 드라마 촬영차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다음 달 3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23일 온라인으로 만난 한예리의 차분한 말투에는 영화와 정 감독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그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봤을 때 '정말 아름다운 영화구나' 생각했지만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영화 안에 누군가의 유년 시절이나 부모님 이야기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고, 악역도 없는 데다, 감정을 강요하거나 신파 없이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하고 담담하고 무던하게 연출한 것이 스며들 듯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어요. 모두가 이민을 경험한 건 아니지만, 우리들의 삶이 그렇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 한예리[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계 미국인인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처음 영어로 쓰였다. 한예리가 처음 받은 시나리오는 영화가 다 이해될 만큼 완벽하게 번역된 상태가 아니었다.

한예리는 "영화에 대해서도 모니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었고 빨리 감독님을 만나야겠다 싶었다"며 "감독님을 만났을 때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잘 됐으면 좋겠다, 함께 작업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영화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한예리가 연기한 모니카는 남편 제이컵(스티븐 연), 어린 두 아이와 함께 미국 서부 도시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 농장으로 이주한다.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남편을 따라왔지만, 거친 환경에서 몸까지 약한 아들 데이비드를 키워야 하는 모니카는 불안을 느낀다.

"모니카는 너무 힘들다고 말하지만, 절대 헤어지자고 얘기하지 않아요. 힘들다고 말하는 건, 견딜 수 없을 만큼 끝에 와 있으니 당신이 붙잡아 달라는 말로 생각했어요. 마지막에도 마지막이라 생각하지 않는 단단한 사람이고, 그건 제이컵을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었겠죠."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나리'는 턱없이 적은 예산으로, 미국 남부의 뜨거운 여름 날씨 속에, 25회차 만에 찍은 독립영화다.

70대인 윤여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고 했을 만큼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배우들은 특별한 시간과 경험을 나눠 가진 듯했다.

"주말이나 촬영을 끝낸 저녁이면 같이 밥을 해 먹었어요. 따뜻한 밥을 먹으면서 큰 위로가 됐고 내일 할 수 있는 것, 포기해야 할 것,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게 행복했어요."

한예리는 "현장에 감독님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도와주러 오셨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 그분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감독님을 사랑하는지 그 힘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또 "함께 보냈던 시간 때문에 제가 엄청 건강해지고, 이 영화와 작업을 사랑하게 됐다"며 "특별한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많은 공을 감독에게 돌렸다.



영화 '미나리'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있지 않았고, 감독님은 주어진 시간과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걸 선택하는 똑똑한 분이에요. 다른 걸 포기하더라도 배우들이 편안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셨고, 촬영이 끝날 때마다 보여주는 미소가 인상적이었어요. '오늘도 무사히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해냈다' 하는 따뜻하고 달관한 미소였죠."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 발표에 앞서 '미나리'는 음악상과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이름을 먼저 올렸다. 에밀 모세리가 작곡한 주제가 '레인 송'은 한예리가 직접 불렀다.

그는 "촬영 중간중간 들려준 에밀의 음악은 너무 아름다웠고, OST가 나오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어느 날 에밀이 '예리가 불러줬으면 좋을 곡이 있다'며 '자장가처럼 불러주면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그전부터 음악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고, 영화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라면 흔쾌히 다 할 생각이었죠. 주제가상(예비후보)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라 신기하고 기분 좋고 영광스럽지만, 엄청 쑥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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